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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9]협동조합으로 사회를 바꾸려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5/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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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국내 소비자들의 빵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빵 소비시장 규모는 4조 원가량 된다. 최근 들어 매년 1% 이상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동네 빵집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대형 체인점과 백화점이나 편의점 같은 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동네 빵집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2007년, 인천 동암역 주변 상권은 파리바게뜨 2곳, 뚜레쥬르 1곳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 여파로 6개나 되던 개인 빵집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곳에 도전장을 낸 작은 빵집이 나타났다. 벨기에에서 공부하고 제과제빵 학원을 경영하면서 베이커리 경영컨설팅을 하던 김봉수 씨가 도전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주변의 다른 빵집 6곳과 뭉쳐서 공동 브랜드 ‘까레몽’을 만들어 일종의 동네 빵집 체인을 만들었다. 그들은 대형 체인이 만들 수 없는 고급 기술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제조가 어려운 빵은 본부에서 제조하여 공급하고, 비교적 쉽게 그리고 신속하게 만들어야 하는 빵은 각 지점에서 만들도록 분업했다. 

 

까레몽은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참여하는 빵집은 20개로 늘어났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어느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지 않는다. 출자금이 얼마인지 관계없이 모두가 1 대 1로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경영해 나간다. 까레몽협동조합은 빵 이름, 제빵 기술, 포장지를 공유하고, 빵은 협동조합에 속한 지점에서 각자 만든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까레몽의 공동 이미지를 심기 위해 중요한 원칙을 공유한다. 가령, 당일 제조, 당일 판매의 원칙을 지키며, 시간이 지난 빵은 푸드뱅크를 통해 지역에 봉사하고, 지역사회와 호흡을 함께 하는 활동도 한다.

 

협동조합은 이렇게 약자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으고 힘을 키우는 방법이다. 대구에 사는 김경애 씨는 재봉틀 다루는 솜씨가 좋았다. 그는 아동복지 기구에서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미혼모들의 어려움을 접하게 되었고 이들에게 재봉 기술을 가르쳐주고 그들이 만든 물건을 팔아서 살림에 보태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2016년 ‘아가쏘잉’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래 보았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과 미혼모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마을에 회사가 하나 생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가쏘잉은 소액이지만 미혼모에게 돈도 빌려주고, 아이도 보살펴주며, 물건을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어린이집을 인수했다.

 

협동조합은 택시 회사의 모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K 사장은 제조업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택시 회사를 운영하던 부친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졸지에 택시 회사를 맡게 되었다. 

 

택시 회사는 자신이 경영하던 제조업체와는 너무 달랐다. 매일 매일 노무 관리로 실랑이를 벌여야 했으며, 안전사고로 인해 생기는 손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수입금 파악도 만만치가 않았다. K 사장은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회사를 계속 꾸려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협동조합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택시 기사들을 조합원으로 만들어서 함께 경영하는 새로운 회사로 전환시켰다. 

 

출자 1 좌를 4,800만 원으로 정하고 한 사람이 한 좌씩 갖도록 하고 이들에게는 택시 한 대를 배정해주었다. 택시는 조합원인 기사가 몰고 하루 5만 원만 사납금으로 내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사가 처분한다. 연료비 등 비용 제하면 자기 수입이 되는 것이다. 회사는 사납금 받은 돈으로 운영한다. 회사 경영을 세 사람이 하기로 하고 이들도 한 좌씩 출자하게 했다. 경영진은 택시를 운행하지 않고 경영에 전념한다. 주식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1인 1표로써 의결권을 갖는다. 그래서 모든 기사가 주인이다. 

 

모든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두가 함께 의논하여 결정한다. K 사장도 이제는 1개 조합원에 불과하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전환한 후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우선 안전사고로 들어가던 비용이 1/3로 줄어들었고, 근태관리도 신경 쓸 일이 없어졌다. 수입금 관리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항상 해피엔딩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5년 7월 사납금 없는 택시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쿱택시는 올해 1월 파산하고 말았다. 경영진과 조합원 간의 갈등이 문제였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갖지 않은 평등주의와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그런데 그것은 주도하는 사람들의 리더십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리더가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때 제대로 된 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변화는 리더에게 달려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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