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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6] 부서 간 꼴라보를 높이는 리더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6/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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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정 사장은 생산담당 이사와 관리담당 이사가 매사 서로 마음이 안 맞아 티격태격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두 사람의 자리를 바꾸어버렸다. 엔지니어 출신인 생산담당 이사는 난생 처음 관리를 맡아 보았고, 인문계 출신 관리담당 이사도 생전 처음 공장 운영을 경험하게 되었다. 1년 정도 ‘특별근무’를 하면서 두 사람은 상당한 고통을 경험했지만, 또한 엄청난 학습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게 되었으며, 한 마디를 하더라도 상대 입장을 배려하여 조심하였다.

 

조직은 분업체계이다. 누군가 생산을 맡으면, 누군가는 영업을 맡고 또 다른 사람은 관리를 맡아야 한다. 그래서 팀이 있고, 부서가 있고, 본부가 있다. 그런데 일단 이렇게 나누어 놓으면 빈자리가 생기게 되고, 새로운 애매한 일에 대해서는 서로 핑퐁을 하게 되고, 심지어는 반목을 하게 된다. 일이란 것이 얽히고설킨 것이라 아무리 분업체계를 잘 꾸린다고 하더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해야 하고, 마음을 모아 협력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생산부서와 영업부서는 태생적으로 앙숙이다. 생산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영업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생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두 부서가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영업에서 갑자기 큰 주문을 받았다 하면 회사 전체적으로는 좋은 일일 수 있으나, 생산 입장에서는 그리 반길 일이 아니다. 

 

갑자기 늘어난 물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리부서 하고는 다른 모든 부서가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다. ‘비용을 줄여라.’ ‘인원을 못 늘려준다.’ ‘근태관리를 철저히 해라.’ 늘 관리로부터 요구사항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부서간의 협력 문제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학에는 기계과, 전자과, 국문과, 경영학과 등 학과가 있다. 일단 학과를 나누어 놓으면 벽이 생긴다. 공대 학생들이 인문사회계 과목도 들어야 하고, 국문과 학생들이 컴퓨터 공부도 해야 하는데 이런 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심지어 민원인들이 한 조직에 같은 서류를 두 번 제출해야 하는 난감한 일이 생긴다. 각 부서가 자신들 편의대로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학과와 학과를 통합하는 학부를 만들기도 하고, 두 과가 함께 운영하는 협동프로그램을 설계하기도 한다. 충남 서산시에서는 ‘협업포인트제’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천한 적이 있다.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직원 1인당 매월 200포인트씩 배정받아 자신과 협업을 잘 한 타부서 직원에게 1회 10포인트씩 감사메시지와 함께 보내게 한 것이다. 그리고 연말에 개인이 받은 포인트를 합산하여 우수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말이다. 서산시는 이런 운동 덕택으로 행정안전부와 매일경제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한민국 지식대상’에서 2019년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퓨전, 융복합, 꼴라보라는 말이 유행되었다. 

 

국악과 서양음악을 섞는다든지, 한식과 이태리식 음식을 통합하는 것처럼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통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 중에서 꼴라보는 Collaboration을 불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직과 조직 간에도 그리고 조직 내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융복합과 꼴라보는 어디에도 필요하다.

 

부서 간 꼴라보가 잘 안되다 싶으면 리더는 일단 두 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는 보상 문제이다. 회사의 보상제도가 부서 간 협력을 방해할 수가 있다. 타 부서 일을 잘 도와줘 보았자 내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심지어는 내가 남을 도왔는데 남은 이득을 보고 나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잘 도와주는 사람이 평가에서 점수를 받아야 하고 협력관계에 있는 부서가 윈윈할 수 있는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리더의 관심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가 은근히 사내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생산은 잘 하는데 영업은 왜 맨날 그 모양이야!”라고 한다든지, “생산에 뭐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관리에서 조사 좀 해 보세요.” 한다든지 하면 부서간의 관계가 좋을 수가 없다. “생산에서 조금만 도와주시면 영업도 문제가 풀릴 것 같은데 서로 협력 좀 해 보세요.” “관리가 뭐를 도와줄 수 있는지 생산과 협의를 좀 해 주세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꼴라보를 잘 한 부서를 자주 언급해주는 것이 좋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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