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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김명철 시인의 현실과 상상의 교차로]불통의 시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12/0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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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철 한국작가회의 화성지부장     ©화성신문

우리는 지긋지긋한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부부 간의 불통, 부모와 자식 간의 불통, 상사와 하부직원 간의 불통, MZ세대와 XY세대 간의 불통, 남과 북의 불통, 민족과 민족 간의 불통, 불통, 불통.

 

소통만 잘 되면 해결될 문제들이 이놈의 불통 때문에 문제는 점점 더 커지고, 깊어지고, 골이 파이고, 금이 가고, 급기야는 곪아 터져 속수무책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불통은 당연히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고, 대화한다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만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누구처럼 1시간 대화할 때 59분을 일방적으로 떠들어댄다면 그게 불통의 시작이고 불화의 근거이며 결국 파탄의 근원이 된다. 왜 이렇게 대화가 안 되는 것일까.

 

인체의 구성 원소들이 곧 지구의 구성 원소이고, 지구의 구성 원소가 우주의 구성 원소라는 이론이 있다. 반대로 우주의 구성 원소가 지구의 구성 원소이고, 지구의 구성 원소가 인체의 구성 원소이며, 인체의 구성 원소가 모든 사물의 구성 원소라서, 가령 인간이 무너지면서 생겨나는 먼지도, 사물이 무너져서 생겨나는 먼지도 지금 우리의 신체와 같은 원소라는 것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물과 대화하지 않는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을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하라는 의미로 읽는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는 상하고저라는 등급이 없다는 의미로 읽는다. 동물이나 식물 같은 생명체들은 물론 사물에게까지도 함부로 급수를 매기지 말라는 의미로 읽는다. 하물며 사람이 사람끼리 누구는 고급이고 누구는 저급하다 한다면, 누구 하나나 둘만 높고 나머지는 낮다고 한다면, 무조건 누구네는 악이고 누구네는 선이라고 한다면, 재차 말해서 오로지 자기중심적 자기 기준으로만 상대를 대한다면, 대화는 깨지고 불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사물과의 대화를 참으로 어려운 일로 체감하고 있다. 사물의 소리가 들리는가 싶으면 혹시 나의 목소리를 그 사물의 목소리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주관적 일방성이 사물을 재단해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닌가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물과의 대화를 위해 무슨 도라도 터야 되는가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내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일제 강점기를 거슬러 삼국시대를 거슬러 청동기와 구석기시대를 거슬러 빙하기와 고생대를 지나 45억 년 전의 원시지구에 이를 수 있다면, 더 거슬러 올라 138억 년 전 우주 탄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 다시 말해 빅뱅이론에서 말하는 ‘원시 우주 달걀’ 이전의 ‘최초의 먼지’에 이를 수 있다면, 그래서 또 다시 그 순서와 정반대로 되돌아와 지금의 ‘나’에 이를 수 있다면, 이 허황된 상상이 상상으로나마 간절히 실현될 수 있다면, 마침내 사물과의 대화가 가능할 것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모두가 하나의 점에서 나왔으니 대등하게 서로 통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사물이든, 그리고 우리 불쌍한 사람들끼리도 무슨 등급이나 급수가 매겨지고 지위고하가 따로 있겠는가.

 

그나저나,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오늘을 넘기면 어쩌면 밥도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어젯밤에 아내랑 약간의 다툼이 있었는데 이 약간의 다툼이 더 크게 자라나기 전에, 그 지긋지긋한 불통이 시작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따져보고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바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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