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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좋은 취지 불구, 기업체 사장도 ‘불만’·근로자도 ‘불만’
기업 “생산성 하락에 납기 지연”, 근로자 “월급 줄어”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1/05/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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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에 대해 중소기업 사업주들과 근로자들은 불만이 팽배하다. “52시간 근무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궁금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중소기업에도 실익이 없고, 정작 정책의 수혜자라고 생각됐던 근로자들마저도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는 20183,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현재 회원국 숫자는 38) 중 최고 수준이며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인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의 건강한 삶과 일·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근로기준법 개정 주요 내용은 연장·휴일근로를 포함한 1주 최대 52시간 근로, 특례업종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 휴일 근로 할증률 명시, 관공서 공휴일의 유급 휴일 의무화 등이었다.

 

정부는 기업들의 불만이 팽배해지자 개정법을 기업 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의 애로 해소와 노동권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21대 국회에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와 건강보호 조치 등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201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올해 15일 공포돼 4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5~49인 사업장에 71일부터 적용된다.

 

52시간 근무제도는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은 201871일부터, 특례에서 제외된 21개 업종의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97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50인에서 30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01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잔업해서 먹고 사는데

 

오는 71일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추가 연장근로가 71일부터 20221231일까지 한시적으로 인정되며,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 시 18시간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근로 허용된다. 이 경우 1주 최대 근로시간은 60시간까지 가능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 근로자수는 50인 미만이다.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들 중소기업 대표들과 노동자들이다.

 

팔탄면에 위치한 A사 총무부 O차장은 52시간 근무제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짜 근로자를 위해 만든 제도인지 사업자를 위한 건지 모르겠어요. 둘 다 아닌 것 같거든요. 책상에 앉아서 이 법을 만든 분들을 위한 법인 것 같아요.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니까 급여가 줄어요. 원래 이 법의 취지가 근로시간을 줄이고 여유시간을 가지라고 하는 건데 급여가 주는데 어떻게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겠어요. 나가면 다 돈인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기본급이 많지 않다. 그래서 부족한 급여를 잔업 수당으로 채우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기본급 70만 원과 잔업 수당 30만 원으로 100만 원의 급여를 받아가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잔업 수당이 없어지니 70만 원의 급여로 생활을 해야 하는 셈이다.

 

O차장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0인 이상 50인 이하면 완전 중소기업이잖아요. 생산현장 분들은 잔업해서 먹고 사는 거잖아요. 솔직한 이야기로 오후 6시 반, 5시 반 퇴근해서 제대로 된 급여를 어떻게 받아요. 잔업 안하면 그만큼 잔업수당이 안 나오는 거잖아요. 기본급을 높여버리든가 급여체제를 바꿔야 해요. 급여를 일정 수준 받도록 체계를 바꿔놓고 너희들 52시간만 해 그러면 애사심도 생기겠지요. 그게 아니라 현재 최저 시급 수준인 기본급 체제를 유지하면서 수당이 사라지니 어떻게 불만이 없을 수 있겠어요.”

 

52시간제 근무제는 중소기업 간 인력이동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30~5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29인 이하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추가 연장근로가 71일부터 20221231일까지 한시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자재수급 불안정, 납기 지연도 문제

 

향남읍에 위치한 BP사장은 고숙련자들이 이직할까봐 걱정이 많다.

 

우리 회사 직원이 40명 정도 됩니다. 71일부터는 52시간이 적용돼요. 잔업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겁니다. 능력 있는 고숙련자들이 많은데 29인 이하 업체로 옮길까봐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30인 미만 기업에는 52시간에 해당이 안 되니까요. 거기로 가면 잔업을 통해서 월급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일은 똑같고, 대우도 받잖아요. 실제로 주위 기업들 보면 고숙련자들이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규모가 적은 기업에서는 고숙련자를 영입하면 인건비가 많이 줄죠. 다른 사람 안 써도 되잖아요.”

 

P사장은 30~50인 미만 기업 사장들의 고민을 설명했다. 고숙련자들이 빠져 나간 자리를 저숙련 인력이나 알바생으로 충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숙련 인력이기에 사고도 발생하고 생산성도 떨어지고 납기도 지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는 것이다.

 

P사장의 고민 겸 불만 토로는 납기 지연과 자재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졌다.

 

우리 회사는 자재를 중견기업에서 공급 받아요. 그런데 52시간에 걸려서 작업을 못해요. 납기 지연됩니다. 추가 근무를 안 하니까요. 납기가 2주에서 한 달, 한 달에서 45, 45일에서 60, 이렇게 계속 딜레이 되는 거예요. 저희는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 매출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죠. 이놈의 52시간 근무제가 도대체 뭘 위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법이 너무 웃기는 게 내가 이런저런 사유로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사유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해서 허가를 해줘요. 이게 문제예요.”

 

52시간제로 스마트 팩토리 추진, “인력 줄일 수밖에

 

장안면 C기업에서 근무하는 H실장은 자동화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기업도 71일부터 주 52시간에 해당됩니다. 일반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스마트 팩토리화하지 않으면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어요. 제조업체들은 마진이 별로 없잖아요. 거의 제로 마진이에요. 여차하면 마이너스가 돼 버리거든요. 우리도 스마트 팩토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설비투자도 고민입니다. 정부의 스마트 팩토리 지원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생산 현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A파트 라인 중 한 개 라인 인원이 6명인데 3명을 빼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만약 B파트 라인이 없었으면 그분들은 퇴사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H실장은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인력 운용의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이 법의 취지가 근로자를 위한 거잖아요. 돈을 많이 주고 일을 많이 시키지 말라는 거예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업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서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자동화에도 돈이 들어가잖아요. 우리 기업은 그나마 괜찮은 기업이라고 하는데 자동화 설비에 몇 억씩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면 굉장히 불편하거든요. 설비를 자동화하면서 직원들에게 우리는 계속 같이 갈 겁니다 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입에 발린 말이죠.”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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