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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19]
자신 있게 단언할 것인가, 겸허하게 질문할 것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8/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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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J 사장은 며칠 전 어느 예술가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처음 만나는 분이고 또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자리가 어색하지나 않을까 많이 걱정했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금방 판명 났다. 그분은 무척 말하기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분야를 넘나들며, 시대를 초월하면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두 시간 가량을 혼자 이야기했던 것이다.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졌으나 J 사장은 자리가 파한 후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자신은 그렇다 치고, 함께 한 다른 분도 한마디도 할 시간이 없었다. 주고받고 하는 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J 사장은 잠시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어땠었지?” 생각해보니,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 만나면 주로 혼자 떠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질문을 많이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 “왜 납기가 늦어지느냐?”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 등등 많은 질문을 날렸다. 그런데 이때마다 질문을 받은 직원들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다. 사장이 다 알고 있는데 자신이 잘못한 것을 추궁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질문을 잘하면 직원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또 책임감 있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질문을 잘못한다면, 직원들이 주눅 들 수도 있고,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럼 질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은 상대가 답하기 쉽고, 말하고 싶은 것을 물어주는 것이다. “요즘 어떤 일을 주로 하세요?”라든가, “최근에 특별한 것 없었나요?” 하는 식으로 물어보면 보통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깊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조직심리학의 대가 중 한 분인 미국 MIT 대학 명예교수인 에드가 샤인(Edgar Schein)교수는 최근 ‘겸허한 질문(Humble Inquiry)’을 강조하고 있다. ‘겸허하게’ 물어본다는 것은 ‘정말 몰라서’ ‘알고 싶어서’ 그냥 물어보는 것을 말한다. 평가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고, 또 추궁하려는 것도 아닌, 순수하게 알아보고 싶어서 하는 질문 말이다. 그래서 겸허한 질문을 하려면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동네 시장에 가서 과일 파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자. 궁금한 것을 묻는 것 그것이 겸허한 질문이다. “요즘은 어떤 과일이 맛있어요?” “요즘 잘 나가는 것이 무어예요?” “배달도 해주나요?” “이건 색깔이 못 보던 것이네요? 어떻게 이렇게 되지요?”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물으면 어떨까? “복숭아가 맛있어요? 자두가 맛있어요?” “좀 덜 익은 것 같은데 깎아줄 수 있어요?” “저 집하고 이 집하고 뭐가 달라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좀 당황스러울 것이다. 트집을 잡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겸허한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질문이고, 대답하는 사람이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질문이기도 하다. 말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의 표정과 억양도 그렇게 느껴지는 그런 질문이다.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뜻밖에 사물의 본질에 다다르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에드가 샤인 교수가 한 번은 어느 회사 고위직 임원들이 함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마침 CEO가 새로 임명했으면 하는 총무부사장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후보가 되는 M 씨는 사람이 좋은 분이기는 하나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들 이야기가 모아졌다. 하지만, CEO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샤인 교수가 물었다. “그런데 총무부사장은 무슨 일을 합니까?”하고 말이다. 

 

그러자 누군가가 대답을 했다. “재무, 회계, 중장기 계획, 홍보를 하지요.” 그러자 다른 분이 즉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요. M 씨는 다른 건 좋은데 홍보에 약점이 있어요. 내부 살림은 잘하는데 외부 업무가 취약한 거죠.” 그러면서 참석자들은 회사의 홍보 업무에 대해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홍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니 홍보담당 부사장을 이참에 분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고 나니 M 씨를 총무부사장에 임명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질 않았다. 샤인 교수의 겸허한 질문 하나가 복잡한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에드거 샤인, 피터 샤인, 리더의 질문법, 푸른 숲, 2022).

 

리더는 직원들보다 항상 많이 알아야 하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해야 할까? 답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Tony 22/08/09 [12:14] 수정 삭제  
  조영호 교수님의 글은 우리가 인생을 잘 살고, 윤택하게 살도록 돕는 자양분이 풍부한 한그릇의 보약과 같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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