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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65]
부모가 부르는 호칭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5/01/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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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 박사     ©화성신문

“00아”, “얘야”, “이 녀석아”, “너!”, “왕자님”, “공주님”, “멋쟁이”, “못난 놈” 등등. 자녀는 부모로부터 이름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부모가 의도해 호칭을 부를 경우도 있지만, 무심결에 부르는 경우가 많다. 

 

자녀는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들으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하나씩 새기게 된다. 긍정적이고 정다운 호칭일 때는 흐뭇하고 행복을 느끼지만, 부정적이고 냉기가 담긴 호칭을 들을 때는 불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연못 속의 개구리 입장으로 생각해 보자. “당신은 재미로 또는 무심결에 돌을 던지지만, 나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고 한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부모가 자녀를 부르는 호칭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름이요, 다른 하나는 이름 이외의 호칭(별칭)이다. 일상에서 부모는 자녀의 호칭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실수를 한다. 이름은 평생을 함께하는 개인의 존재 가치이다. 아무리 시끄럽고 혼잡한 장소에서도 자신의 이름이 들리면 고개를 돌려 살핀다. 그만큼 이름은 자신의 존재를 상징하는 중요한 호칭이다. 음식점에서 순서가 되었다고 불리는 순간이나, 경진대회에서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이나,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찾는 이름을 부르는 순간이나 모두 개인의 존재감이 들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담기는 따스한 마음은 개인의 존재감을 증대시키고, 그렇게 불러주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반면,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차가움이 담기면 개인은 존재감에 상처를 입고, 그렇게 부르는 상대방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심한 경우 적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이름은 나와 더불어 평생을 함께한다. 이름의 의미를 긍정적이고 발전지향적으로 해석하여 인식하는 것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되어, 자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대의 나이에 대제국을 건설한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은 그리스어로 ‘인류를 보호하는 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정복한 지역들에 헬레니즘 문화를 전파하며 세계를 보호하였는지 모른다. 고전 경제학의 기초를 정립한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 ‘애덤(Adam)’은 ‘인류의 첫 번째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경제학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는지 모른다. 

 

자녀와 함께 긍정적이고 발전지향적으로 이름을 해석하는 삼행시 놀이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삼행시에 담긴 긍정적이고 발전지향적 의미는 자녀에게는 스스로 존재가치를 인식해, 그 의미를 추구하는 행동을 하도록 할 것이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존재가치를 인식하여 자녀에 대한 긍정적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줄 것이다. 고대 로마의 대 웅변가인 키케로(Cicero)는 ‘이름은 영혼의 청사진’이라 했다. 이름의 의미는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이름 외에 다른 호칭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이름과 달리 자녀의 존재 특성을 명백히 설정한다. ‘공주님’이나 ‘왕자님’으로 부르면 자녀에게 그러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렇게 대한다. 반면, ‘못난 놈’, ‘게으른 아이’, ‘문제아’로 부르면, 자녀에게 그런 낙인을 찍고, 그러한 행동만 찾아서 본다. 부모가 순간적으로 생각 없이, 또는 감정 없이 호칭을 불렀더라도 일단 호칭을 부르면 그 호칭이 가진 의미대로 자녀를 바라보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는 호칭이 불리는 그 순간, 그 호칭이 가진 의미로 존재하게 되어 버린다. 

 

긍정적 호칭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발휘해 자녀에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증대시킨다. 이에 반해 부정적 호칭은 골렘 효과(golem effect)로 나타난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에 상처를 입힌다. 아울러, 부모-자녀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름을 포함한 모든 호칭은 단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녀와 부모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고 나아가 부모-자녀 관계의 색깔을 좌우한다. 긍정적이고 멋진 호칭은 자녀를 멋지게 만들뿐 아니라 부모 스스로도 멋지게 된다. 

 

공자가 ‘지혜의 시작은 사물을 올바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한 말과 같이, 2025년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새해에 자녀에게 긍정적 호칭을 사용하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 보자.

 

syha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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