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락천 (주)동부케어 대표이사/온맘터치협동조합 이사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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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한 지인은 70대 초반 내과의사다. 지금도 은퇴 계획이 없다고 한다. 70대 초반인 그가 은퇴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60대 중반부터 은퇴를 고려했었다. 하루 종일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 걸 느끼곤 했기 때문이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병원을 접고 세계 각 곳으로 여행 다니며 노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팬데믹이 생각을 바꿔 주었어요.”
팬데믹으로 병원을 정상 운영하지 못하고 예약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전 진료만 하게 되면서 그는 일종의 ‘아하!’ 순간을 맞았다. 진료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병원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후 그는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완전 은퇴하는 대신 일을 줄이면서 즉, 오전 진료만 하면서 일정을 조절해 틈틈이 여행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는 일과 레저를 병행하는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계획이다.
60대, 70대 베이비부머들이 점점 오래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년층 중 일을 하는 사람은 19%에 달했다. 이는 1980년대 후반에 비하면 두 배로 늘어난 수치이다.
고령이 되도록 일을 하는 게 요즘 미국의 한 추세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의 평균 은퇴 연령은 62세. 2000년대 초반에는 59세였다. 노년층이 은퇴 시기만 늦추는 게 아니다. 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87년에 비해 거의 30%가량 늘었다.
노년층이 왜 이렇게 늙도록, 그것도 장시간 일을 하는 걸까. 저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크게 나누면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일이 좋아서, 둘째는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노년에 일을 계속하면 무료하지 않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수입이 늘어 재정적 여유도 생기니 일석삼조라고 여기는 게 전자. 앞의 내과의사나 그 외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은퇴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근무시간을 편하게 조정하면 될 일이다. 고령에도 일하는 게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이다. 건강과 체력 면에서 지금의 6070 세대는 과거의 4050 세대와 비슷하다고 한다. 나이 들었다고 두 손 놓고 놀 이유가 없다.
문제는 후자.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노인들이다. 노구를 이끌고 고된 일을 하는 빈곤층 노인들 이야기는 심심찮게 보도된다. 어느 82세 노인은 월마트에서 캐시어로 일하고, 또 다른 노인은 89세에 피자를 배달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 등이다. 노인들의 곤궁한 처지를 보다 못한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모금 캠페인을 벌여 각각 10만 달러, 2만 달러를 모아 전달한 덕분에 이들은 다행히도 은퇴를 했다.
2022년 소비자 재정 설문조사(SCF)에 따르면 55~64세 연령층 중 은퇴 구좌가 없는 케이스는 43%에 달한다. 빠듯한 수입으로 렌트비 내고 자녀들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느라 헉헉대다 보면 자신의 노후를 챙길 여유는 없다. 소셜 시큐리티가 유일한 노후대책인데 지난해 12월 기준, 소셜 연금 평균 지급액은 1,905달러. 절대로 넉넉한 액수가 아니다. 참고로 65~74세 중 81%는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만, 이 중 30%는 여전히 모기지를 갚아 나가야 한다. 19%는 렌트.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혹은 일이 좋아서… 이래저래 70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 게 미국 노년층의 모습이다. 노년의 삶에서 은퇴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수명이란,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혼자 거동이 불편한 기간을 뺀 나머지를 의미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73.1세로 평균 기대 수명인 83.6세(2021년 기준)보다 약 10년가량 낮다. 이는 죽기 전 마지막 10년은 건강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
정형외과적 관점에서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뼈, 관절, 근육의 건강인데 이들 부위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에 따른 여러 질병이 발생할 수 있어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근골격계 관리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가 들면서 뼈, 관절, 근육이 약해지고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노년기의 이런 상황을 대비해 한창 근골격계가 발달하는 30대 이전에 뼈와 근육, 관절의 양과 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근테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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