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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interview-안상교 ㈜늘푸른 대표]
“제품이 없다면 새롭게, 있다면 더 경쟁력 있게”
30년 업력의 식품 제조업계 강소기업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4/05/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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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좋아하는 것이 김치다.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백김치, 석박지 등 종류도 맛도 다양하다. 잠시 외국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외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진다. 우리 한국인의 유전자 깊숙이에는 김치 유전자가 따로 박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정방 시인은 이런 김치를 ‘평생을 먹고도 물리지 않는 밥도둑님!’이라고 표현했다.

 

온 국민의 기호식품인 김치를 30년간 만들어 온 ㈜늘푸른(Evergreen Co.)의 안상교 대표를 만났다. 다부진 체격, 온화한 웃음 뒤에 강인함이 느껴진다. 

 

㈜늘푸른의 주요 제품은 누적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볶음야채믹스, 오징어초무침, 김치찜·찌개 밀키트, 밥도둑강된장 등의 즉석조리식품과 대한민국 동치미 생산 1위 비트동치미/동치미베이스, 하남돼지집 구운김치, 햇살드리 맛김치 등의 김치류가 있다. 주요 고객은 본죽, 채선당 등의 프랜차이즈, sias, 팜스코푸드 등의 식품제조회사, 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국방부 등의 유통사들이다.

 

1995년 창업 이래 언제나 엄선된 국내 식재료만을 사용해 건강한 한국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힘써 왔다. 김치 제조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농·수·축산물을 아우르는 종합식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7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44%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80여명의 직원들로 230억원의 매출을 올린 종합식품제조업계의 강소기업이다.

 

㈜늘푸른은 김치 사업을 시작으로 품목을 하나씩 늘려 왔는데, 이렇게 식품 사업을 하면서 성공한 비결에 대해 세 가지로 요약해 설명해 주었다.

 

  © 화성신문

 

 

정직과 신뢰

 

안 대표는 첫 번째 요인으로 “김치를 맛있게 만들려면 정직해야 합니다. 좋은 재료를 레시피에 따라 정확하게 넣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죠”라며 “고객과 한 번 가격을 결정하면 아무리 배추 파동이 있어도 우리는 고객에게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습니다”라고 정직과 신뢰를 얘기한다.

 

㈜늘푸른에서는 100% 국내산 농산물만을 사용하고, 배추 파동이 와도 고객과 당초 약속한 가격을 지키기 위해 4개월 동안 저장할 수 있는 특별한 저장 기술을 가지고 있다. 5톤 트럭 300대 분량이다.

 

4개월씩 장기간 저장하려면 재배 조건도 다르게 해야 한다. 배추를 경작하는 농민들에게 장기 저장에 적합한 재배 조건으로 경작하도록 계약하고, 계약한 물량은 약속한 가격으로 전량 수매한다. 매년 2월과 9월, 고객과 약속한 물량만큼 구매해 저장창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배추를 경작하는 농민, 김치 제조를 하는 ㈜늘푸른, 고객사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신뢰해야만 가능하다. 안 대표는 오랫동안의 사업을 통해 이런 신뢰의 비즈니스 기반을 닦아 왔다. 대부분의 거래처들이 10년 넘게 거래한 장기 거래처들이다.

 

 

 

감동을 주는 비지니스

 

㈜늘푸른은 2021년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지원사업(고도화1) 수요기관, 2023년 제조로봇 선도보급 실증사업(식음료 분야) 수요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2021년부터 매년 정부 보조 5억원, 자체  5억원 정도를 투자해 공정 혁신을 추진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개선된 효과는 고객사와 공유해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에 반영한다. 이런 노력으로 매년 재료비가 올라가고, 인건비가 올라가는 요즘, 단가 인상을 요구해야 할 판에 ㈜늘푸른에서는 매년 자발적 가격 인하를 지속해 오고 있다. 

 

또한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해 주기 위해서 고객사에도 많은 제안을 한다. 이런 제안의 선택은 고객사의 몫이지만 모든 데이터와 현장을 투명하게 공개해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발생되는 이익은 고객과 나눈다.

 

안 대표는 이런 자세를 ‘감동을 주는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끊임없는 공정 혁신을 통해 감동을 주는 생산을 하고, 고객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제품 개발로 감동을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제품이 없다면 새롭게, 있다면 더 경쟁력 있게’라는 슬로건에 잘 표현돼 있다. 3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사에 끊임없는 개발을 제시하고,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식품을 세계적인 식품으로 견인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안전과 위생은 최우선

 

안 대표는 식품 산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제품의 안전과 위생을 꼽았다. 사람들이 먹는 것이니까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기적인 직원 교육은 물론, 혹시 모를 이물질에 대비해 5대의 X-ray 투시기와 금속 검출기로 검사한다. 이물이 발견되면 즉시 라인이 스톱된다. 간혹 배추 농산지인 강원도에서 수렵이 허가되는 시기에 발사된 산탄이 눈에 보이지 않게 배추속에 박히는 경우도 있어 어떠한 이물도 놓치지 않도록 시설을 구축했다.

 

또한 원료의 안전성을 위해 검증된 원자재만을 사용하고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을 교육하며 열과 성을 쏟는다. 공장 내 대부분의 설비와 운영 매뉴얼에는 안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 들어가 있다.

 

 

 

삶의 의미를 준 고향 태백

 

30년을 한결같이 정직과 신뢰를 실천하며 종합식품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늘푸른의 안 대표는 예산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부모님이 광산 관련 일에 종사하게 되면서 태백으로 이사해 군 입대 전까지 태백시에서 성장한 태백맨이다.

