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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박길연 ㈜한강식품 대표이사 사장
“구원투수로 왔지만 ‘운장’ 넘어 ‘결장’ 돼야죠”
하림그룹 다양한 계열사 거치며 ‘구원투수’ 맹활약
“초신선 닭고기 공급하는 글로벌 1위 육계 회사 만들 것”
동물복지 도계시스템 도입, 맛있는 닭고기 공급 자부심
自利利他 경영철학, “긍정 메시지 전달하는 따뜻한 카리스마”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2/04/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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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식품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박길연 대표.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면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것 같습니다. 구원투수는 위기 때 팀을 구하는 역할을 하잖아요. 이제 한강식품에 왔으니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초신선 닭고기를 공급하는 글로벌 1위 닭고기 회사를 만들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하하.”

 

이달 4일 국내 1위 닭고기 기업 하림그룹 계열사인 한강식품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박길연 신임 대표의 포부는 웅대했다. 인터뷰는 화성시 만년로에 위치한 한강식품 대표 집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박 대표의 닭고기 사랑, 회사 사랑이 얼마나 진심인지 파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62년생인 박 대표는 81학번이다. 고향은 삼천포, 지금의 경남 사천시다. 서울대 농과대학 축산학과를 나왔다. 2학년 때 전공으로 축산을 선택한 건 오로지 졸업 후 취직이 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졸업 후인 1988년도에 현재 국내 사료업계 1위인 천하제일사료에 입사했다. 하림이 2001년도 천하제일사료를 인수합병했다. 박 대표가 세일즈 파트에서 판매본부장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포즈를 취한 박 대표.


  

물 먹지 않은 2˚C 이하 닭고기를 생산하다

 

천하제일사료는 2002년도에 닭고기 회사인 올품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그해 말 박 대표가 올품 영업 책임자로 차출됐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였다. 사료보다는 닭고기가 소비자들과 더 가까이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인데다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순종했다. 본격적인 닭고기 업계 일원이 된 것이다. 6년간 영업본부장 역할을 맡았다.

 

20092, 하림의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1개월 후인 20093월에는 한강식품 전신인 한강씨엠대표가 됐다. 당시 박 대표 나이는 48세였다. 한강씨엠은 하림이 2008년도에 인수합병한 회사다. 박 대표가 1개월 만에 특별 승진하게 된 것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될 무렵에 한강씨엠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또 한 차례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한강식품에서 2018년까지 9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20185월부터 20223월까지 하림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하림으로 가게 된 것도 당시 리모델링을 마친 익산 공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지난 44, 한강식품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한강식품은 지난 3년간 2100억 원을 투입해 최첨단 공장을 새로 지었다. 대규모 투자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사명을 한강씨엠에서 한강식품으로 변경한 것은 202191일이다.

 

한강식품 전체 생산라인이 동물복지 도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물 먹지 않은 2˚C 이하의 닭고기를 2600만 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에 두 시간 안에 배송할 수 있습니다. 닭고기 고유의 신선한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박 대표는 경쟁사와의 차별화 요소로 에어 칠링’(air chilling)을 강조했다. 신선하고 맛있는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도계시스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비장의 무기인 에어 칠링은 차가운 공기로 닭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닭고기는 소나 돼지와는 달리 빨리 냉각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소와 돼지는 도축하고 나면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닭고기는 도계 직후 냉각시켜주지 않으면 바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첨단시설을 갖춘 신 공장에 도입한 에어 칠링 방식에서는 도계 시간이 3시간 20분 걸린다. 차가운 얼음물 속으로 닭을 통과시키는 워터 칠링’(water chilling) 방식을 이용하던 구 공장 시절에는 50분이면 충분했다. 도계 시간이 네 배나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닭고기 회사들이 현재 워터 칠링 방식을 사용한다.

 

한강식품 구 공장의 경우에는 50분이면 41인 닭 온도를 5정도로 떨어뜨릴 수 있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워터 칠링 과정에서 닭이 물을 먹게 되고, 하루 정도 지나면 그 물이 빠져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닭고기 육즙까지 빠져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닭고기의 맛이 없어지는 이유였다.

