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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193]
정신집중의 노력과 재충전의 여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6/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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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 화성신문

동물은 먹이를 사냥할 때 초집중의 상태이다. 개구리는 먹이를 포착하면 주변을 보지 않고 그 먹이만 응시한다. 사자도 표적을 정했으면 그 표적만 추적할 뿐 주변을 보지 않는다. 오로지 표적 먹이에만 온 신경이 곤두서 있어 주변을 볼 겨를이 없다. 이런 현상은 모든 동물의 공통된 사항이다. 이러한 집중력으로 인해 생존경쟁이 치열한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인간의 삶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인간은 먹이만이 아닌 삶의 의미, 즉 목적을 더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도 목적 달성을 위해 정신집중은 중요하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등의 말은 정신집중의 중요성을 말한다. 정신집중은 단지 의식적으로 집중한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에 의하면 의식은 우리 정신의 단순한 표면일 뿐, 본질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의지이다. 의지의 움직임은 신체의 움직임과 인과의 끈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신체의 움직임은 객관화된 의지의 움직임이라고 했다. 이러한 쇼펜하우어의 관점에 의하면 노력과 의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의 양면으로 정신집중에는 반드시 노력이 수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집중을 못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인간의 본질인 의지가 상실된 사람이다. 프랑스 작가 볼테르(Voltaire)는 일을 하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결국 같은 것이며, 게으른 자를 제외하면 모든 인간은 선(善)하다는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이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정신을 집중하여 목적을 추구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유를 찾지 못하는 과도한 정신집중에는 문제가 있다. 먹이를 포착한 개구리는 자신이 속한 연못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지 못하고, 사자 또한 바로 옆 무방비로 있는 새로운 먹이를 보지 못하고 멀리 달아나는 표적 먹이만 쫒는다. 

 

더구나 과도한 집중으로 자신에게 닥치는 위험을 인지 못하게 되면 정신집중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춘추시대 말기 오왕(吳王) 부차(夫差)의 아들 우(友)가 아버지에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 인용한 당랑규선(螳螂窺蟬)의 일화를 보자.

 

“아침에 정원에 갔더니 높은 나뭇가지에 매미가 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보니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홀연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사마귀를 먹으려고 노리는데, 사마귀는 통 기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참새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두산백과).

 

이와 같이 먹이에만 집중한 개구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뱀의 그림자는 놓치고, 생각지도 못하게 먼저 먹잇감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정신집중에 의한 노력의 필요성은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 

 

간혹 우리 부모들은 자녀에게 목적 달성을 위한 노력을 매우 강조한 나머지 자녀가 여유를 찾을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을 망각한다. 쇼펜하우어는 당나귀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천사가 비쳐지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공부만 강조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녀를 바라보면, 여유를 찾으려는 자녀의 모습은 못마땅할 뿐이다. 책 『사랑의 학습지도법(박영태, 2004)』에 나온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공부에 집중하라. 그러나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절대 공부하지 말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달리게 되어 있는 자동차도 재충전하지 않으면 계속 달리지 못하듯이, 여유를 갖는 것은 정신집중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준다. 여유는 주변의 아름다움을 호흡하며 마음의 안정을 가지게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 있는 삶의 목표를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솝우화로 잘 알려진 이솝의 이야기를 보자. 어느 날, 이솝의 주인이 술김에 "나는 이 세상 바닷물을 모두 마실 수 있다”라고 큰소리치며 도저히 불가능한 내기를 했다. 당연히 술에서 깨어난 주인은 이를 감당 못하고 아주 울상이 되었다. 이 때 이솝이 “주인님, 이렇게 말씀하세요”라며 주인에게 말했다. “나는 바닷물을 다 마신다고 했지 강물까지 마신다고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바닷물을 다 마실테니 먼저 모든 강을 막아 달라.” 이런 이솝의 멋진 아이디어는 여유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자녀에게 노력만 강요하고 여유를 뺏고 있는 것은 아닌가?’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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