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화를 낼까? L 씨는 전날 늦게 귀가했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남의 차 앞에 이중주차를 했다. 물론 기어를 중립으로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렸다. 차 좀 빼달라는 전화였다. 혹시나 깜박하고 기어를 채워두어서 그런가 하고 주차장에 내려가 보았더니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자기 뒤에 들어온 차가 하나 더 있어 이중주차가 두 대가 되어 있었다.
L 씨가 차를 옮겨주려고 하는데, 전화를 건 사람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투덜대고 화를 내고 있었다. L 씨에게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미안하다고 목례를 했는데 정식으로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다. L 씨도 화를 내고 말았다.
지난해 5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더욱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이 승합차 한 대를 몰고 아파트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차는 자신의 차가 아니고 지인에게서 빌린 차였다. 아파트 경비는 미등록 차라는 이유로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화가 난 주민은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 시각이 새벽 5시 반이었다. 그때부터 경찰이 강제로 차를 견인해 갈 때까지 10시간이나 주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뭔가에 화가 나 있다. 주차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물가 때문에, 정치 때문에…. 등등 말이다. 왜 이렇게 화들을 내고 있을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걱정도 되고 불만이 생긴다. 그런데 화를 낸다는 것은 뭔가 중요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잘못이 발생해 자신이 위협을 받고 있거나,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에 사람은 화를 낸다.
P 사장도 최근 화를 크게 낸 적이 있다. 요즘 영업이 잘 안되어 사장이 직접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거래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챙겨야 할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거래처 임원 모친상이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지나쳐 버린 것이다. 직접 문상을 해야 하는 자리인데 이를 놓치게 되었고, P 사장은 직원들에게 진노했다. P 사장은 이 일을 단순히 문상을 놓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해이하다고 느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있다고 보았다. 심지어는 사장을 우습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화를 내는 사람이 상황을 그렇게 해석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항상 화를 낼 이유가 있다. 그것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고, 그들 때문에 분노가 솟구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직원들이 사장을 우습게 보고 지시를 무시한 것일까? 전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직원들이 다른 일에 매달려 있었을 수도 있고, 상주가 부고를 안 띄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리더가 화를 내버리면, 직원들과 소통은 거기서 끝나고 만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의욕도 떨어지고 심지어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직원들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할 것인가? 원리는 간단하다. 내가 화를 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발생하여 내가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 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외부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이다. 화는 ‘내가 내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화를 낼 만한 일로 해석해서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이란 말이다.
“그래.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나에게 화가 찾아왔구나”하고 인식하고 90초쯤 기다리면 대체로 화가 1단계 가라앉는다. 그다음 대화를 나누거나, 자료를 보면 다양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H 상무는 상사들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다. 그때마다 분노가 일었다. 그들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수련을 받은 후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들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화가 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리고는 상사가 지적하는 일만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들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처리를 지적하는 거야” 이렇게 말이다. 그랬더니 화낼 일이 없어졌다.
그럼, 반대로 화를 내는 사람은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화내고 있는 사람에게 피해야 할 말이 있다. “진정하세요” “화내지 마세요” 하는 말이다. 이는 화내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라서 그를 더욱 화내게 만드는 말이다. 반대로 “마음이 상하셨군요” 하고 인정을 하고,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하면 화나는 감정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화는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차리면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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