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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화성시 ‘이장 돈 요구’ 사건
“4000만 원 요구한 건 노인회장”, 마을 쑥대밭
노인회장 “마을 대표들 합의”, 마을 대표들 “합의 없었다”
공사업자 부인 시장에게 전화, 주민들 “일 크게 키워” 눈총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1/06/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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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교완 팔탄면 이장이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이장 돈 요구’ 사건의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제가 오죽했으면 언론사에 연락을 했겠습니까?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명예회복을 하려고 전화했습니다. 저는 공사업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 사실이 없어요. 마을 대표 중 한 사람인 노인회장이 독단적으로 공사업자에게 돈을 요구해놓고, 이장과 마을 대표들이 모두 합의한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진실을 밝혀주세요.”

 

5월 말경 팔탄면 율암3리 안교완 이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하소연이었다. 명예훼손을 겪고 있어서 며칠째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6월초 취재를 위해 안 이장을 만났다. 공사현장도 둘러보았다. 공사업자 이 모 씨와 이 모 씨의 부인 문 모씨도 만났다.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마을 주민과 기업체 관계자도 만났다. 안 이장과 함께 마을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났다. 돈을 직접적으로 요구해 문제의 시발이 된 노인회장은 자택까지 방문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사건의 시종은 이랬다. 공사업자 이 모 씨는 팔탄면 율암3리에서 토지주 A씨의 땅을 개발하고 있다. A씨의 땅은 23000. 4년 전인 2017년도에 1차로 7900평을 개발했다. 개발된 땅에는 기업들이 입주했다. 지금은 3000평이 조금 못되는 땅에 2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공사업자 이 씨와 토지주 A, A씨의 부인 B씨가 안 이장에게 순차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1차 개발 때 마을에 도움을 준 게 없으니 이번에는 마을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하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안 이장은 혼자서 결정할 사인이 아니라고 판단해 마을 대표들이 모이는 월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올해로 이장 2년 차인 안 이장은 월례회의에서 지난 1차 개발로 인해 발생한 토사 유출, 배수로 막힘에 의한 역류 현상 등 불편 사항이 3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2차 개발이 이루어지면 장마 등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공사업자가 돈을 준다고 해도 받지 말고 2차 개발 공사에 필요한 방음벽과 옹벽 피해 방지시설 등을 제대로 설치할 것과 배수로를 마을이 아닌 다른 쪽으로 돌리는 문제 등을 요구하자고 마을 대표들에게 제안했다. 마을 대표들도 동의했다.

 

 

▲ 4년 전 1차 개발 때 설치한 배수로가 막혀 매년 역류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맨홀.  © 화성신문

 

회의 말미에 노인회장이자 전 화성시의회 의원인 김 모 씨가 내가 공사업자 이ㅇㅇ을 만나볼게라고 혼잣말처럼 말했다고 한다. 노인회장은 그 길로 이 씨 사무실로 찾아가 4000만 원을 요구했고, 다음날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재차 돈을 요구했다.

 

기자를 만난 공사업자 이 씨는 노인회장이 수년 전 로얄컴퍼니라는 회사가 개발할 때 4000만 원을 내놓았으니 1차 개발 때 마을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만큼 이번에는 4000만 원을 달라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가 노인회장에게 4000만 원이 누구 생각인지 물었다. 노인회장이 이장을 비롯한 마을 대표들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또 지난 1차 개발 때 노인회장이 땅 300평을 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주지 않았다노인회장이 자신의 땅 2500평을 돋우는데 필요한 흙을 달라고 해서 줬는데 장비 사용료 2400만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율암3리 공단 회장 황 모 씨에게 도로사용료로 1500만 원을 뜯겼다고 했다.


사태 확산은 이 씨가 노인회장과 통화하는 내용을 이 씨의 아내 문 씨가 들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씨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문 씨는 화성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장이 돈 4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의 민원을 넣었다. 문 씨는 서 시장이 알았어, 누님, 다 해결할 게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후 시장 비서가 문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시청 감사과, 행정지원과를 거쳐 ‘[시장 지시사항] 읍면동 통리장 이권개입 방지 등 관리 철저제목의 공문이 28개 읍면동에 하달됐다. 팔탄면 이장단협의회와 화성시 통리장단협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왜 돈을 요구해서 이장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느냐’, ‘억울하면 화성시를 상대로 대응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안 이장이 마을 대표들과 월례회의를 한 일주일 후쯤 공문을 보게 된 모 지역 언론에 금품 강요한 이장·전직 정치인이란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안 이장과 마을 대표들은 시청 감사과를 찾아갔다. 노인회장은 불참했다. 안 이장 등은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노인회장이 혼자서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이장에 따르면 시청 감사과 과장과 팀장이 어떤 여자 분이 민원을 제기해왔고 시장님 지시사항이어서 공문을 하달했을 뿐이지 민원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우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문에 안 이장 이름이 들어있지 않은 것 아니냐.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했다.

 

안 이장은 또 행정지원과 관계자에게 공문에 팔탄면을 집어넣은 이유를 물었더니 민원이 들어왔으니 예방차원에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지만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의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마을 대표인 K 씨는 합의는 뭔 합의여. 돈 달라고 하면 형사입건 되는 걸 뻔히 아는 상황인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 대표 Y 씨는 노인회장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돈을 달라고 한 모양인데, 자기들이 먼저 마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해놓고 노인회장이 그랬다고 민원 넣고 그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 공사업자 이 모 씨가 안전 펜스 등 일체의 안전시설을 하지 않은 채 쌓아 올린 6m 높이의 옹벽.  © 화성신문

 

 

 

며칠 전 화성시장이 화성시 통리장단협의회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신중하게 확인 못하고 일을 크게 확대해서 송구하다는 취지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온하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이장의 돈 요구사건은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취재 과정에서 공사업자 이 모 씨는 2차 개발 과정에서 6m 높이의 옹벽을 쌓으면서 안전펜스 등 일체의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해 인근 주민과 기업들에게 큰 피해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차례의 민원 제기에도 불구, 시청에서는 단 한 차례도 현장 방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이장은 수차례 전화를 했음에도 노인회장은 받지도 않고 문자에도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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