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65]
마인드를 바꾸려면 옷을 먼저 바꾸어보세요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6/14 [08:4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는 젊었을 때도 안 입던 청바지를 60이 넘어 입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거 좀 변신을 해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다가 청바지를 생각해낸 것이다. 처음엔 걱정을 좀 했으나 뜻밖에 주변 사람들의 평이 좋아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청바지를 입었고, 심지어는 장례식장에 문상을 갈 때도 청바지 차림으로 그냥 갔다. 청바지 차림으로 부음을 받고는 집에 와서 복장을 갈아입고 가기가 번거로워 그냥 입은 채로 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한번은 아주대 경영대학원 화성동문회 송년 행사에 초대받아가게 되었는데 모두 정장 차림인 것을 보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이거 내가 초대 손님으로 왔는데 큰 결례를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분이 또 있었다. 채인석 당시 화성시장이셨다. 그 분은 ‘청바지 시장’으로 알려진 분이었다. 그래서 으레 그 분은 청바지 차림이다. 그 모습을 보고 필자는 안도의 한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채인석 시장은 점잔 빼는 시장이 아니라 일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 청바지를 입는다고 했다. 청바지를 입은 시장이 좀 낯설기는 했으나 젊고 역동적으로 보이기는 했다.

 

필자는 내친 김에 헤어스타일까지 변모를 꾀해 보았다. 머리숱이 빠지면서 대머리가 되었는데 여러 가지 발모제를 이용해 보았자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생긴 대로 살자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후배하고 골프를 치는데 갑자기 그 후배가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선배님, 이거 가발입니다. 선배님도 한번 해 보세요. 아주 달라질 겁니다.”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런 후배의 머리가 가발 이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었다. 후배의 그 다음 이야기가 필자를 결정적으로 움직이고 말았다. “숍에 가면 머리를 사진 찍고 컴퓨터상에서 3D로 여러 가발을 씌워 보여줍니다. 그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가슴이 뛰고, 자신감이 팍 솟습니다.” 

 

‘자신감이 솟는다.’ 이 거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 필자도 바로 숍으로 가서 신청을 하고 머리 모양을 바꾸었다. 그랬더니 주변에서는 15살이나 20살 젊어 보인다고 한다. 새롭게 살고 있다는 기분이다. 몇 개월이 지나자 집사람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 가발한 모습이 진짜 같고, 가발 벗은 모습이 어색해.”

 

“속이 좋아야지.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하나.” 그렇게들 이야기한다. 물론이다. 속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속을 좋게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사실 속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지나 열정 그리고 사상이나 가치관을 어떻게 쉽게 바꿀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떨 때는 놀랍게도 겉모습 조금 바꾸면 그 어려운 마인드 변화가 쉽게 일어난다. 청바지를 입으면, 좀 젊게 행동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마인드도 젊어진다. 젊은 사람과 소통도 쉬워지고 세상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게 된다. 

 

변화의 시대, 변화하라고 이야기들 많이 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포럼에서 매월 1회 조찬강연회를 열고 있다. 강연 주제는 다양하지만 그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는 ‘변화’이다. 변화를 직시하자는 것이고, 변화를 받아들이자는 것이고, 변화를 주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대면 강연회를 못하게 되어 줌(zoom)으로 강연회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줌강의를 해보자고 따라 온 사람은 소수였다. 번거로와서 줌을 이용할 수 없다느니, 역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 소통이 된다느니 하면서 불평들이었다. 여태까지 들었던 강의의 효과는 미미한 것이었다. 강의는 강의였을 뿐, 정작 회원들의 마인드는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안 보이는 마인드와 시름하지 말고 보이는 옷을 조금 바꾸어 보면 어떨까? 기왕이면 조금 더 젊게 그리고 조금 더 개성 있게 말이다. 요즘 실버 중에는 그래서 패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 액티브한 분들은 패션모델 교육을 받고 전문 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고객들의 이런 요구를 빨리 간파한 사람이 구하주씨였다. 명동과 압구정동에서 부티크를 운영하던 그는 실버들의 예상치 않은 욕구 변화를 간파하고 2006년에 시니어모델학교를 설립하여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여 모델 수업을 진행하고 또 실제로 패션쇼도 개회하고 있다. 인기가 만점이다. 실버들의 인생이 180도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구하주씨는 보고 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은 20대가 아니다. 금년 100세가 되는 뉴욕의 아리리스 아펠(Aris Apfel)이다. 그는 97세였던 2019년에도 세계적인 에이전트 IMG와 계약을 했다. 그는 이야기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려면 남들과 다른 옷을 입으라고.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