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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문화 칼럼 17 죽음과 애도 열한 번째 이야기]
완화 의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1/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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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혁 하늘가장례식장 대표

지난 호에 말한 죽음에 대한 진실 세 가지는 누구나 죽는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진실 세 가지 중 누구나와 언제는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어디서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사가 아니라면 내가 죽음을 맞이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익숙한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학자들은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면 그와 더불어 의학도 세 단계를 거쳐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나라 전체가 극도로 빈곤한 상태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는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국민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재원이 풍부해져서 의료 서비스가 더 널리 퍼진다. 이제 사람들은 아플 경우 병원을 찾는다. 따라서 집보다 병원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세 번째 단계, 즉 한 나라의 소득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진입할 즈음 사람들은 삶의 질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삶의 질에 대한 고려는 몸이 아플 때도 계속 이어진다. 이로 인해 집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다시 늘어난다.

 

이 패턴은 실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일치하는 듯하다. 1945년에만 해도 집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단연 과반수를 차지했던 것이 1980년대 말에는 17%에 그쳤다가, 1990년대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호스피스 케어를 이용하는 빈도도 점점 늘어나 2010년에는 미국인 사망자의 45%가 이 서비스를 받다가 임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2019년 사망 장소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의료 기관 77.1%, 주택 13.8%로 집계되었다. 이는 위에서 말한 두 번째 단계이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의 영안실이 장례식장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부터이다. 이즈음에 전문 장례식장도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이 점차 없어졌다. 다시 말해 아프면 무조건 병원으로 가다보니 장례 자체도 집이 아닌 병원의 장례식장이나 전문 장례식장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곳에 조문을 다녀온 것이 2004년도가 마지막이었다.

 

요즘은 웰빙에 더불어 웰다잉이 회자가 되는 시기이며,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국가 또한 연명 의료 결정법을 제정하였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ㆍ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2016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후 호스피스 분야는 2017년 8월 4일에, 연명 의료 분야는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연명 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 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 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 의료를 중단하여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연명 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연명 의료 결정과 관련하여 관심 있게 볼 통계가 있다.

 

연명 의료 결정법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첫 해에 연명 의료 중단을 신청한 환자가 3만6000명에 달한다는 것이고, 2021년 12월 16일 기준 누적된 연명 의료 중단 신청자수는 189,891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첫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연간 4만 5천명 이상이 연명 의료를 중단하였다는 것으로, 시행 4년 만의 일이다. 이에 대한 소견을 바로 내기에는 이른감이 있으나, 우리나라 또한 미국과 유럽 선진국과 같이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미국의 호스피스 정책이 가정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제는 조금 더 나아가 마지막 임종의 장소가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면서 외롭지 않게 임종을 맞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 혁 하늘가장례식장 대표는

 

봉안당·장례식장을 운영하며 경기도 ‘장사재단법인 관리지침’ 수립,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수립을 위한 자문활동 등 올바른 장례문화를 선도하는데 앞장서 왔다. 또 화성시 사회복지협의회·자원봉사센터 이사, 화성시 사회공협협의회 고문을 역임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장례 후 남겨진 유가족 돌봄 프로그램을 복지단체와 연계해 시행하는 등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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