 

워터 칠링을 쓰는 이유가 있어요. 돈이 적게 들거든요. 목욕탕 사우나 가면 습식 사우나는 50도만 돼도 뜨겁잖아요. 건식 사우나는 80도가 돼야 뜨겁죠. 열전도율의 차이 때문에 그래요. 물속에서의 열전도율이 공기보다 훨씬 빠르니까 그래서 워터 칠링을 쓰는 거예요. 효율을 높이려다 결과적으로는 품질이 나빠지게 되는 겁니다.”

 

 

▲ 박길연 대표가 인터뷰 중에 가슴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에어 칠링, 완벽 방혈로 넘사벽 차별화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한강식품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도입한 방식이 에어 칠링이다. 물 먹지 않은 닭 온도를 2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는 이런 방식으로 달성됐다.

 

우리나라의 닭고기 유통 온도가 영하 2도에서 영상 5도로 돼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5도 이하에서 팔게 돼 있잖아요. 2도가 넘어가면 미생물이 증식이 돼요. 그래서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닭 온도를 2도 이하로 떨어뜨리는 게 관건입니다.”

 

한강식품이 자랑하는 동물복지 도계시스템은 닭이 도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는 점, 닭의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 방혈(放血, 피를 뽑는 것)이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지금 대부분 닭 회사들의 업무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닭 차가 농장에 도착해요. 닭을 손가락에 서너 마리씩 끼워서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닭 차에 올려놓으면, 기사들이 그걸 어리장에다가 던져 넣어요. 그 차가 도계하는 곳에 도착해요. 닭을 내리기 위해 어리장이 옆으로 쫙 펼쳐지면 닭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온 몸이 멍들죠. 떨어진 닭을 기계에 걸어줍니다. 얼마나 퍼덕거리겠어요. 그 과정에서 닭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어요.”

 

한강식품은 닭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닭 차가 농장으로 싣고 가는 건 어리장이 아니라 상자다. 상자는 모듈에 서랍식으로 네 칸씩 끼워져 있다. 모듈을 차에서 내린다. 닭을 상자에 담은 후 서랍을 닫고 그 모듈을 지게차가 들어 올려서 차에 싣는다. 그 차가 한강식품에 도착한다. 모듈을 컨베이어에 올려놓는다. 닭들은 컨베이어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가스실로 들어간다. 가스 스터닝(Gas Stunning) 과정을 거치면서 닭들은 편안하게 잠이 든다. 그리고 일련의 도계 과정을 거친다. 닭들이 죽는지도 모르는 채 소비자들의 식탁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기계가 닭의 경동맥을 자르면 방혈이 쫙 일어납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니까 피가 잘 빠져요. 대부분의 도계장들은 전기 실신을 시켜요. 이 과정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세혈관이 다 터져버립니다. 혈관이 터지면 방혈이 잘 안 돼요. 동물복지 도계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방혈의 차이예요. 동물복지 도계시스템을 거친 닭 속에는 피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그래서 닭고기가 맛있는 거예요. 닭 살코기 안에 핏기가 있는 건 방혈이 제대로 안됐다는 의미예요. 닭 비린내라고 하잖아요. 사실은 피 비린내예요.”

 

한강식품의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닭털을 뽑기 위해 저온, 중온, 고온의 탕적기를 세 번 통과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섬세한 탈모를 위해 일곱 단계의 탈모기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이 또한 동물복지 도계시스템의 일부다. 피부가 손상을 덜 입고, 덜 익는다. 피부와 근육이 분리된 곳에 물이 들어가는 워터 포켓도 막을 수 있다.

 

 

▲ 닭들이 ‘에어 칠링’ 과정을 거치고 있다.

 

 

박 대표는 닭가슴살의 비밀을 이야기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마치 어린아이가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 같이 기뻐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목소리도 더 경쾌해졌다.

 

우리나라는 유독 닭가슴살을 안 먹어요. 그 이유가 워터 칠링하면서 닭가슴살을 맛없게 만들어 버린 거예요. 퍽퍽하게. 지금은 닭가슴살이 맛있어요. 가슴살 속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일본 학자가 철새를 연구하면서 피로 물질인 젖산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주는 물질을 발견했어요. 이미다졸 디펩티드라는 물질이에요.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도 않고 날아갈 수 있는 비결이에요.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이 가슴 근육인데, 가슴 근육 속에 이 물질이 있더라는 거예요. 연구를 계속하다보니 정신적인 피로를 없애주는 플라스마 로겐이라는 물질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다이어트나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닭가슴살을 먹었다면, 이제는 뇌의 피로 해소가 필요한 수험생들과 직장인들이 먹어야 합니다.”

