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5]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3/06 [09:4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성 사장은 전기공사업을 하는 회사를 차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초창기에는 변변한 사무실도 가질 수가 없어서 자기 집 한켠을 임대료도 없이 사용했으며, 자금이 부족할 때는 친척들 돈을 빌려다 회사에 넣었다. 회사가 조그만 사무공간을 마련한 후에도 집에서 쓰던 소파 같은 집기를 회사에 갖다 놓고 썼다. 그런 가운데 회사는 안정을 찾아갔고, 자금 여유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성 사장이 자유롭게 회사 자금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 자금으로 가족들 차를 샀고, 해외여행도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심지어는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자녀에게 일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임금을 지급했다. 성 사장은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주주라고 해보았자 자신과 부인이 전부고 또 그만큼 노력과 희생을 해서 키운 회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무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동안 사적으로 지출한 비용에 대해 전부 추징당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되었다. 성 사장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었다.

 

회사를 창업한 사람 중에는 ‘내 돈이 회삿돈, 회삿돈이 내 돈’ 하면서 공사 구분이 없는 사람이 있다. 개인사업과는 달리 주식회사 같은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운영할 때는 공사 구분을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 회사라고 하는 것은 그 스스로 하나의 개체로서 설립자 개인과는 다른 존재이다. 따라서 모든 자산은 법과 조직의 규칙에 따라서 관리되어야 하고, 개인재산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회사도 규모가 커지면, 공적인 범위도 넓어지고, 공적인 책무도 더 커진다. 종업원이 5명만 넘어도 취업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함부로 종업원을 해고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종업원이 100명이 넘고, 매출액이 100억 이상이 되면 ‘회사는 내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창업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내려야 한다. 특정 개인을 위해 회사가 손해를 본다면 그것은 경영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배임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회사가 돈을 벌면 결국 창업자는 주주로서 배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는 세금 떳떳이 내고 배당받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어차피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니까.

 

그런데 과연 주주가 회사의 주인일까?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본주의를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라고 한다. 그런데 이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회사에는 주주 못지않게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이들 모두가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상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한다. 이해관계자 중에는 일단 종업원이 있다. 노동을 제공하는 종업원도 기업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주주 못지않은 이해관계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종업원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바로 유럽에서 많이 하는 ‘참여경영’이나 ‘공동의사결정’이 그런 것이다. 고객은 어떤가? 고객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이해관계자이고, 협력업체 그리고 지역사회도 회사의 성장에 크게 관련이 있다. 이들 모두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 그리고 이들이 고루고루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주주만이 의사결정을 독점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견제하면서 더욱 투명하게 경영하는 장치를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한다. 바로 이 거버넌스의 확립이 윤리적 경영의 기반이 되고 사회적 책임의 원천이 되며 또 ESG의 한 축이 된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급의 경영자는 창업한 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공사 구분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고 나머지는 모두 수단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중급의 경영자는 돈을 대는 주주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지상과제로 생각한다. 결국 이들은 단기적인 실적에 매달리게 되고, 결과지상주의에 빠진다. 그런데 상급의 경영자는 기업은 주주의 것도 종업원의 것도 아닌 사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업은 탄생하는 순간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기업은 사적 이익과 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이고,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고려한다.

 

최상의 경영자, 그는 청지기 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청지기는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비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청지기는 사회의 심부름꾼인 것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