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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시인칼럼 7]화성문화원의 새바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7/1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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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     ©화성신문

허름한 입성의 노인이 문학관 사무국 문을 밀치고 들어선다. 수줍은 눈빛으로 한참을 망설인 듯 주춤거리며 다가선 노인의 입에서 나온 건 뜻밖에 문학관 앞의 도로변에 걸어놓은 현수막에 대한 문의다. 

 

“조용필과 인문학은 언제 시작하나요?”

 

문학관 수탁 기관으로 선정된 화성문화원의 특강을 문학관의 특강으로 잘못 이해하신 모양이다. 관장으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지역 축제다, 인문학 특강이다 해서 수많은 현수막들을 지켜보았으나 사무국까지 직접 찾아와서 문의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산책보다 차량의 질주에 보다 호의적인 도로변의 현수막이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야 할 것이다. 통과하기 바쁜 도로의 특성도 특성이지만 유사한 기획들과 반복되는 전시 관련 정보들은 시민들에게 기껏해야 지루한 광고 이상의 의미로 다가서지 못하였으리라. 

 

변화는 늘 사소한 자리에서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작은 변화의 징후가 만만찮은 파장의 신호로 다가온 것은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화성상공회의소 회원의 반응이 뒤미처 이어진 것도 한몫을 하였다. 특강 강사인 한양대학교 인문대 학장 유성호 교수의 특출난 개인기도 개인기지만 무엇보다 기획 자체가 참신해서 문화원 특강을 상공회의소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적극 추천하였다고 자랑하던 그 앞에서 나는 꿈틀거리는 질투심을 지긋이 누르고 있어야 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도 ‘조용필과 인문학’ 같은 참신한 기획을 해보라는 조언을 할 때는 이마주름이 표나지 않게 살짝 구겨졌을 것이다. 화성문화원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화성신문> 창간 19년 기념호(2023년 5월 29일)의 기획란에 실린 유지선 원장의 글은 문화원이 지역 사회의 흩어진 보석들을 꿰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내면의 울림과 성취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화성문화원은 지속적으로 독창적인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은 드넓은 화성 지역에 산재한 문화기구들의 소통과 연대 또한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실제로 화성문화원은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수탁기관이 됨으로써 동탄 지역까지 아우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올봄엔 2회에 걸쳐 5천여 명 넘는 문학관 회원을 중심으로 문화답사 기행을 다녀온 바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실로 뜨거운 것이었다. 예전엔 기대 못한 문화원의 활달한 동진정책은 공간의 한계에 묶인 지역 문화기구들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는 “만드는 방식이 우리를 결정한다”고 했다. ‘살던 대로’의 관성과 ‘하던 대로’의 관행에서 벗어난 화성문화원의 새로움이 지역 문화의 결정적 순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리적 하드웨어로서의 도시 공간에 이야기와 삶의 무늬를 입혀 영혼의 유기체로 만들고 있는 화성문화원을 각별히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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