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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화성시 노동정책 방향 제안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8/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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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대표  © 화성신문

아리셀중대재해참사를 마주하며 화성지역 노동, 안전 의제를 말해 왔던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 해 왔던 성찰과 고통을 감내하며 화성시 노동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화성시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나 문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왔던 점 또한 지역 차원에서 풀어 나가야 할 큰 과제이다.

 

화노넷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부디 화성시에서 귀 기울여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다시 화성지역의 노동안전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노동문제는 단지 노사의 문제뿐 아니라 저출산, 육아, 청소년,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 모든 사회문제의 근간을 이루고, 사회 양극화의 원인으로 다수 시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맞는 노동정책 개발과 실행이 필요하다. 국내 지방정부는 민선 5~7기 시기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조례, 행정조직, 정책, 중간지원조직을 형성하기 위한 지자체 노동정책 수립 추진 근거와 조례를 제정했다. 화성시도 2021년 10월 노동기본조례를 제정하고, 2022년 실태조사를 통해 2023~2027년 노동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자체 노동정책의 구성 요소는 ①노동기본권 관련 조례 제정 ②노동 행정조직 구축 ③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④정책 과제와 단위사업의 발굴 ⑤노동조합·노동단체들과의 민관 거버넌스 체계 확립 ⑥사업 예산의 확보와 평가체계 구축으로 정리된다. 화성시는 ‘노동 행정조직 구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만 하다 보니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의 수임 사업을 받아 수행하기 급급하고, 화성시에서 수립한 계획이 문서로만 머물거나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8월 8일 화성시는 노사협력을 도모하고 안전한 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올 10월 노사협력과를 신설하고, 노사협력팀, 산업안전팀, 이주노동자 지원팀을 구성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안전과 인권 보호, 관내 산업안전 사고 현장 지원과 안전관리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를 마주하며 화성지역 노동, 안전 의제를 말해 왔던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이하 화노넷)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 해 왔던 성찰과 고통을 감내하며 화성시 노동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화성시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나 문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왔던 점 또한 지역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큰 과제이다. 화노넷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부디 화성시에서 귀 기울여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다시 화성지역의 노동안전정책 방향을 정리한다.

 

노동정책을 수행할 행정조직이 이제라도 갖춰진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사협력’에 대한 강조는 갑을관계에서 을의 권리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윤 추구가 주목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가 법에 명시된 의무사항을 제대로 지키게 하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져야 노동조건의 개선, 안전한 노동환경의 지속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미조직 노동자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화성시 노동행정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화성시는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구제하고 노동권이 지켜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노동권익을 증진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노동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행정조직의 명칭부터 ‘노사협력’ 보다는 ‘노동정책’ ‘노동권익’을 강조함으로써 노동행정의 역할과 방향을 명확히 해야 지속가능한 노동정책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에서 제조업 상시업무에 불법파견, 위장도급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실제 필요 노동자 수와 신고 노동자 수의 차이를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인 불법파견 노동자 고용으로 만회했고, 이는 안전교육 미비, 비상대피훈련 미비 등 안전보건에 있어 사업주 의무 회피로 이어져 결국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했다.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사업주를 계도, 지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 보호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제조업뿐 아니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 비표준적 고용관계가 확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상담과 권리구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안전한 일터 지름길, 화성시에 10인 미만 종사자 사업체는 2019년 기준 82.5%로 제조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사업장은 노동안전 및 보건에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건강센터를 만들어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및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이하 화노넷)는 시에서 근로자건강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지자체 차원의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지원체계를 마련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피드백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사업장 스스로의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시켜야 사업장 출입 권한이 없는 지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아리셀중대재해참사 발생 5일 만에 산업진흥원에 산업안전본부 신설을 밝혔다. 8월 8일 산업안전본부는 고위험기업 안전진단과 안전관리,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산업안전 교육과 전문가 양성, 안전시설 구축 지원 등의 역할에 대해서도 밝혔다. 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위한 기술 개발, 성장, 효율경영을 주목적으로 한 조직에서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역량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공공영역의 독립된 노동안전보건 기구가 설립되어야 사업장 안전보건체계 구축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안전보건체계를 만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 경영과 대치되는 요인으로 인식하는 사업주가 적지 않다. 사업주의 필요와 욕구를 앞서 수행하는 산업진흥원의 산업안전본부가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충족시키는 지역사회 안전보건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역할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 현장에 맞는 지역사회 노동안전보건 증진을 주목적으로 사회적 힘의 역학관계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독립적인 기구로 자리매김돼야 본연의 취지에 맞는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시는 산업안전지킴이를 발족해 화재나 전기, 유해물질 분야를 상시 점검하며 산업현장 컨설팅 등으로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경기도의 노동안전지킴이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들을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점검을 나간다고 해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 점검 나올 때만 하는 척하고, 피하면 넘어가는 악순환의 반복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이들이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위험 작업에 대한 작업 중지 권한 정도는 있어야 지킴이 사업의 의미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화성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고용안정에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 정규직 비율은 20대~64세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으나, 여성의 경우 전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정규직 비율이 낮으며, 40대 이후 비정규직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성별 비정규직 비율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안정적 여성 일자리 충원 시 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하거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시 가점 부여로 장려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남성 중심 사업장에 여성화장실 및 휴게실을 마련하거나 여성 고용비율을 확대할 경우 사업장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자타가 공인하듯 화성시는 이주노동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으나 이들의 노동조건 및 노동환경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도 열악한 것으로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등록 이주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 비중은 국민연금 58.4%로 가장 낮으며, 고용보험 72.9%, 건강보험 73.9%, 산재보험 76.1%로 4대보험이 제대로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협조로 등록 이주노동자 4대보험 미가입사업장을 파악해 가입을 적극 권고하고 시정이 안될 경우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지역 분포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야 체불임금, 산재 은폐, 열악한 노동환경, 반인권적 대우 등 얼마나 많은 부당노동 행위들이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4대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화성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최저생계비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시의 이주민 및 이주노동자 정책에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것 또한 매우 시급하다. 화성시민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포함하도록 조례가 개정돼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악용 사례를 상담하고 적발된 기업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강화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할 때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은 단지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가 양성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임금, 생활보장을 위한 노동기본권 보장, 고용개선 및 안정 확대, 노동안전 및 노동교육 등 집단 노동영역에서 노조 조직화 지원 등을 노동권익센터나 비정규직센터를 통해 이루어 오고 있다. 23~27년 화성시 노동기본계획에 24년 준비하여 25년 노동권익센터 설립 계획이 마련되어 있다. 산업진흥원의 산업안전본부라는 목적이 불분명한 조직을 신설하는 것보다 이미 화성시에서 조사를 기반으로 계획한 노동권익센터를 제대로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현재 화성시에서 갖고 있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를 겪으면서 화성시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노동자의 목소리,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먼저이다. 일방적이고 임시적인 행정은 당사자의 이해나 만족을 끌어내지 못한다. 

 

화노넷은 화일약품중대재해대책위 때부터 노동정책 관련한 제안을 본격적으로 제기해 왔다. 더 큰 참사를 겪으면서 이제라도 화성시가 노동자가 안전하고 살만한 지자체로 거듭나기 위해 선행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노동행정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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