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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8] 빈곤 연구 경제학자들이 가르쳐 주는 것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1/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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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2019년 노벨경제학상은 빈곤문제를 연구한 인도 출신의  MIT 교수 아비지트 배너지(Abhijit Banerji), 프랑스 출신의 역시 MIT 교수 에스테르 뒤플로(Esther Duflot), 미국 출신의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크레머(Michael Cremer)가 받았다. 배너지 교수와 뒤플로 교수는 부부이고, 또 뒤플로 교수는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후진국의 빈곤문제를 연구했는데 그 방법론이 특이하다. 통상적으로 경제학자들이 쓰는 통계분석 방법을 쓰지 않고, 현장관찰과 실험적 방법을 쓴 것이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후진국의 빈곤퇴치와 개발에 대해 많은 활동을 해왔고, 또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를 연구해 왔으나 대부분 거대 담론에 치우치거나,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에 좌우되어 왔던 것이다. 세 학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현장에 밀착해서 이해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인류학자들이 즐겨 쓰는 ‘참여관찰’과 심리학에서 주로 활용하는 ‘무작위 실험방식’을 채택하여 연구를 했다.

 

과연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리더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배너지 교수와 뒤폴로 교수가 공저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Poor Economics)’를 읽어보기로 하자. 

 

 가난한 사람들은 제대로 먹질 못한다. 그래서 건강이 나빠지고 일도 못하게 되고 교육도 못 받고 그래서 더욱 어려워지고 더욱 못 먹게 되고... 이런 악순환 또는 빈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배너지와 뒤폴로 교수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제대로 먹어보질 못한 사람들도 소득이 늘었을 때 바로 식비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의 한 주에서 조사를 했는데 하루 99센트 미만으로 살아가는 가정에서 총지출이 1% 증가했는데 식비지출은 0.67% 증가에 그쳤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도 소득이 늘면 열량이 많은 음식을 찾아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맛이 좋은, 비싼 음식을 사거나, 돈을 모아 TV나 위성수신안테나 같은 것을 사더라는 것이다.

 

얼른 생각할 때 이들의 행동이 매우 불합리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그들이 열량이 좋은 음식을 먹고 힘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그 힘을 통해 소득을 올릴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이 매우 무료하기 때문에 이를 달래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TV 같은 것을 사기 위해 엄청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보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에 대한 위험 노출이 심각하다. 그런데 말라리아는 모기장 하나만 가지고도 상당히 예방을 할 수가 있다. 케냐에서 조사한 결과 2살 미만 아이들의 경우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말라리아 감염률이 30%나 낮았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스스로 모기장을 사지 않은 것이 문제다. 연구자들은 여러 진료소를 무작위로 선별하여 실험을 했다. 모기장을 무료로 공급하기도 하고 다양한 비율로 할인해서 팔기도 했다. 실험 결과 할인 혜택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무상으로 해야 모기장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럼 소득이 좀 늘면 자기 돈으로 모기장을 살까? 실험 결과 여전히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비용이 적게 드는 ‘예방’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에 돈을 쓴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고 논리다. 그런데 그런 논리가 가난한 사람만의 논리일까? 가난하건 부자이건 모두가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예방은 부지불식간에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넛지 방식으로 시스템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빈곤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후진국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 크레머 교수는 케냐에서 100개 학교 중 무작위로 25개 학교를 선정해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보급했다.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올려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런데 교과서를 받은 학교에서나 그렇지 않는 학교에서나 성적이 비슷했다. 비록 케냐에서 공용어가 영어이기는 하나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높지 않아 영어로 된 교과서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후진국 개발에 있어 외부의 원조가 좋은가 스스로 할 때까지 방임하는 게 좋은가? 톱다운이 좋은가 바텀업이 좋은가? 이런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들은 말한다. “모든 문제에는 저마다 고유의 해답이 있다”고.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리더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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