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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70] 상대평가인가 절대평가인가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6/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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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회사에서는 대개 일 년에 한 번씩 직원들에 대해 근무평가(인사고과)를 한다. 업적달성도는 어떠한지, 능력은 어떠한지 그리고 근무 태도는 어떠한지를 점수로 매기는 것이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각 항목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부서원들을 상대평가하는 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다. 

 

여태까지 기업에서는 상대평가를 권장해왔다. 그냥 내버려두면 인정상 자꾸 점수가 올라가고 모두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반대로 부서장이 좀 괴팍한 사람이다 보면, 모조리 나쁜 점수를 받는 사태도 벌어진다. 이런 일을 막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상대평가를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던 것이다. 

 

잭 웰치(Jack Welch)가 20년 동안 GE의 CEO를 맡았을 때, ‘10%룰’이라 불리는 상대평가제가 철저히 지켜졌다. 상급자 20%, 보통 70%, 하급자 10%를 매년 평가를 통해 가려서, 상급자 20%는 특별대우를 받았고, 하위 10%는 퇴출 대상이었다. GE에서는 이 제도를 자랑했다. GE의 경쟁력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조직이 이 제도를 통해 매년 10% 정도의 인력을 물갈이 할 수 있는 GE를 부러워했다.

 

그런 GE가 지난 2015년 이 10%룰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웰치 스스로도 자신이 강조했던 상대평가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다. 왜 인가? 그럼 다른 대안은 무엇이란 말인가?

 

상대평가제는 서로 간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핵심이다. 잘 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을 가리고 서열화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협력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협력이 잘 안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은근히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창의적인 조직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도 상대평가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의 매력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상대평가가 지니고 있는 약점의 비용이 엄청 커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 이제 평가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GE를 비롯해서 요즘 대기업에서 하는 평가를  보면, 그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상사가 부하의 업무에 대해 절대적인 관점에서 피드백을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런 피드백 주고받는 자리가 자주 있다는 이야기다. 평가라는 작업이 일 년에 한번 있는 큰 행사가 아니라 상사와 부하사이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의견교환 작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피드백 자료가 모이면 종합적인 평가가 되는 것이다. 마치 학교에서 시험에 의한 서열 평가에서 수행평가로 바뀐 것과 같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기록하고 그것을 종합하여 필요에 따라 써먹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평가제도를 전환함으로써 확실하게 좋아진 점은 개인 간 그리고 부서 간 협력이 부드럽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수시 피드백이 성미가 급해진 밀레니엄 세대를 붙잡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평가제도는 과거 피라미드 조직구조에 어울리는 것이고, 절대평가는 수평화되고 있는 미래조직에 더 어울리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목표가 확실하고, 권한과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수평조직에서는 그렇지 않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절대 평가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상사의 리더십이 핵심이다. 상사가 부하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실력과 코칭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부하들이 상사의 평가를 받았을 때 ‘새로운 것을 깨우쳤다’ ‘배운 것이 있었다’ ‘의욕이 생겼다’ 이런 느낌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것이 없을 때는 차라리 ‘과거 상대평가가 낫다’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상대평가가 좋은 것인가? 절대평가가 좋은 것인가?  이 둘을 가르는 절재적인 기준은 없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필요 요건이 있다. 어느 하나를 취하면 어느 하나를 잃게 된다. 적절한 보완이 필요하다. 문제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 그것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제도 자체가 없는 회사도 있다. 어설픈 평가가 회사를 망친다는 생각은 품질관리의 대가인 데밍(Deming) 박사도 했다. 제도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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