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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08]
스포츠에서 배우는 혁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8/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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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딕 포스베리(Dick Fosbury: 1947-2023)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높이 뛰기에서 그는 늘 꼴찌를 도맡아 했다. 그러나 그는 웬일인지 지는 것이 죽기보다 더 싫어 엄청나게 노력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당시 높이 뛰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냥 앞으로 뛰어가지고는 높이 올라갈 수 없으니, 앞으로 뛰면서 발을 먼저 쭉 뻗어 가위처럼 만들고 뛰는 가위뛰기 방법이 있었고, 바(Bar)에 평행선으로 달려와서 몸 전체로 바를 감싸고 도는 방법이 있었다. 포스베리는 이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된 16세 때 그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남들이 다 앞으로 뛰고 있을 때 그는 뒤로 뛰는(배면뛰기) 방법을 찾은 것이다. 바 쪽으로 달려와 한 다리를 고정하고 장대 역할을 하게 하여 몸을 뒤로 뒤집어 상체를 바 위로 넘긴 다음 다리는 나중에 끌어올리는 방법을 수없이 연습했다. 

 

배가 바를 향하고 뛰는 방법에 비해 등이 바를 향하고 뛰는 것은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뒤로 넘으면, 몸 전체를 한꺼번에 바 위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상체만 먼저 넘기고 하체는 나중에 넘기는 물리적인 이득이 있었다.

 

이 기술 덕분에 포스베리는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이 기술에 주목하지 않았으며, 포스베리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무명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올림픽에서 차례차례 1차 시기에 점프에 성공하고 있었다. 바가 2.18m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포스베리를 포함해 단 5명뿐이었다. 포스베리는 여기서도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이때부터 경기장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뒤로뛰기가 만만치 않은걸.”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국 선수 2명, 포스베리와 에드 카루더스, 그리고 소련의 발렌틴 가브릴로프 세 명이 남아 2.20m에 도전했다. 세 사람 모두 첫 시도에서 2.20m를 넘었다. 바는 2.22m로 올라갔고 소련 선수 가브릴로프가 먼저 탈락했다. 남은 사람은 포스베리와 카루더스였다. 두 사람 다 2.22m도 성공했다. 바가 2.24m로 올라갔을 때 승부가 판가름 났다. 등을 완전히 굽힌 뒤에 다리를 차올린 포스베리는 성공했으나 바를 감싸고 넘은 카루더스는 실패했다. 포스베리는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때부터 포스베리가 시도한 뒤로 뛰기가 주목을 받았으며, 언론은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이라고 명명했다. 1972 뮌헨 올림픽에서는 높이뛰기 종목 출전 선수 40명 중 28명이 포스베리 플롭으로 바를 넘었으며, 1988 서울 올림픽부터는 정면으로 뛰는 기술이 올림픽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높이뛰기에서 이런 혁신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목에서도 역사를 바꾼 혁신이 있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출발선에서 몸을 웅크리고 두 손을 땅에 집고 있다가 출발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다들 서서 출발했으나 미국인 토마스 버크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에서 크라우칭 스타트(Crouching Start)라고 하는 이 방법을 선보여 신기록을 세움으로써 결국 세계표준이 되었다. 

 

수영 경기를 보면, 200m 경주를 한다고 하면 50m 경기장을 4번 주행하게 된다. 그러면 50m 반환점을 돌아야 하는데 선수들이 한바퀴 돌면서 발로 차서 돈다. 그런데 이것도 과거에는 없었던 기술이다. 모두 손을 치고 돌았었다. 그런데 아돌프 키에프라는 미국인 선수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16살의 나이에 배영 100야드(91.44m)에서 플립턴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을 써서 금메달을 땄다. 이로부터 플립턴 또한 세계 표준이 되었다.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승전보가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바람이 되고 있다. 특히 양궁에서 여자 단체팀이 10연패를 기록하고 남자 단체팀이 3연패를 기록한 것은 정말 초특급 대박이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스포츠 경기를 이렇게 승패의 단맛만 보고 잊어버리면 안 될 것 같다. 스포츠는 기술의 역사이고 혁신과 창의의 대장정이다. 이런 인간승리의 역사를 찾고 음미하는 것이 스포츠를 즐기는 진정한 태도가 아닐까.

 

올림픽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사옥을 마련한 ‘우아한 형제들’은 건물 인테리어를 이런 스포츠 스토리로 장식했다. 8층은 토마스 버크의 크라우치 스타트를, 11층에는 딕 포스베리의 배면뛰기를, 12층에는 얀 버틀레브의 V자 스키 점프를, 그리고 계단에는 아돌프 키에프의 플립턴 장면을 담았다. 스포츠와 비즈니스가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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