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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48]
노년의 삶을 산다는 것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5/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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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     ©화성신문

“60년에서 70년, 80년으로 늘어가던 인생이 이제는 100년이라는 긴 여정의 인생길로 현실화되었다. 이 길고도 먼 길에서 장기적이고 친밀한 관계는 망망대해 같은 인생에서 구명보트 역할을 한다. 고령자일수록 친구, 반려자, 가족의 존재는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고, 서로의 연결고리는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다. 아무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고 고립되어 지낸다면 무미건조한 삶이 될 수 밖에 없다. 소중한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갈지,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나누며 인생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여야 한다.”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여행자에게 전하는 세심한 지도를 70세가 된 세계적인 심리치료사인 메리파이퍼가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라는 저서에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떤 사람은 나이 들수록 멋지고 근사해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날이 갈수록 불평이 늘고 자기 이야기만 하고 쉴 틈 없이 다른 사람 욕을 하면서 늙어간다. 하루하루 고인 물로 닳고 낡아갈게 아니라 지혜롭게 흘러서 성숙해지기를 다들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그런 행운을 누리는 건 아니다.

 

행복한 인생 후반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는 늘 중요한 주제였지만, 특히나 현재 살아 있는 인류 대부분이 90대에서 100대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럼에도 길어진 인생, 인생 후반의 기나긴 여정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매우 부족한 상태이고 청년이나 중년에게는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기에 무관심이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기 쉽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특히나 여성은 연령차별주의(노인 혐오)와 외모지상주의라는 두 가지를 극복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병든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실, 고독도 찾아온다. 노년을 자신과는 상관없는 머나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청년도, 인생 후반이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중년도, 이미 변화의 시점에 들어선 노년층도 세월이 불러올 낯선 감정과 정체성 변화에 미리 대비해둬야 하는 이유다.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여행자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규칙으로 ‘절대 당황하지 말라’를 든다. 위기의 순간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기지를 발휘하며, 감정을 능숙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인생을 더없이 즐거운 경험의 장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건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각별한 기쁨이 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노년층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나이듦과 아름다움을 잃는 것에 지나칠 정도의 공포심을 느낀다. 노력하면 예뻐지고 젊어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터무니없는 돈과 시간을 들이며 젊음을 손에 넣으려고 애쓴다. 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늙는 건 나쁘다’는 생각과 ‘젊을수록 내 가치가 높아진다’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젊고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자신은 여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자책하고 스스로 괴로운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현재 생동하는 삶의 아름다운 면면들을 놓치며, 우리는 점차 많은 것에 무뎌지고 건조한 인생을 살아간다. 과거와 달리, 많은 여성이 나이가 들어도 직장에 다니고 있고, 결혼이 아닌 독신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며,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나 여자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외모와 젊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여성들이 정년 후 어떤 인생을 살지가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모든 노년층들이 삶을 지배하여 주어진 짧은 생을 즐기면서 멋지고 보람 있게 살 것인가 아니면 패배하여 남에게 인생을 맡기고 질질 끌려가며 불평과 불만이나 늘어놓고 한탄하면서 세월을 보낼 것인가? 신념과 용기를 일깨워 인생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나약하고 우유부단으로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인가? 인생은 할 일 없이 계속되고 때때로 반복되지만, 시간의 단순한 흐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가슴 설레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 그리고 나이 들수록 어느 하루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음을 가슴 벅차게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깊고 진한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dongbuc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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