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화옹지구를 찾은 철새떼들의 모습.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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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는 가운데, 수원시와 경기도가 추진하는 수원군공항과 경기국제공항 이전 예정지인 화옹지구에 대해 이미 2017년부터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방콕에서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이 급작스로운 버드 스트라이크 후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181명의 탑승객 중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는 단단한 로컬러이저, 짧은 활주로 등이 지목되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역시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화성시 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간척지인 화옹지구와 인공으로 조성된 화성호수 역시 이 같은 버드 스트라이크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는 우려다. 이곳이 도요물떼새 등 수많은 철새들의 도래지이기 때문이다.
화성호는 국제적인 물새 서식지로, 매년 겨울철에 40종이 넘는 조류 10만 개체가 도래하고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상 핵심 중간 기착 주지 중 하나로 봄가을이면 3만~5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여름이면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이, 겨울이면 황새, 흰꼬리수리, 큰 기러기 등이 도래한다. 24종 이상의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20년 6월~2021년 7월 초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멸종 우려에 처한 14종의 습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었고, 최소 10만 4000개체의 물새가 유지됐다. 철새의 중간 기착지는 물론 겨울철새의 월동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법정보호종 조류도 관찰됐다. 이로 인해 화옹지구를 포함한 화성습지는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에 공식 등록됐다.
이처럼 철새 도래가 끊이지 않는 화옹지구에 공항을 설치할 경우 항공기에 새가 충돌해 사고를 야기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화성호 생태문화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시완 당시 한국조류학회 부회장은 화성호의 조류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화성호는 국제적 희귀종과 다양한 물새류의 서식지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는 지역으로 향후 잠재적인 조류 서식지로서도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성호 지역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예비후보지로 선정돼 있는데 비행장 건설은 화성호에 도래하는 야생조류의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면서 “또한 건설 완료 후 비행장을 이용하는 항공기와 조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무안공항 사고가 발생하기 7년 전 이미 화옹지구의 조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한철 화성습지 세계유산등재 추진 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은 “화성습지 화옹지구는 습지보호지역 후보지요, 람사르습지 후보지이며, 심지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후보지”라면서 “국내 습지보호지역은 물론이고, 지구상 최대·최고의 보호를 받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후보지로 권고된 이곳에 공항이 세워진다면,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새들의 서식은 ‘퇴치’로 가능하지 않고, 예측할 수도 없으며, 통제하기에는 너무 많은 무리가 서식한다”라면서 “사람에게는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새들과 야생동물에게도 죽음을 선물하는 공항은 건설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홍근 경기도의원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화옹지구의 특성상 무안공항과 같은 사고의 가능성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특히 화옹지구는 무안공항보다 철새들의 숫자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또 “경제성 측면에서도 화옹지구 공항은 가당치 않다”라면서 “주민들이 바라지도 않는 수원군공항 이전 시도와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범대위 관계자는 “화옹지구에 공항을 건설하면 사고의 위험이 큰 것은 물론 자칫 생태의 보고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습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천혜의 자연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민규 기자 news@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