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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화성춘추 (華城春秋) 63]거리두기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6/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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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석협성대학교 교수     ©화성신문

코로나19로 인하여 인간들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축복을 누리고 있는 존재가 있다. 천산갑이다. 천산갑은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는데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의 한의사들은 천산갑의 비늘을 약재로 사용하고 중국인들은 천산갑 요리를 먹는다. 이러한 일들로 천산갑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보면 천산갑 8종은 모두 멸종 위기로 지정되어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천산갑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로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천산갑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화하며 사람에게 감염 능력을 얻은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자체만으로 팬데믹(pandemic)을 일으킬 수 없었지만, 이 바이러스들이 잡종을 만들어내면서 인체 감염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020년 6월 5일에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이 천산갑을 2급 보호 야생동물에서 1급 보호야생동물로 한 단계 격상하고 전통약재 목록에서 제외시켰다고 보도하였다.

 

최근에 돌출하고 있는 전염병들은 ‘거리두기’의 실패이다. 2002년 사스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2012년 메르스는 박쥐에서 낙타로 전파된 바이러스이고,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천산갑으로 옮겨진 것이라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전염병들은 박쥐와 인간 사이의 거리두기 실패가 근원적인 원인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하여 시행하고 있는 굵은 슬로건은 ‘거리두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작하여 현재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들도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생활과 방역을 동시에 추구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아직은 시행중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언제 종식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이지만, 언젠가는 종식되어야 하고 종식을 맞이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면 ‘거리두기’도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지구적 거리두기’를 끊임없이 추구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이어졌듯이, ‘생활 속 거리두기’는 거리두기의 끝이 아니고 ‘지구적 거리두기’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구적 거리두기’는 생명과 생명 사이의 거리두기이며, 생태계 질서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실천적 슬로건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우리들은 크나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하고, 낯선 이와의 접촉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주기적으로 방역을 실시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여도 ‘지구적 거리두기’를 슬로건으로 하여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불편함을 겪어야만 한다. 인간 중심적인 삶을 생명 중심적인 삶으로 전환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고, 생명(자연)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들려오는 말들 중에서 ‘인간이 아프니 지구가 건강해진다’라는 말이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도 인간들의 이기심(인간중심주의)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가져온 결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를 넘어서 ‘지구적 거리두기’를 깊게 생각하여 보아야 한다. 지구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모든 생명들이 현재 천산갑이 누리고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기를 소망하여 본다.

 

chanse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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