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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농민(華城農民)칼럼 18]
자본과 노동의 미래③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종언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3/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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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장 / 농업경제학박사     ©화성신문

제레미 리프킨은 1995년 발간한 ‘노동의 종언’에서 기술발전으로 인한 인간 노동의 기계 대체와 이로 인한 대규모 실업을 주장한 바 있다. 2019년 발간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고용전망’은 가까운 미래에 중간 숙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OECD는 향후 15~20년 사이에 자동화로 14%의 직업이 사라지고 32%의 직업이 업무형태에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OECD는 새로운 노동환경에 따른 훈련, 질 좋은 직업의 제공, 소득분배 및 사회안전망 제고등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 제안에 고심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동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산업의 공정,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등이 새로이 연결되고 혁신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노동의 디지털 전환 과정은 노동력이 제공되는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펼쳐지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 시간과 노동 장소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할 다양한‘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으로 현재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s)’로 알려져 있는 사무직, 금융, 보험, 기술직 등의 상당 부분이 붕괴되면서 중산층마저 무너질 위험성이 높다. 우리사회는 이미 이러한 산업구조의 진화가 몰고 온 대기업 중심의 문화와 지나친 부의 편중과 소득의 격차는 노동현장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저성장·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실업문제 등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은 기술·산업 정책을 넘어 고용, 복지, 교육 등 사회정책을 포괄하는 국가적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의 디지털 전환이 불평등의 심화로 귀결되지 않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노동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1964년에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컸던 AT&G는 임직원 75만8,611명을 고용했지만 2018년에 기업가치가 가장 컸던 애플은 겨우 13만2,000명만을, 2019년에 애플을 앞질러 기업가치 1위 기업이 된 마이크로소프트도 임직원이 13만1,000명에 그쳤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196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회사다. 21세기에 나타난 신산업들이 미국 전체 고용 현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퍼센트뿐이다. 반면 1995년부터 20년 동안 24개국에서 생산성은 평균 30% 올랐지만 급여는 16%밖에 오르지 않았다. 

 

현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 앱을 장착한 모바일 전자통신기기를 소지한 채 곳곳에 흩어진 군중처럼 움직이는 노동자를 크라우드 워커(crowd worker)라고 부른다. 이 크라우드 워커들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고 그 어디에도 소속되거나 고용되지 않고 오로지 모바일 플랫폼 앱을 통해서만 부여된 업무를 수행한다. 명목상으로는 현대 사회의 자유로운 산업예비군이지만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에 해당하며 노동과정에 필요한 모든 부대비용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플랫폼은 노동자를 종업원보다는 독립 계약자로 취급한다. 이로 인해 급여, 시간외 수당, 병가수당, 기타 비용이 줄어들어 전체 노무비가 30% 가까이 감소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와 정부의 역할, 노동조합과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의 역할,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20세기는 ‘인적자본의 시대’라 부른다. 18~19세기에는 한 나라의 번영이 전통 자본인 공장과 산업용 기계에 투자하려는 의지에 달렸었다. 하지만 20세기에는 국가의 번영이 인적자본, 즉 노동자의 숙련 기술과 역량에 투자하려는 열망에 크게 좌우되었다. 현대국가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평생 교육 및 훈련, 양과 질이 동시에 고려된 고용율 제고와 빈곤 사각지대의 해소, 사회안전망의 제고등 노동 및 복지정책이 강조되고, 과학기술혁명과 시장 개방화에 대응하여 시장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현대사회는 노동환경이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점점 중요시 되고 있다.  기술진보, 글로벌 시장, 각국 정부의 정책, 정치환경등에 의해 시장이 결정됨으로 인해 전통적인 단위 사업현장의 노력만 가지고는 생존하고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는 사회가 되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2017년 ‘일의 미래 세계 위원회’를 발족하여 기술진보에 따른 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여 ‘더 나은 노동의 미래’보고서를 발행했다. 네덜란드 사회경제위원회, 덴마크의 산업 4.0 위원회, 독일 노동 4.0 등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가 미래의 노동의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특히 독일은 노동존중과 포용의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셋째, 과거에는 최저 소득층의 임금을 올리고 실직자를 지원해 일자리 시장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장려하는데 세금을 사용하였으나 일이 줄어든 세상에서는 이런 방법의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노동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보편적 기본소득을 선호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있던 없던, 정부가 누구에게나 정기적으로 돈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운동가 앤드류 스턴은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에서 기존 기업중심의 노조 운동만으로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오히려 포괄적인 정책적 해법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턴은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을 우려로 몰아넣은 기술적 진보를 자아실현과 공공의 이익을 이끌어내는 힘으로 바꿈으로써 곤경에 빠진 21세기의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잠재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ek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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