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소다미술관(화성시 안녕동)을 방문하면 실내·야외 전시장을 가득 채운 설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소다미술관은 공공예술 프로젝트 진행으로 입장료가 무료이다. 그래서 더욱 방문의 적기이다. 아직 리움미술관에서 본 벽에 걸린 바나나 <코미디언 Comedian> (Maruizio Cattelan, 이탈리아) 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설치 미술라니? 우리가 미술관 혹은 박물관 (해외에선 구분 없이 museum이라 한다)에서 보는 많은 작품들이 실제 설치 미술일 경우가 많다(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로 불리는 ‘코미디언’도 설치 작품이다). 가장 최근에 정의된 현대 미술의 표현 방법 장르의 하나로 가장 활발하게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치 미술은 1970년대 이후 회화·조각·영상·사진 등과 같은 현대 미술의 표현 방법의 하나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알맞게 제작된 작품(오브제와 장치)을 공간에 따라 구성하고 변화시켜 장소와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체험하는 예술의 장르이다. 설치작품에 사용된 사물이나 도구는 독립된 작품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 작품 전체의 부분이다. 그렇기에 설치 미술은 태생적으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공통적인 것은 우리 관객과의 관계이다. 예술가가 관객과 작품이 관계 맺는 방식을 일방적인 것에서 상호 대화의 방식으로, 공간과 관계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 관객에게 적극적인 참여와 해석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다음은 세계적인 현대 작가이며 설치미술가들을 짧게 소개한다. 간단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들의 놀랍고 다양한 설치 미술 프로젝트들을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부터, 작품의 스케일, 엽기적이기까지 한 표현 방식까지 미술관 밖을 넘은 설치 작품들을 통해 우리들은 보지 못한 예술가들의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미스터 죽음' 또는 ‘컬트 조각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악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는 영국의 설치미술가이다. 많은 작가들도 삶과 죽음을 주제로 작업하지만, 그의 작품은 죽음을 관객의 눈앞에 재생하기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죽음을 설명하다 Death Explained‘(2007), ’Love‘s paradox’ (2007) 그리고 ‘천 년 A Thousand Years’(1990) 이 있다. 검색하기 전에 꼭 주의하기 바란다. 대다수의 작품들은 많은 이들을 흠칫 놀라게 한다.
같은 영국 출신으로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Banksy)는 현재 가장 비싼 아티스트로도 유명하다. 그의 설치 미술 프로젝트 중 하나인 ‘디즈멀랜드 Dismaland’(2015)는 놀이공원 ‘디즈니랜드'와 ‘음울한 dismal'을 합성한 이름으로 우울한 현실을 풍자하고자 만든 테마파크다. 실제로 2015년 8월 5주간 한정적으로 운영된 ‘디즈멀랜드'는 15만 명이 방문하고, 폐장 이후 노숙자 쉼터로 지역사회에 이전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전시와 작품은 지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상설 전시로,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설치 미술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흥미로운 유물 전시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방문하여 더 유명해진,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개관한 ‘사유의 방’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반가사유상 두 점을 향해 미세한 경사도를 느낄 수 있는 바닥과, 입구와 안쪽의 천장 높이를 달리해 바닥과 함께 소실점이 일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조명부터 벽까지 건축가 최욱은 기존의 유물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공간적 배경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유물을 감상하는 새로운 설치작품을 제안하는 듯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예술가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예술가의 작품은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자연적인 지각을 확장시켜 준다’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의 일상 속 고단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보는 시각을 잃게 되는 듯하다. 이제 시작된 가을은 전국의 뮤지엄들이 많은 기획 전시를 오픈하는 계절이다. 가까운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과 공간을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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