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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1] 숫자가 본질로 둔갑하지는 않는가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9/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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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우리 집 욕실에는 체중계가 있다. 옷을 벗고 샤워를 할 때마다 필자는 체중계에 올라가 체중을 잰다. 59.65Kg, 이게 오늘 아침 체중계에 나타난 내 몸무게다. 사실 필자의 몸무게엔 큰 변화가 없다. 59에서 60 사이 가끔 60을 넘어가지만 드문 일이다. 학교에서 보직을 맡아 저녁 회식이 잦을 때는 61을 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체중계를 이용함으로써 필자의 몸무게는 금시 관리가 된다.

 

89세인 장모님은 오래전부터 당뇨를 관리하고 계시는데 3개월에 한 번씩 아주대 병원에 가서 혈당 체크를 한다. 식사 전 혈당을 재고 그리고 식사 후 혈당을 다시 재서 두 수치가 일정 범위 내에 들어가는 지 살펴보는 것이다. 장모님의 혈당은 원래 위험수위를 넘어섰었는데 ‘인슐린 펌프’를 몸에 부착하고 또 이런 주기적인 체크로 안정을 찾았다.

 

측정을 하고, 숫자로 표시하고 하면 이렇게 이점이 있다. 과학적 관리법을 창안한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 Taylor)는 ‘측정이 없으면 관리도 없다’고 했다. 아무리 멋진 철학이 있고, 경영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측정을 하고 숫자화 하지 않는다면 액션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측정이 잘못되는 날에는 큰 재앙을 가져온다. 토드 로즈(Todd Rose)의 ‘평균의 종말’(21세기북스, 2018)에 보면, 미국 프로농구 NBA의 뉴욕 닉스(Knicks)팀 이야기가 나온다.

 

2003년 닉스팀은 왕년의 농구스타 아이재아 토마스(Isiah Thomas)를 영입하여 팀전력의 강화를 꾀했다. 토마스는 팀을 확실하게 우승팀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내었다. 농구에서 중요한 것은 시합에서 골을 넣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당 평균 득점수’를 가지고 선수들을 평가하기로 하였다. 평기당 평균 득점수만 강조하면 나머지는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선수를 선발할 때도, 연봉을 결정할 때도, 수상자를 결정할 때도, 출전 시간을 정할 때도 이 기준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돈 많은 팀답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마음에 드는 선수들을 사왔다. 

 

그런데 토마스의 정책이 닉스의 경기력을 올려주지 못 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부터 바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4시즌 연속 고전을 면치 못하여 패전율이 66%에 이르러 거의 꼴찌 신세가 되었다. ‘가장 돈을 많이 쓰고 가장 성적이 나쁜 팀’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2009년 토마스는 닉스를 떠나게 되었고, 닉스팀은 ‘경기당 평균 득점수’라는 평가 지표를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토마스의 생각이 맞다. 농구 경기에서는 점수를 내야 한다. 그러나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고 다양한 기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팀원 중 다른 사람이 공을 넣을 수 있도록 어시스트도 해야 하고, 상대 팀이 못 넣게 블로킹도 해야 한다. 공을 가로채기도 해야 하고, 리바운드도 잡아야 한다. 팀원 중에는 공을 골에 잘 넣지는 못해도 어시스트를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공 넣기와 어시스트 둘 다 잘못해도 블로킹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토마스 감독은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1852년에 미국 뉴욕에서 헨리 웰스(Henry Wells)와 윌리엄 파고(William Fargo)에 의해 설립된 금융회사 웰스 파고는 미국의 4대 금융사 중 하나다. 스탠포드대 짐 콜린스(Jim Collins)교수의 ‘Good to Great’ 책에 나오는 대표적인 위대한 기업이고 한때는 시가 총액이 은행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런 은행에서 최근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6년 9월 웰스 파고가 과거 5년 동안 고객 200만 명의 명의를 불법 도용해 계좌를 개설했다는 사실이 폭로 되었다. ‘유령계좌사건’이 생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불법 거래가 행해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래서 웰스 파고는 2016년 연방 금융당국으로부터 1억9000만 달러(약 2122억 원) 벌금과 직원 5000여 명 해고 조치를 받았는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8년 말에는 미국의 각 주와 합의를 해야 했다. 합의금 5억7500만 달러(약 6422억 원)를 지불하기로 미국 50개주, 워싱턴 DC와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웰스 파고의 당시 회사목표는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업무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강조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숫자로 측정하는 것이 힘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숫자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 숫자가 본질로 둔갑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리더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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