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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3]
우크라이나인에게 기적을 보인 한국 철도차량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2/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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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우크라이나는 워낙 땅이 넓고 고속도로망이 좋지 않아 철도가 도시 간 교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철도를 제외하고 철도 연장 길이가 2만3000km를 넘는다. 우리나라 철도 연장 길이가 4900km 정도라는 것을 알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것이다. 러시아와의 전쟁 와중에서 이 철도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과 화물이 긴급히 피신하거나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는 그래서 전 직원이 포화 속에서도 철도 운송과 파손된 철도와 차량 보수에 힘쓰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이 발발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부 지역을 관할하는 철도공사 직원들한테 피난을 제안했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거부하고 러시아와 맞서 싸우며 키이우와 체르니히우를 잇는 철도 수송망을 지켜냈다. 그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수백 명 발생했다. 

 

그런데 이런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한 직원 중에는 현대로템 직원도 있다. 차량 수리를 위해 현지에서 채용된 현대로템 직원들도 포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2012년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문을 받고, 준고속열차 90량을 납품하고 그 수리까지 수주해서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대로템이 10년 전에 고속열차를 납품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2년 6월에 개최되는 유럽축구 선수권 대회(UEFA)를 폴란드와 공동 주최하는 것으로 해서 유치했다. 어렵사리 큰 대회를 유치한 우크라이나는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속열차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내부 사정으로 인해 발주가 너무 늦어지고 말았다. 열차가 만들어지려면, 수주부터 납품까지 36개월은 걸린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한다고 해도 24개월은 최소한 필요했다. 이것도 한국이나 가능한 일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엄두도 못 낼 기간이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는 불과 18개월 남겨놓고 주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의사를 접한 현대로템의 엔지니어들은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때 최고경영자인 이여성 현대로템 부회장이 현지로 날아가서 사정을 살폈다. 당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을 꼭 성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럽축구 선수권 대회 개최 전에 기차가 가동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여성 CEO까지 나서서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24개월에서 한 달도 아니고 무려 6개월이나 단축하는 것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30개월이라는 것도 모든 것을 타이트하게 맞추어 틈새 하나 없이 만들어진 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논의하다 보니 방법이 나타났다. 차량 도면에 대한 검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몇 개월의 시간을 벌 수가 있었다. 통상 제조자가 도면을 만들어서 발주자에게 보내면 발주자가 그 도면을 검토하여 오케이를 해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도면이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단축할까 고민했다. 

 

이여성 부회장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렇게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엔지니어팀이 한국에 상주하면서 한국 엔지니어가 아침에 건네는 도면을 그날 저녁까지 검토해서 오케이를 놔주라고 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준고속열차 90량이 수주 후 18개월 만에 제작 완료되어 고객에게 인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열차 제조에서 전무후무한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이렇게 피 말리는 때가 있다. 이여성 부회장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또 한번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18개월로 리드타임을 단축하는 방안을 놓고 직원들도 두 파로 나누어졌다. 가능한 방안을 최대한 찾아보려는 ‘긍정파’와 안 되는 이유를 열심히 찾는 ‘부정파’로 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긍정파보다는 부정파가 더 힘이 센 것을 느낀다. 안되는 이유가 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도 맞고, 회사를 위해서도 그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긍정파의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것 같고, 말도 안 되는 것이 많다. 

 

조직에는 무조건 된다고 하는 긍정파만 있어도 안 되고, 안 되는 이유만 열심히 찾는 부정파만 있어도 안 된다.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가만히 두면 아무래도 긍정파가 밀린다. 리더는 이여성 부회장처럼 긍정파가 밀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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