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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전통시장을 찾아서] ①조암시장 “109년 역사 속 아련한 옛 명성, 이젠 되찾아야죠”
30년 전 ‘똥개가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 얘기 있을 정도로 번성
화성방조제 건립되며 어민들 수입 줄자 쇄락의 길 걷기 시작
‘이대로는 안 된다’ 위기의식 속 지난 10월 1일 정기총회 열려
황규종 상인회 회장, “조암시장 활성화에 한 몸 바칠 것”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10/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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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도에 생겨나 109년 역사를 가진 조암시장 입구 전경.     © 화성신문

 

    

‘조암시장의 옛 명성을 되살리자!’

 

오랜 세월 빈사 상태에 빠져있던 조암시장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상인회장 취임식 겸 정기총회가 열렸다. 상인회가 사라진지 15년만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조암시장의 유래는 깊다. 1910년도에 생겼으니 10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창 번성했을 때는 ‘지나다니는 똥개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는데 어떤 사연으로 빈사상태에 빠지게 됐을까.

 

상인회장 취임식 다음 날인 2일 조암시장을 찾았다. 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인지 시장을 찾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시장 분위기도 을씨년스러웠다. 간간이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의 표정도 무겁게 느껴졌다.

 

▲ 조암시장 활성화 방안을 밝히고 있는 황규종 상인회 회장. 사진 속 배경은 황 회장이 운영하는 ‘수정 꽃 직매장’ 실내.     © 화성신문

 

 

30년 전 조암시장은 사람들의 발길로 늘 잔칫집 분위기였다. 돈이 잘 돌았다. 그 당시 바지락 캐는 사람은 하루에 30만 원 정도를 벌었고, 낙지 잡는 사람은 하루 번 돈으로 보름을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방이 100개가 넘을 정도로 많았다고 하니 어느 정도 번창했는지 가히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게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데는 화성방조제 조성이 한 몫을 했다. 화성방조제는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와 우정읍 매향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 건립한 방조제다. 총길이 9.8㎞의 화성방조제는 1991년부터 시작돼 2003년 3월 물막이 공사가 끝난 대역사다.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어민들의 수입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지 4~5년 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조암시장은 본격적인 쇄락의 길을 걷게 됐다. 국책사업이 조암시장에 직격탄을 퍼부은 것이다.

 

시장이 쇄락의 길을 걷고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가번영회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시청에 ‘조암시장 상인회’라고 등록만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 조암시장 길거리 풍경.     © 화성신문

 

▲ 길거리에 좌판을 깔고 야채를 파는 상인의 모습.     © 화성신문

 

▲ 생선 가게.     © 화성신문

 

▲ 과일 가게.     © 화성신문

 

 

상인회가 없으니 시장은 더 쪼그라들었다.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정부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런저런 지원을 하려고 해도 사업을 시행할 상인회가 없으니 다양한 지원책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게 번성했던 매향항은 지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방조제로 연결된 궁평항은 주말이면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의 눈물’에 비견될 ‘매향항의 눈물’이다.

 

어떤 일이든 진척이 되려면 누군가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조암시장 재생’에 불을 붙인 사람은 공경진 우정읍장이다. 5년 전 팀장 시절 2년6개월 간 우정읍에서 근무하면서 조암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있었지만 모시는 상사가 있어 생각에만 그쳤었다.

 

그러다 2017년 7월 1일 우정읍장으로 발령 나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1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지난 6월 상인회 회장을 선출하기에 이르렀다. 상인회는 회장이 선출된 지 3개월 동안 홍보도 하고 입회도 받고, 총회를 어떻게 열 것인지 구상했다. 그 결실로 국군의 날인 1일에 상인회장 취임식 겸 정기총회가 열린 것이다.

 

▲ 조암시장 상인회 화장 취임식 및 정기총회가 지난 10월 1일 열렸다.     © 화성신문

 

 

공경진 우정읍장은 “지난해 공무원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업적인 최우수 읍면동에 선정도 됐고, 소통분야 평가에서도, 주민자치 분야에서도 최우수를 해봤다”며 “제가 딱 하나 해보고 싶었던 게 조암시장 상인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 읍장은 앞으로 2~3년 안에 조암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서신면 백미리가 특화사업으로 선정돼 중앙정부로부터 30억 예산을 따낸 것처럼 매향항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현재 화성시는 매향항 활성화사업을 시의 대표사업으로 경기도에 추천하기로 했고, 경기도에서 채택되기만 하면 매향항 육성사업을 전개해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매향항이 활성화되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고, 그 사람들을 조암시정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6월 투표를 통해 황규종 씨가 조암시장 상인회 회장에 선출됐다. 황 회장은 조암로타리 회원(직업관리위원회 위원장)이자 ‘수정 꽃 직매장’ 대표다.

 

황 회장은 “공경진 읍장님의 열정이 없었으면 상인회 정기총회는 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 읍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발안시장 상인회 등 다른 시장을 벤치마킹 하고,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조암시장의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또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차장과 공중화장실 설치 등 시설 개선도 중요하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시책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당사자인 우리 상인들의 의식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라며 조암시장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현재 조암시장에는 400여 곳의 상가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회원 가입자는 90여 명. 황 회장은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해 모든 상가들을 상인회 회원으로 가입시킬 계획이다. 자정대회도 열고, 지역의 금융기관 등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해 늘 축제분위기를 연출할 구상도 하고 있다.

 

황 회장은 또 화성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명문고인 삼괴고등학교 학생들의 재기발랄한 동아리들과 우정읍 경계지역인 장안면 어언리에 위치한 장안초등학교 오케스트라도 활용할 계획이다. 장안초등학교 오케스트라는 경기도 초등학교 중에서 단연 톱으로 꼽힌다.

 

현재 화성에는 우정읍 조암시장을 비롯 향남읍 발안시장과 남양읍 남양시장, 송산면 사강시장 등 네 곳의 전통시장이 있다. 이제 사그라지던 조암시장에 새로 불씨가 지펴졌다. 조암시장은 활성화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있고, 굴지의 기업인 기아자동차도 있다. 추진하고 있는 매향항 사업만 계획대로 잘 추진된다면 옛 명성을 되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황 회장은 “상인들이 앞에서 끌고, 행정이 뒤에서 밀어주며,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으면 조암시장은 머지않아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생의 마지막 남은 사명으로 알고 조암시장 활성화에 한 몸 바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경기 19/10/21 [11:09] 수정 삭제  
  자유 대한민국 수호, 평화 대집회. 10월25일 금요일 19시,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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