 

안 대표가 유년기에 살았던 탄광촌 태백의 환경은 열악했다. 길바닥에 탄가루가 시커멓게 쌓여 발로 밟으면 먼지가 풀썩 올라올 정도였고, 날리는 탄가루에 어떤 옷을 입어도 하루를 넘길 수 없고, 아무리 깨끗하게 놀아도 손발은 새까매졌다. 당시에는 학교에 도시락도 가져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절대 다수였다. 사는 데 바빴던 부모들은 자식들의 공부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덕분에 늘 친구들과 어울렸던 안 대표는 발에 닿는 모든 곳이 놀이터였다. 고기 잡고 싶으면 고기 잡고, 열매 따고 싶으면 열매를 따서 먹고, 목욕하고 싶으면 개울가에서 훌러덩 벗고 첨벙거렸다.

 

안 대표는 본인의 생존력과 과감성을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도 부모의 간섭없이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이 개구쟁이로 자라난 태백에서의 환경 덕분으로,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오늘날이 있다고 믿는다. 안 대표에게 고향 태백은 ‘삶에 의미를 준 도시’로 자리잡았다.

 

  © 화성신문



 

김치 공장 창업

 

군대를 제대하고 결혼한 후 안산에서 반월공단, 시화공단에 있는 회사들에 급식하는 사업을 했다. 당시는 시화공단 쪽으로 공장을 지을 때라 주변 시설이 별로 없어 사업은 괜찮게 진행됐다. 이렇게 회사 급식을 하는데 김치를 공급해 주는 곳이 말썽이었다. 맛이 없어서 버리는 게 더 많았다. 김치가 모든 반찬의 기본 베이스인데 이런 김치를 고객들에게 내놓기가 너무 송구스러웠다.

 

이에 안 대표는 ‘우리가 쓸 김치는 우리가 만들자’는 생각으로 김치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예 1995년 김치제조회사를 창립해 현재의 자리에 작은 규모의 김치 공장을 만들었다. 이후 위생을 고려해 모든 시설을 재구축하고 일부 외연을 확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늘푸른에는 별도의 영업전담팀이 없다. 대신 경쟁사들이 많은 투자와 낮은 단가로 원가 구조상 도저히 안 된다며 포기하는 품목들도 ㈜늘푸른에서는 기꺼이 개발에 도전해 끊임없는 원가절감 노력으로 수익 구조를 맞춰 놓는다. 기본적으로 맛이 보장되고, 가성비가 좋으니까 고객사에서 먼저 개발해 달라고 연락이 많이 오는 편이다.

 

제조 시스템은 로봇을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점차 바꿔 나가며,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AI를 도입한 공정 개선이다. 현재 경영 승계 작업 중인 안재욱 실장을 중심으로 AI를 전체적인 매뉴얼에 도입해 회사의 시스템을 재구축하려고 한다. 올해 하반기에 시작해 1~2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AI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와 엄청난 차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IMF의 고비를 신용으로 넘다

 

안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때를 IMF 때라고 말한다. 당시 단체 급식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단체 급식을 해 주고 있던 회사 중 몇 군데가 부도가 났다. 부도난 회사의 직원들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출근하면서 법정관리가 되더라도 밥값은 줄 테니 급식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대표는 이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안 대표가 거절하면 부도난 회사에 급식을 제공할 회사가 나타날 리 만무했다. 부모 마음으로, 또 그간 쌓은 정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부도난 회사에 계속 급식을 공급했다. 일부 회사는 나중에 돌려받았지만 일부는 받지 못했다. 또한 원자재 파동이 일어나면서 안 대표에게도 커다란 위기가 닥쳤다.

 

“저도 신용으로 극복했지요. 죽기 살기로 일하는 거 외에는 대안이 없었어요. 그 시기에는 잠을 하루 2시간~3시간밖에 자지 못했어요.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가락시장에 직접 가서 시장을 몇 시간 동안 구석구석 누볐지요. 조금이라도 싼 곳이 있으면 그걸 사다가 단체 급식을 했었죠. 그냥 전쟁이었어요. 한 5년 정도 그렇게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덤덤히 어려웠던 시기를 회상했다. 

 

농산물은 그날그날 돈을 줘야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왔던 신용 덕분에 결재 기간을 연장해 줘 이 위기를 시간을 가지고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당시 편의를 봐줬던 분들과는 지금도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부지런한 삶을 살아라

 

안 대표는 특별히 출장을 가지 않는 한 매일 아침 회사에 들러 중요 설비, 폐수장, 저온 창고 등을 체크한다. 4개월분의 배추를 저장해 놓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취미를 묻자 “딱히 취미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회사 일이 내 삶의 전부죠”라고 답하는 그에게서 매일 아침 6시 40분에 출근했다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가는 고된 삶을 마다않고 평생을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사업해 온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한 마디로 “부지런한 삶을 살아라”며 부지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안 대표에게서 듣는 ‘부지런해야 된다’는 말은 큰 울림으로 느껴졌다. 

 

안 대표는 본인이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가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화성상공회의소 회장, 이게 내 삶의 의미예요. 늘푸른 대표이사, 이것도 내 삶의 의미예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 내가 관여된 모든 것들이 내 삶의 의미죠, 그 속에서 내가 바르게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며 살아가고 있죠”라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삶을 굳세게 지켜나갈 것을 얘기한다. 아름답게 익어가는 업계 리더로서의 그의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는 것도 마음 설레는 일이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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