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인터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인터뷰] 백정기 케이지 이엔지(KG ENG) 대표
“육가공 기계 분야 최고 기업 만들어야죠”
‘좋은 사람’, ‘믿을 만한 사람’ 소리 듣는 순박·진솔한 ‘기계 박사’
“언제나 청춘” 외치는 30년 베테랑, “앞으로 만들 기계 무궁무진”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10/30 [22:0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자신이 제작한 육가공 기계 냉각 수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백정기 대표.  © 화성신문

 

 

참 순수하다. 말도 투박하다. 애써 말을 멋있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 거름망 없이 입 밖으로 툭 나오는 것 같다. 머릿속에 자기 잇속 챙기는 계산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데, 그 계산기가 고장난 걸까. 아니면 짧은 인생 살아가는데 굳이 야박하게 계산기를 작동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화성시 비봉면에서 육가공 기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백정기 케이지 이엔지(KG ENG) 대표 이야기다. 봉사를 많이 해서 봉사왕’, 배려심이 많아서 배려왕’, 키가 160가 안 돼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1957년생이니 64세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백 대표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지금 최고의 청춘기를 누리고 있어요. 몸 가벼운 거 한 번 보세요.” 실제 몸놀림이 가볍다. 걸음도 빠르고 경쾌하다.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백 대표는 육가공 기계 분야에서 30년 종사한 베테랑이다.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한 번 두드려보고 만져만 봐도 어디가 탈이 났는지 알 정도다. 백 대표가 직접 제작한 기계가 다른 회사 제품들과 눈에 띄게 차별화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디어가 많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기계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백 대표가 만든 제품 가운데 현재 육가공 분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냉각 수축기다. 진공 포장된 고기 부위들을 80의 열탕에서 3초 정도 거치게 한 후 2~5의 냉탕을 3분 정도 서서히 움직이며 거치게 만든다. 모든 작업 과정은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열탕에서는 살균 처리가 이루어지고, 냉탕에서는 수축된다. 수축된다는 말은 진공 포장 비닐과 고기가 딱 달라붙는다는 의미다.

 

 

▲ 제작이 완성된 냉각 수축기 모습.  © 화성신문

 

이렇게 냉각 수축기를 거친 작업육은 유통기간이 30일 정도로 늘어난다. 냉각 수축기를 거치지 않은 진공 포장 고기의 유통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포장된 고기를 사서 드시잖아요. 앞으로 냉각 수축기를 거치지 않은 고기는 팔리지 않을 거예요. 제대로 수축이 안 되면 진공 포장 해도 드립이 생겨요. 떠요. 비닐과 고기에 틈이 생긴다는 의미예요. 드립이 생기면 피 같은 게 뭉쳐지게 돼요. 보기에도 별로 안 좋지요. 수축시키면 그런 현상을 깔끔하게 없앨 수 있어요.”

 

백 대표가 만드는 육가공 기계는 장점이 많다. 특허를 세 개나 가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이가 짧다는 점이다. 길이가 4m 정도여서 6~7m에 이르는 다른 회사 기계들에 비해 3분의 2정도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능은 강화되고 크기가 줄었으니 육가공 분야 업체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백 대표에게 냉각 수축기를 맘껏 자랑해 달라고 했다.

 

크기 작은 건 이미 말씀을 드렸고요. 냉각 수축기에도 자동 수축기가 있고 반자동 수축기가 있어요. 고객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회사 기계들은 작동하는 과정에서 채끝 같은 작은 고기 부위들이 옆으로 다 빠져요. 공정을 다 마치고 나면 고기가 부위별로 다 나와야 하는데 없어요. 찾아보면 밑에 다 있어요. 저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플라스틱 벨트를 장착했어요. 그 외에도 장점들이 많아요. 컨베이어도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우리 기계는 청소하기도 간편해요. 양쪽이 개방되도록 했거든요. 다른 회사 기계들은 일체형으로 돼 있지만, 우리 기계는 반으로 딱 분리해서 세팅만 하면 돼요.”

 

자랑이 끝도 없이 계속됐다. 터치 스크린을 설치해 작업자가 작업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육가공 기계로서는 최초로 도입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크린에 어떤 부분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내용이 뜨고, 경광등이 돌아가고, 부저도 울리도록 했다. 생산 시간에 맞춘 예약 설정도 가능하다. 수축기와 냉각기 분리가 가능해 좁은 공간일 경우 90도로 꺾어 기계를 설치할 수 있다. 업체 특성에 맞게 맞춤형 제품을 제작할 수도 있다.

 

 

▲ 냉각 수축기의 몽골 수출을 위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 화성신문

 

▲ 몽골 수출 후 몽골 회사 대표와 사진촬영하고 있는 백정기 대표.  © 화성신문

 

백 대표가 만든 냉각 수축기는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에는 몽골 2위 육가공 회사와 5위 육가공 회사에 기계를 수출하기도 했다. 수출 금액은 각각 10만 달러와 5만 달러였다.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육성회비를 못 낼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돈 벌려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어요. 고향은 충남 보령입니다. 자동차 부품 만드는 회사에 다니다 30년 전 우연히 육가공 기계 만드는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저의 운명이 되었네요.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 될 겁니다. 자신 있어요. 하하.”

 

백 대표는 2013년도에 지인이 팔탄면 구장리에 설립한 KG ENG라는 회사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다 5년 뒤 회사를 인수했다. 201851. 백 대표의 이름으로 된 사업자등록증이 발급된 날이다. 비봉면 자안리에 공장을 새로 지어 1년 전인 201999일 이전했고, 11월에 개업식을 가졌다.

 

 

▲ 육가공 회사에 설치된 케이지 이엔지 기계 앞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 화성신문

 

▲ 케이지 이엔지 회사 앞에 세워진 표지석.  © 화성신문

 

 

우리 회사는 앞으로 가파른 속도로 발전할 거예요. 지금까지 영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기계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니까요. 기존에 다른 회사 기계를 설치했던 회사들이 우리 회사 걸로 교체하고 있어요. 문제가 하나 있어요. 제품을 너무 완벽하게 만드니까 AS(애프터 서비스) 할 일이 없는 거예요. 하하.”

 

백 대표에게는 좋은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돈을 많이 뜯겨보기도 했고, 그냥 많이 줘보기도 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단어로 약속, 신뢰, 겸손, 배려, 긍정의 힘을 꼽는다.

 

지금 행복합니다. 일도 많아지고 있고, 100% 계획대로 되고 있어요. 보람도 큽니다. 우리 기계 쓰는 사람들이 다들 좋다고 칭찬하거든요. 돈 벌면 좋은 데 써야지요. 봉사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겁니다. 제가 부끄럽지만 봉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해야죠.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제가 만든 기계 중에는 에어를 분사해 고기에서 뼈를 분리하는 발골기, 진공 포장기, 빼가 없는 냉동육을 가공하는 기계인 프로커터, 돼지고기 등의 껍질을 제거하는 박피기, 고기의 얇은 막을 제거하는 박막기도 있어요. 앞으로 육가공 기계 쪽에 개발할 게 무궁무진합니다.”

 

백 대표의 말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남은 인생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지 물었다.

 

저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겁니다. 제 좌우명이기도 하고요. 최고의 제품을 만들 겁니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서 육가공 분야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이요. 누가 제 나이를 물으면 이렇게 말해요.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 떼 봐야 안다고요. 제 인생은 언제나 청춘입니다. 하하.”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