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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36]
팀플레이의 신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2/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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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팀은 단연 모로코라고 할 수 있다. 모로코팀은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월드컵 본선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팀이었다. 그러나 모로코는 크로아티아와 0-0으로 비겼고, 벨기에를 2-0으로 물리쳤다. 캐나다까지 2-1로 연파한 모로코는 조 선두로 16강에 올랐다. 게다가 16강에서는 무적함대 스페인을 3-0으로 이겼고, 그리고 모로코는 8강에서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1-0으로 잡았다.

 

4강에서 프랑스에 패하기 전까지 모로코는 단 한 골만 내준, 가장 실점이 적은 팀이었다. 내준 한 점도 자국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되어 들어간 자책골이었다. 16강에서 스페인과는 승부차기를 했다. 그런데도 무실점을 했다는 것은 승부차기에서조차도 실점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번에 모로코가 상대한 나라는 특별히 악연이 있는 나라가 많았다. 지도에서 모로코를 찾아보면,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의 서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어 스페인과 바로 맞닿아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유럽과 교류가 많았다. 그 교류의 중심에는 카사블랑카가 있었다. 카사블랑카는 수도는 아니지만 모로코를 상징하는 도시다. 모로코 최대 도시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10대 도시에 들어간다. 카사블랑카는 스페인어로 ‘하얀 집’을 뜻한다. 그러니까 영어로 바꾸면 White house가 된다. 이 도시는 햄프리 보가트 잉글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카사블랑카라는 로맨스 영화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모로코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유럽 국가로부터 침략을 많이 받았다. 포르투갈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는 포르투갈로부터, 스페인이 극성일 때는 스페인으로부터, 그리고 프랑스가 힘이 셀 때는 프랑스로부터 점령을 받고 식민 지배도 받았다. 1912년부터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의해 분할되어 지배받다가 1956년에 독립했다. 벨기에는 모로코 국민이 이민을 가서 탄광 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만난 팀들이 이런 역사적인 악연이 있는 나라들이었다. 모로코인들은 한을 풀어야 했다. 아마 모로코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들 나라 팀과 싸울 때는 이를 악물고 싸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긴 것일까?

 

이번 모로코 월드컵팀의 구성은 특이하다. 모로코 축구대표팀 26명 중 14명이 모로코가 아닌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들이다. 모로코인이지만 다른 나라로 이민 나가 있던 가정에서 자란 축구 선수란 말이다. 골키퍼 부누는 캐나다에서, 나머지 13명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나고 자랐다. 자국에서 태어난 선수들이라고 하더라도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단 3명뿐이고 나머지는 유럽 리그나 다른 중동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대부분 이중 국적 소유자이지만 모로코는 이들을 받아들였다. 왈리드 레그라귀 모로코팀 감독마저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모로코인이다. 바로 이것이 모로코 돌풍의 원천일까?

 

이렇게 해외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수한 개인 선수를 모아 놓았다 하더라도 우수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는 개인 경기가 아니고 철저하게 팀으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모로코팀은 어떻게 단기에 한 팀이 될 수 있었을까? 그들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합숙 생활을 하면서 스킨십을 다진 것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선수들의 가족을 초청하여 ‘가족 의식’을 나누었다. 그들 모두는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주전 선수 하키미는 “우리는 팀이 아니라 가족입니다”라고 말했다. 하키미는 스페인 태생이고 현재 파리생제르맹에서 음바페와 한 팀으로 뛰고 있다.

 

모로코팀 스토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야 훌륭한 팀이 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그들은 자국의 자원이 부실하다는 약점을 극복했다. 자국에 자원이 부족하니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해외파들은 선진 기술로 무장한 수준급 자원이었다. 좋은 팀이 되려면 우선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보석이 될 수 없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모로코팀에게는 애국심이 있었다. 이슬람교라는 종교도 있었고 가족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모로코 4강 신화는 거기까지였다. 한국 축구의 4강 신화처럼 말이다. 신화가 아니고 실화가 되기 위해서는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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