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제47대 대통령으로 강한 리더를 선택했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이민자들이 넘어 들어오는 국경에 높은 장벽을 완성할 것이며 - 이미 지난 임기 중 상당 부분 쌓았기 때문에 -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수입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세금을 줄이며,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방위비에 대한 미국의 부담을 과감히 낮추겠다고 호언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말이다. 선거 유세 중 자신을 겨냥한 총탄이 귀를 스치자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것은 강한 트럼프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킨 장면이었다.
현 대통령 조 바이든이 중도 하차하면서 뒤늦게 선거전에 참여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약속한 정책과 철학은 비교적 온건했다. 그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조했으며 비교적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여성이며, 흑인이라는 카드도 적극 내세웠지만 그의 유한 모습은 트럼프를 이기지 못했다.
트럼프가 2017년에 이어 재집권함으로써 세계는 ‘스트롱맨 시대’를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푸틴은 2000년부터 중간에 몇 년을 제외하고 20년째 대통령을 하고 있으며, 중국의 시진핑은 2008년부터 16년째 국가 주석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강한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이러하니 스트롱맨 현상은 도미노처럼 세계 각국으로 번졌다. 튀르키예, 헝가리,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필리핀 등으로 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외무 담당 수석 칼럼니스트인 기디언 래크먼은 21세기를 ‘스트롱맨의 시대’라고 표현했다(저서 ‘스트롱맨’). 그는 스트롱맨이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기 때문에 세계는 스트롱맨이 만드는 위협과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럼, 스트롱맨, 즉 스트롱 리더십은 왜 등장하는가? 리더십 이론에서 보면, 스트롱 리더는 위기 시 등장한다.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을 때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리더가 나타나서 자신들을 구하고 세상을 바로 잡아주기를 바란다. 전쟁의 위기 속에서는 전쟁을 끝내줄 강한 리더를 찾게 되고,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는 혼란을 잠재울 독재자를 원하게 된다. 경제적 위기를 겪을 때는 그 위기를 돌파할 비책을 제시하는 초인을 기다린다.
1991년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됐던 냉전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 자리에 세계화의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했고, 자유무역과 민주주의가 보편화되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더욱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불평등과 불확실을 탄생시켰다. 중국이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고, 미국은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게 되었다. 자국 중심주의가 재등장하게 되었고, 미국, 중국, 러시아가 다시 패권 싸움에 돌입했다. 탈냉전의 평온은 2010년대 중반에 깨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코로나가 발발하게 되었고, 초지능인 AI가 시대를 바꿔놓게 되었다. 위기의식은 더욱 강해졌고,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리더를 갈망하게 된 것이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시대에 맞고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이 있을 뿐이다. 어떤 때는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또 어떤 때는 반대로 부드러운 서번트 리더가 필요하다. 지금이 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스트롱 리더가 성공하려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스트롱 리더도 두 종류가 있다. 개인적인 동기가 강한 리더와 사회적인 동기가 강한 리더 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기적인 리더와 이타적인 리더로 구분된다는 이야기다. 스트롱 리더십을 발휘하는 동기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는 것이라면 이기적인 리더인 것이다. 반대로 스트롱 리더십을 발휘하는 동기가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한다면 그것은 이타적인 리더인 것이다. 스트롱 리더가 성공하려면, 첫째로 그 동기가 사회적이고 이타적이어야 한다.
리더가 권력을 통합하고 손아귀에 쥐면, 그 권력을 이기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친인척과 측근을 중용하게 되고, 개인적인 치부와 영달을 꾀한다. 모두가 망하는 길이다. 이와는 반대로 리더가 대의명분을 강조하고,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고 개인적인 영달을 멀리한다면 그는 결국 역사에 남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스트롱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스스로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리더십으로 사회는 변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리더십도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변화를 지각하고 알아차리는 능력,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학습하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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