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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54]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게 하려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6/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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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신 대리는 업무 하면서 실수를 많이 한다. 이메일 보내면서 첨부파일을 빠뜨리기도 하고, 보고서에 숫자를 잘못 넣기도 하며, 또 엉뚱한 곳으로 서류를 보내기도 한다. 한번은 친구에게 보낼 문자를 이름이 비슷한 회사 상무님께 보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신 대리가 철저함이 좀 부족한 성격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일을 대충 하는 사람은 전혀 아니다. 자신이 실수를 자주 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이를 없애려고 애쓰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계속 생기니 신 대리의 고민이 크다.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 중에는 분명 일을 불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신 대리처럼 신경을 많이 쓰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흰곰 효과’ 때문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교수는 1987년, 생각을 통제하는 문제에 대한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흰곰을 생각하게 했고, 다른 그룹에는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서는 흰곰이 생각이 날 때마다 벨을 울리게 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흰곰을 생각하라는 그룹보다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그룹에서 실제로 벨을 많이 울린 것이다.

 

이런 현상을 ‘사고억제의 역설 이론(Ironic Process Theory)’이라고 하거나 간단히 ‘흰곰 효과’라고 한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게 되는데 어떤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그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는 역설적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어떤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라는 명령을 받는 순간, 뇌의 입장에서는 ‘없애야 할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없애기’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먼저 없앨 대상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잊어버리려고 노력할수록 뇌는 되레 잊고 싶은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흰곰 효과는 다이어트나 통증과 같은 다른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라고 한 그룹에서 오히려 먹어도 좋다는 그룹에서보다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었으며, 통증을 잊어버리라는 요구를 받은 피실험자가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은 피실험자에 비해 통증을 더 느꼈다.

 

신 대리도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너무 스스로 강하게 요구하다 보니 이게 강박이 되어서 오히려 실수를 더 많이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실수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면 그냥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구나” 하고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큰일 났다” “그러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나 질책, 이런 것을 하지 않고 덤덤히 바라보는 것이다. 이메일에 첨부를 빠뜨리거나 보고서에 숫자가 틀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오류가 생겼구나” 이렇게 덤덤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또 야단맞게 생겼구나.” “체면이 말이 아니네” 이런 비판적인 생각은 접고서 말이다.

 

다른 방법은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다. 흰곰 대신에 생각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웨그너 교수는 후속 연구에서 흰곰 대신에 빨간 폭스바겐 자동차를 생각하라고 했더니 이 그룹에서는 흰곰을 생각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이처럼 우리 뇌에게 다른 과제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때는 뇌에게 ‘하지 마라’는 부정적인 명령을 내리지 말고 ‘하라’는 긍정적인 명령을 내려야 한다.

 

“실수하지 말자”를 되뇔 것이 아니라, “두 번 검토하자”고 해야 한다. 운전 중일 때 “졸지 말자”는 말 대신, “30분에 한 번씩 환기를 하자”고 해야 한다. 시험 칠 때는 “아는 문제 틀리지 말자” 이렇게 말하는 대신 “차분하게 풀자” 또는 “두 번 세 번 검토하자”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귀하가 신 대리의 상사라면 신 대리를 어떻게 도와줄 수가 있겠는가? 신 대리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지적하면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신 대리가 잘하는 점을 알아주면서 신 대리가 자신의 약점보다는 강점으로 실수를 이겨내게 할 것인가? 신 대리가 흰곰 효과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어야 한다. 

 

직원들의 실수가 반복된다면, 리더가 한번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내가 직원들을 까다롭게 대하고, 실수를 너무 강하게 질책하는 건 아닌가? “하고 자문해 보아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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