 

인터뷰 도중에 박 대표가 자신의 휴대폰을 열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아내에게 보낸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저녁 식사를 위해 자신이 직접 닭가슴살로 요리한 스테이크 사진이다. ‘나 이렇게 잘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오십이 넘은 남자들은 꼭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서 어느 순간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납니다. 나이든 남자들이 텔레비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게 호르몬 변화 때문이에요. 중요한 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면서 근육이 빠진다는 거예요. 별도로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육이 그냥 소실돼요. 단백질을 일상 속에서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닭가슴살입니다. 저는 하루에 닭가슴살 두 조각 먹어요. 한 조각이 100g 정도 돼요. 닭가슴살을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5분 정도 돌리면 그냥 요리가 됩니다. 완벽한 저녁 식사예요. 하하.”

 

 

▲ 아내와 떨어져 살고 있는 박 대표가 닭가슴살로 직접 요리해서 세팅한 저녁식사.


  

좋은 말 많이 알아도 결국은 실천의 문제

 

박 대표의 경영철학은 자리이타’(自利利他).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내가 이롭게 된다는 의미다.

 

성경에 황금률이 있잖아요.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노자의 도덕경에도 얻고자 하면 먼저 내 놓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회사와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관계자를 스파이스(SPICE)라고 표현합니다. 직원(Employee), 고객(Customer), 주주 및 투자자(Investor), 협력업체(Partner), 사회(Society)의 영어 앞 철자를 거꾸로 한 거예요.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존재할 수 있고 지속 성장이 가능하거든요.”

 

박 대표는 막대자석에 NS극이 있는 것처럼 음과 양이 공존하는 것이 우주의 진리라고 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 속에 나쁜 일이 있을 수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그 속에 틀림없이 좋은 일이 있다고 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인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줄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천하막무료’(天下莫無料)를 삶의 나침판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IGM 세계경영연구원 같은 곳에서 배운 것들이 제 경영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요. 예전에 우리 한강식품은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가 났어요. 지금은 첨단 시스템을 통해 공기에서도 폐수에서도 냄새가 전혀 안 나요.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폐기물이 이제는 모두 사료가 됩니다. 폐기물이 자원이 된 거죠. 요즘 말하는 ESG경영입니다.”

 

 

▲ 생산사업부 직원들이 도계 라인 사진판독시스템(VQIS, Visual Quality Inspection System)을 통해 도계한 닭의 품질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3 2학기 시절 종례시간에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하품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품을 했다며 담임선생이 박 대표를 가정교육 부재를 들먹이며 몰아세웠다. 분함을 느낀 박 대표가 종례를 마치고 담임선생이 교실을 나가려고 할 때 벌떡 일어나 대들려고 하는 순간 옆 자리에 있던 친구가 오른팔을 잡고 말렸다.

 

그때 만약 제가 화를 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교사는 왕과도 같았어요. 대학원서도 써야 했는데 원서를 제대로 써줬겠습니까? 친구가 말려서 그때 상황을 슬기롭게 잘 넘겼어요. 그때 잘못됐으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 친구가 너무 고맙지요.”

 

박 대표가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리더가 된 것도, 임직원을 감사해야 할 고객으로 보는 것도, 그런 경험들이 있어서다. 물론 인문학 공부와 독서가 마음공부와 경영철학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 박 대표의 인생 슬로건은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결국은 실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 많이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손자병법에 훌륭한 장수는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이라고 했습니다. 덕장보다 상위 개념이 운장(運將)이며, 그보다 더한 것이 결장(缺將)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미 운장은 된 거죠. 앞으로 결장이 될 겁니다. ‘자는 결석하다할 때 쓰는 결자지요. 리더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 그게 최고의 조직이거든요.”

 

박 대표의 버킷리스트 1번은 우리나라 국민 10%가 매일 닭가슴살 한 조각씩 먹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10년 후 쯤에는 한국 육계산업의 영향력 있는 컨설턴트가 되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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