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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칼럼 22]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이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6/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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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장 / 농업경제학박사     ©화성신문

농업은 생산과정에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을 생산할 뿐 아니라 동시에 각종 환경보전 효과, 식량안보 기능, 농촌경관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 기능, 농촌활력유지 기능 등의 또다른 기능을 행하는데, 이러한 농업의 추가적 비시장적 기능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이라 하며 최근 들어 식품안전, 생물 다양성, 동물복지등이 이 기능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 가치는 약 27조 8,993억 원(2016년 불변가격기준)에 달한다. 이중 환경보전 가치 비중이 66.8%로 가장 크고, 다음이 사회문화적 기능(14.7%), 식량안보(11.2%), 농업경관(7.3%)순이었다. 보고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국민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농업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어 농업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원적 기능 개념이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2년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이었다. 주요 쟁점은 다원적 산출물 또는 비상품 산출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와 다원적 기능을 반영하려면 어떠한 정책수단이 가장 적합한지였다. 한편, OECD는 리우선언 이후 등장한 다양한 논의와 개념을 종합하여 2001년 ‘잠정적 정의’를 제시하였다. OECD는 다원적 기능을 영농활동을 하면서 상품 산출물과 비상품 산출물을 결합생산하고, 비상품 산출물이 외부효과나 공공재 성격을 지니지만, 비상품 산출물에 대한 시장이 없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다원적 기능에 관한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UR협상부터이다. 협상 당시 전 세계적인 농산물시장의 개방화와 자유화를 주장하는 수출국의 논리에 대응하여 수입국들은 자국 농업생산이 행하는 다양한 추가적인 기능이 계속 유지될 필요성을 주장하였으며, 당시 이러한 기능은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NTCs)이라 불리었다. 다원적 기능에 관한 연구는 WTO체제하의 농업 관련 다자간 무역협상에 있어 한국과 같은 수입국의 논리를 입증하는 이론적·실증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즉 수출국들의 논리를 따라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농산물시장의 개방화와 자유화가 지나치게 진행될 경우 수입국의 후생은 오히려 감소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수 있는 논리적·실증적 뒷받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원적 기능의 정의에 대해 수출국과 수입국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일본등 수입국들은 다원적 기능을 광의로 해석하여 자국의 농업보호를 위한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미국, 호주, 캐나다등 수출국들은 농업에는 환경오염등 부정적 기능도 있으며, 다원적 기능을 빌미로 국제교역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농업에서 주요한 몇가지 다원적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식량안보 기능이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는 식량안보란 건강하고 활력적인 삶을 위하여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경제적·물리적으로 충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식량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식량의 확보와 식량공급의 안정성 그리고 식량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경지면적의 감소, 식량자급률 저하, 국제미곡시장의 불안, 남북통일 대비, 빈곤층 급식지원 등 식량안보 위해요소들이 많다. 따라서 식량안보는 미래 생산성의 향상과 지역 안정화 및 지속가능한 발전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   

 

둘째, 식량안보와 함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식량안전성 기능이다. 식량안전성은 잔류농약 위험성이 있는 농산물,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질병에 감염되었거나 호르몬이 주입된 농산물의 수입으로 야기되는 잠재적인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이다. 

 

셋째, 환경 및 생태계 보전 기능이다. 농업은 생산과정에서 환경보전 기능을 수행한다. 논밭은 강우 시 빗물을 지하로 침투시켜 지하수를 저장하는데 그 양은 연간 60억 톤에 달한다. 이 물은 논·밭에 머무는 동안 농작물에 의하여 흡수되거나 토양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정화되는데, 이렇게 농업에 의해 정화되는 오염물은 연간 7억 톤에 달한다. 또한 농업은 미세 동식물, 곤충류, 포유류 등 야생 생태계를 유지하고 보전한다. 이러한 기능은 천적의 확보, 외래 병해충에 대한 완충 역할, 생물학적 다양성 확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넷째, 농촌의 활력증진과 지역 균형발전 기능이다. 농업은 농촌에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소득을 창출하고 농촌에 사람이 살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활성화, 지역 SOC의 유지·보전등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한다. 농업의 이러한 기능이 없다면 도시 과밀화로 인한 교통, 범죄, 주택, 교육문제, 지역사회 공동화등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다섯째, 농촌 어메니티 보전 기능이다. 농업은 녹색경관, 도시민들의 휴식 및 레크레이션 공간 제공, 도시민들의 정서함양 등 자연적, 문화적, 심미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민속놀이, 민속춤, 전통음악 등 대부분의 전통문화는 농업에서 유래된 것이 많아 농업은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여섯째, 재해경감 기능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집중호우가 많아 홍수 위험이 큰데 논둑은 강우 때 빗물을 저장하여 거대한 댐·저수지 역할을 하며 산림과 밭도 빗물을 흡수하여 홍수를 예방한다. 집중호우 시 저장되는 빗물은 연간 34억 톤으로 팔당댐 저수량의 14배에 달한다고 한다. 

 

ek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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