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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5]
부서 간 협조가 잘 되려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3/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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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기획팀에 근무하는 성 대리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자신의 업무는 회사 전체의 업무 진척도에 대한 간부회의 자료를 만드는 것인데 협업부서에서 자료가 제때 오질 않기 때문이다. 이 일은 시간을 놓치면 안 되는데 아무리 독촉을 해도 부서에서는 항상 막판에 자료를 보내오기 때문에 정리하느라 야간작업하기 일쑤다. 가끔은 자료에 에러까지 있으니 말이다. 성 대리는 자신의 직급이 낮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자료를 보내주는 쪽이 가끔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보다 직급이 높거나 근속년수가 많아 자신의 업무 요청을 무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속이 타는 것은 성 대리만이 아니다. 마케팅팀의 이 과장도 마찬가지다. 마케팅팀에서 이벤트를 하나 하려면, 디자인팀의 손을 빌려야 하고, 구매팀, 경리팀의 협조도 받아야 한다. 그때마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니 답답할 뿐이다. 다들 자신의 일로 바쁘다 하니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렵고, 모임을 가진 후 하기로 한 일이 제때 이루어지는 것은 가물에 콩나기다. 이 과장은 자신의 회사에 부서 이기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들 자기 부서 입장에서 자기 편한 대로만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생리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부서를 나누고 팀을 구분하고 업무분장을 정해놓으면 자신이 맡은 고유 업무가 우선일 수밖에 없고 타 부서에서 요청하는 일은 밀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부서 이기주의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노동자는 노동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고, 사용자는 사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고 해야 서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새로운 안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기획은 기획 입장에서, 영업은 영업 입장에서, 그리고 경리는 경리 입장에서 자리를 딱 잡고 아이디어도 내고 또 문제제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 부서로부터 협조를 잘 받으려면, ‘부서 이기주의’를 탓하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부서는 당연히 이기적인 것이고, 자신들의 일을 바쁘게 해야 한다. 한가하게 놀고 있으면서 타 부서에서 오는 일을 덜렁덜렁 해주는 그런 조직이면 안 되는 것이다. 기획팀의 강 대리가 직급이 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직급이 높은 임원이 시킨다고 하더라도 “지금 바빠서 하기 어렵습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그럼 타 부서로부터 협조를 잘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이기적인 주체로부터 행동을 얻어내려면 그 주체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것이 최고다. 그렇다고 항상 물질적인 보상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부터 우선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해주시오.”하는 자세로 부탁을 하면 하기 싫어진다. 할 수밖에 없는 사유, 하면 좋은 이유를 제시하는 것과 함께 정중하게, 그리고 미안한 마음으로 요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타 부서에서 협조를 해 왔을 때는 반드시 보상을 해야 한다. 감사표시가 우선이다. 그리고 협조를 잘 하는 부서가 뭔가 혜택을 받아가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협조를 잘 안 하는 부서는 불이익이 있어야 하고 말이다.

 

교육심리학자인 존 켈러(John Keller)는 일찍이 1979년 교수설계에 있어 학습자의 동기를 강조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ARCS 모델이다. A는 Attention으로서 학습자의 주의를 끄는 것이다. R은 Relevance로서 학습자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C는 Confidence로서 학습자가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S는 Satisfaction으로서 만족을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부서간 협업에 있어서도 ARCS 모델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기획팀의 성 대리도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협업부서에서 자료 만드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상당한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간부회의에서 팀장으로 하여금 자료 협조를 해준 부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공개적으로 하자고 했다. 과거에는 자료 취합이 늦는다고 불평만 했었는데 말이다. 마케팅 이 과장도 타 부서 사람들이 요즘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알아보는 대화를 많이 했다. 그들이 관심이 있는 점과 결부시켜 자신들의 이슈를 제시하니 일이 훨씬 쉬워졌다.

 

그럼 부서 간 협조를 위해 리더가 할 일은 무엇인가? 부서의 고유 업무 잘 하는 것만 알아주지 말고 타 부서 도와주는 것을 더 열심히 알아주어야 한다. “서로 자료 협조를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중에도 마케팅 이벤트가 잘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이다. 어시스트를 알아주는 그런 리더십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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