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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76]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모래시계를 사용하는 까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9/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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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은 사무실에 모래시계를 두고, 자주 이 모래시계를 사용한다. 자신만 모래시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두산그룹 임원 중에는 모래시계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2012년 제주도에서 있었던 두산그룹 고위 임원 워크숍에서는 박용만 회장이 특별히 멋진 모래시계를 제작하여 참석자 80여 명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모래시계는 높이 10.8㎝, 밑면 지름 9.8㎝의 원통형 타입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협조를 받아 유리공예작가와 금속공예작가가 수공예로 만든 것이었다.

 

그럼 박용만 회장은 이 모래시계를 어디에 쓰는 것일까? 보통 결정을 해 놓고 한번 더 생각하는 데 쓴다. “이게 맞는 결정인가?” “이게 최선인가?” “이 방법밖에 없는가?” “혹시 내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는가?” 하고 묻는다. 모래시계를 놓고 2-3분 기다리고 있으면, 자신의 생각이 슬그머니 바뀌는 경험을 박 회장은 많이 했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 창업자의 손자이다. 대학을 마치고 두산에 일찍 입사하여 중책을 맡고 빠른 승진도 했다. 사실 자신의 특수한 백그라운드도 있지만 자신이 꽤 유능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용케 자신이 제안한 일이 성과를 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도 평판이 좋아지고 자신에 의존하는 경향도 생겼다.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까지 박 회장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신이 나서 열심히 연구를 하고 또 제안도 해 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박 회장은 자신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능함의 덫에 빠지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 유능해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기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결정이 빨라지고 있었다. 뭐든지 빨리 결정을 해주지 않으면 무능하게 보이는 것 말이다. 그리고 조급증도 생기는 것 같았다. 은연중에 부하들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부터 자신이 좀 급한 성격이었는데 점점 더 급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모래시계를 생각했다. “여유를 갖고 한번 더 생각해 보자.” 

 

모래시계를 여러 개 사봤다. 10분짜리는 그때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고 1분짜리는 너무 짧았다. 3분짜리가 적당했다. 3분이면 미쳐 고려하지 않은 요인을 찾을 수도 있고, 화가 났을 때는 그 화가 가라앉기도 했다. 3분은 사실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보고서를 읽다가 화가 나서 전화기를 들었다가도 내려놓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는다. 일단 3분을 기다린다. 그러면 다른 방법이 떠오른다. 힐난이 담긴 이메일도 다 작성해 놓고 보내기 클릭을 하기 전에 모래시계에게 물어 본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감정적인 대처는 90%가량 줄어들었다고 박용만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다.

 

모래시계는 물론 감정적인 분출을 막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박 회장의 모래시계에는  ‘이것이 과연 두산의 방식인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내가 내린 이 결정이 과연 두산이 내세우고 있는 가치에 부합하는가?”.를 한번 더 묻는데 쓰이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2013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면서 또 새로운 것을 배웠다. 기업에서처럼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따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익이 좀 없어도, 그리고 효율이 좀 떨어져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되었다. 이때에도 모래시계는 유용하게 쓰였다.

 

리더의 일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그런데 아차 하면 그 의사결정이 잘못되어 큰 손실을 주거나 화를 불러일으킨다. 아무리 여러 사람이 토의를 하고 검토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날 다시 살펴보면 부족한 점이 나온다. 그때는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나면 그 후에 후유증이 많이 남는다. 이런 일을 미연에 막기 위해 모래시계가 필요한 것 같다. 실제로 모래시계가 아니더라도 모래시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IT 사업을 하는 강 사장은 심각한 이메일은 항상 오전에 보낸다. 내용을 써놓는 것은 전날인데 바로 보내지 않고 임시저장을 하였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다시 한번 읽어 보고 보낸다. 그런데 강 사장이 썼던 이메일 중에는 보내지 않는 것들이 많다. 다시 보니 보낼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송 사장은 상대방과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잠깐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에게는 회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모래시계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래시계는 단지 기다리게 하는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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