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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7]
실행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피보팅(Pivoting)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4/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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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귀하께서는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하시나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철저히 살펴보고 그리고선 철저히 계획을 세워서 하시나요? 아니면 대충 떠나는 스타일인가요? 필자는 조카를 데리고 대만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이 조카는 미식가여서 대만 여행지의 맛집에 대해 철저히 연구를 해 왔다. 우리의 동선이 모두 맛집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덕분에 대만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현장에서 맛볼 수 있는 ‘깜짝 경험’을 할 수가 없었다. 중간에 가다가 특별한 음식점이 있어 들러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으며, 예정에 없던 곳을 들려보기도 힘들었다.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일을 하면 좋은 것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잃는 것도 많다. 복잡한 현실을 미리 다 계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분 중에 한 분은 판검사가 되기 위해 고시촌에 들어가 공부를 하다가 부동산 전문가로 변신하여 재산을 많이 불렸다. 그분 말씀이 바로 그거다. “인생은 계획대로 살면 안 된다.” 심지어는 부동산도 원래 A라는 물건을 사러 갔는데 현장을 살펴보다 B가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방향을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사장은 IT회사에 다니던 형과 함께 119 전화번호를 DB화하는 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너무 일이 방대했고, 전화번호를 DB화한다고 해도 이것으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일단 범위를 줄여 치킨집과 중국집만 한정하여 전단지를 앱으로 만드는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원래 하려고 했던 것에서 살짝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그런 회사가 창업 9년 만에 5조 원의 가치를 평가 받고 독일 회사에 인수되게 되었다.

 

청바지 회사로 유명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도 처음부터 청바지 회사가 아니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미국 서부 골드러시 때 광산 작업자들에게 텐트를 팔았었다. 그러다가 잘못된 제품으로 인해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텐트를 만드는 천으로 튼튼한 바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하여 미국 문화의 상징 중 하나인 청바지가 탄생한 것이다.

 

때로는 작심하고 초심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우물을 파기로 했으면 끝까지 파야지 적당히 파다 말면 물이 나올 수가 없다. 고시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한 3년 ‘죽었다’ 하고 파묻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는 이렇게만 하면 망하기 딱 좋다. 벤처 투자가들도 과거에는 뚝심 있는 창업가를 찾았다. 어떤 난관이 있어도 초심을 잃지 않고 버텨내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유연한 사람을 찾는다. 작품이 좀 덜 완성이 되었더라도 시장에 내어놓고 반응을 보면서 방향을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융통성과 여유가 있는 사람 말이다. 시장이 워낙 복잡하고 또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MVP: minimum viable product) 시장에 내어놓고 반응을 살펴보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또 방향을 선회하는 속도가 중요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김난도교수팀은 ‘거침없이 피보팅’을 2021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피보팅(pivoting)은 중심을 잡고 방향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농구 선수가 왼쪽으로 던지려고 하다가 몸을 틀어 오른쪽으로 던지는 식이다. 그러니까 사업에서는 전혀 나와 상관없는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고객을 그대로 두고 방향만 조금 트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 피보팅 전략은 경력관리나 창업에서 이미 오래 전에 나왔던 이야기이다. 에릭 리즈(Eric Ries)는 2011년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책을 내면서 피보팅을 중요한 사업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코로나 펜더믹으로 큰 변혁을 맞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이 있는 걸까. 정답은 오로지 시장에 있을 뿐이다. 해보면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그 기회에 맞게 피보팅을 해야 한다. 해외여행이 중지된 상황에서 화물수송은 증가되고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피보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은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강화하여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행사가 줄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꽃집도 꽃 구독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발 빠른 피보팅이다.

 

피보팅에 성공하려면 리더의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사업의 피보팅 이전에 사고의 피보팅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는 것, 이것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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