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도시의 공간은 매일 변하고 있다. 알쓸신잡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현준 건축가는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표현하며, 도시는 시민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의 활동과 요구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도시의 공간도 사람들의 생각과 관계를 변화시키고, 행동과 기분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공공공간에 그래픽 패턴과 컬러를 활용,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공원 디자인으로 다양한 세대가 움직임을 통해 공존하고 교류하는 런던과 서울의 디자인 사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도시의 모습과 시민들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팬데믹 기간 세계 주요 도시의 텅빈 광장과 거리는 우리에게 ‘회색 도시 우울감’을 경험하게 했으며, 물리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와 고립을 초래해 현대 도시 환경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 시기 영국 런던에서는 New London Fabulou(NLF)라는 새로운 디자인 운동을 통해 색채와 그래픽으로 도시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흔히 볼 수 있는 런던의 횡단보도, 지하도, 도시의 보이드 공간 등에 회색 도시 풍경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밝고 유쾌한 색채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기하학적 패턴을 설치해, 공간뿐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까지 경쾌하게 만들어 위로해 주었다. 경제적 락다운으로 인한 도시민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도시의 어두운 공간을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NLF는 단순히 미학적인 변화를 넘어, 도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표현하고 수용하여,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연결될 수 있는 공간적 장을 제공했다.
한국은 2023년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서울시는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중심의 획일화된 주거 구조, 고령화와 1인 주거로 인한 사회적 고립, 디지털 격차와 생활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세대 간 문화적 격차는 우리 도시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서울시는 ‘포용’을 주제로 2023년부터 ‘서울형 액티브 디자인’을 실행 중이다. 도심 내 유휴·노후 공간을 선정, 모든 이용자의 신체 움직임을 통해 사회적 교류를 유도하는 공공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도시디자인의 새로운 시도이다. ‘성수1플레이파크는’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이용하는 ‘놀이터’, ‘운동장’, 그리고 ‘공원’이 결합된 ‘세대 통합형’ 활동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다자이너는 작은 공간에 모두를 수용하기 위해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놀이터,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합놀이대와 기구를 배제한, 열린 바닥 공간을 순환형 트랙과 파도형 언덕으로 디자인했다. 중앙에 위치한 너울 같은 언덕은 아이들이 도전적으로 기어오르고 미끄러지며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파도형 언덕을 둘러싸고 있는 순환형 트랙과 산책로에서는 천천히 걷거나 쉬면서 언덕에서 노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언덕은 과감한 컬러의 고무칩 재질로 바닥 그래픽과 결합돼 액티브한 독특한 무드를 조성한다. 사용하는 이들에게 주도적이며 자율적인 신체 움직임을 유도하도록 하였다.
도시의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개성을 담은 공공공간을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접근 방식과 시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설득이 필요하고,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와 결과를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실험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우리 도시의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고, 더 나은 살고 싶은 도시로 발전할 수 있기에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성수1플레이파크’의 놀이공간 파도언덕 – 사진 SOAP제공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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