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규 경기도음악협회 회장이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 사업’을 반드시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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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는 음악가이기 이전에 예술인입니다. 바이올린도 연주하고, 지휘도 하고, 글도 쓰고, 다재다능한 만능 예술인이셨죠.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의 모든 분야를 개척하신 분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오현규 경기도음악협회 회장은 난파 홍영후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 회장은 일부에서 난파를 친일파로 몰아붙이는데 대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가곡이 시작된 계기가 된 것이 난파 선생의 만든 바이올린 곡 ‘애수’예요. 1920년 4월 13일이었어요. 시인 박형준이 이 곡에 시를 붙여서 만든 게 우리가 잘 아는 ‘봉선화’입니다. 이 봉선화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에 저항한 대표적인 노래예요. 민족의 한을 담고 있는 노래죠. 그런데도 72일간 혹독한 고문을 받은 후 강요에 의해 군가 몇 곡 지은 걸 갖고 그냥 친일로 몰아붙이고 있어요. 군가를 작곡한 건 옥의 티예요. 옥은 안 보고 티만 보는 격입니다. 어이가 없죠.”
경기도 전체 음악계에서는 난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난파는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어요. 어디 경기도뿐이겠어요. 우리나라 전체 음악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한국음악회 중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거든요. 엄밀히 따지면 9대 1정도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열 명 중 아홉 명은 난파를 위대한 음악가로 평가하고 있어요. 반면 10프로는 정치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고문 받을 때 확 죽어버리지 그랬냐는 겁니다. 안타깝지만 어떻게 해요. 어차피 이 세상에 100%는 없는 거잖아요.”
난파 탄생지인 화성시 남양읍 활초리에서 추진되다 친일 행적 논란으로 중단된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 사업’과 관련, 오 회장은 ‘반드시 재개’에 방점을 찍었다.
“화성시를 넘어 경기도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3년 전 남경필 지사 시절에는 활초리 부지를 경기도에서 매입하려고 했었어요. 경기도 차원에서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 거죠. 안타깝게도 무산됐지만요. 친일 분위기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논리로 중단된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 사업은 반드시 재개돼야 합니다. 현 정부가 추종하는 북한도 난파를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아요. 민족음악가로 칭송하죠. 난파께서 돌아가신 서울 종로에는 홍난파의 집이 있어요. 난파음악제를 열면 종로구청은 물론 서울시에서도 적극 도와줍니다. 탄생지인 화성시에서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오 회장은 세계적인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낳은 오스트리아를 거론하며, 난파의 위대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 성 하나만 가지고도 먹고 살아요. 관광객이 끊이질 않거든요. 지휘자 카라얀은 나치든 어디든 오라고하면 가서 지휘를 했어요. 오스트리아가 카라얀을 죽였나요? 오히려 정반대죠. 오스트리아는 카라얀을 세계적인 지휘자로 만들었어요. 고향의 봄 꽃동산도 모차르트 성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콘서트도 열고, 축제도 열고, 심포지엄도 개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메카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세계인들도 몰려들 겁니다. 확신합니다.”
▲ 오현규 회장이 민족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펴낸 ‘새로 쓴 난파 홍영후 연보’ 표지.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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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를 친일파로 규정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새로 쓴 난파 홍영후 연보’(2006년)를 펴내며 난파의 위대함을 알리는데 힘을 쏟아온 오 회장은 ‘국민성금론’을 거론했다.
“현 정부에서 적극 나서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국민의 뜻이 중요합니다.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을 위한 국민성금을 모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국민성금을 모으기 위해 음악회를 열 수도 있고요. 화성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국민성금을 모아서 추진하면 정치적으로도 풀릴 수 있을 겁니다.”
4월 10일은 난파가 태어난 날이다. 이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탄생음악회 개최 아이디어를 화성시 음악협회에 제안한 사람이 바로 오 회장이다. 오 회장은 오는 10월 22일 제52회 난파 추모음악회를 경기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성악가 100명, 합창단 5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다.
오 회장은 화성시 활초리에 ‘고향의 봄 꽃동산’이 제대로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활초리는 천혜의 장소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일 반길 수 있는 관광수입 유발 최적지예요. 고향의 봄 꽃동산은 문화적 가치가 높아요. 관광지는 문화적 가치가 높을 때 수입이 늘어납니다. 꽃동산이 제대로 조성되면 한국의 100년 가곡 역사를 다 품게 됩니다. 음악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국대에 맡겨둔 난파 자료들을 모두 가져와야 합니다. 한국 음악계의 계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음악가들의 순례지가 될 겁니다. 화성시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의 메카로서 국제적인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고향의 봄 꽃동산 조성이 재개될 수 있도록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