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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다문화 사회, 이젠 공생이다
“이민 정책은 선택 아닌 필수, 미래 보는 큰 그림 그려야”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06/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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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신문 창간 15주년 특별 좌담회가 지난 3일 화성신문 부설 화성신문TV 스튜디오에서 '다문화 사회, 이젠 공생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김경희 화성시의원,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차승은 수원대 교수.     © 화성신문

 

 

단일 민족국가였던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1991년 해외투자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한 이래 외국인 근로자 및 이주여성의 지속적인 유입에 따른 것이다. 노동력 수출국에서 노동력 수입국으로 전환된 지도 오래전의 일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가 겪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에 화성신문에서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어떻게 봐야 하며, 어떻게 하면 화성시를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 일시: 2019년 6월 3일(월) 오전 10시

■ 장소: 화성신문TV 스튜디오

■ 사회: 김중근 화성신문 부대표

■ 패널(가나다순)

김경희 화성시의원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차승은 수원대 교수

  

사회 : 먼저 다문화 사회의 개념을 명확하게 좀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지요.

 

김경희 화성시의원 : 혹시 물감이나 크레파스에서 ‘살색’이라는 색 이름이 없어진 것 알고계시죠? 사람의 피부색은 여러 가지인데 오직 한 가지 색만 ‘살색’이라고 하는 건 차별행위로 옳지 않다는 이유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피부색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 생활에서 여전히 있는 것 같아요. 다문화 사회는 한 사회 안에서 다른 인종, 민족, 종교, 계층 등이 서로 섞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다문화 현상은 우리나라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동시에,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나 편견, 차별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으나, 서로가 다름을 존중하며, 편견 없이 다양한 가족이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다문화 사회는 다양성이 중시되는 인간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져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사회라고 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새터민, 중도입국자녀 등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과 연대의식을 가져야겠지요.

 

 

▲ 김경희 화성시의원    © 화성신문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다문화 사회를 사전처럼 정의하면 ‘한 사회 속에 다른 인종과 민족 등 여러 집단의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만큼 그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 커지고 그 사회의 문화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문화에 대해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다문화의 개념을 가족 단위로 협소하게 바라보게 하고, 그 마저도 한국인과 외국인간 혼인관계로 형성된 가족만이 다문화 가족이라고 정의내림으로써 정작 훨씬 많은 다양한 유형의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사회정책을 지체시켜 왔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다문화 가족을 넘어서야 합니다. 국경을 넘어 우리사회를 찾아온 이주민들이 상당수에 달합니다. 이미 우리 마을 속 깊숙이 들어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유형의 이주민들 모두를 온전히 인정하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을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기울일 때 제대로 된 다문화 사회가 뿌리내릴 것입니다.

 

 

▲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화성신문

 

  

사회 :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 진척 정도와 화성시의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상황이 어느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추세는 어떤가요.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2018년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화성시민의 7.4%가 외국인주민이며, 결혼이민자의 경우는 10년 사이에 5배가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서울 및 인근 안산지역 등의 집값 상승과 동탄신도시 개발로 화성지역의 다문화가정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화성신문

 

 

사회 :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문화 수용성을 키워야한다고 하는데 그 다문화 수용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차승은 수원대 교수 : 우리가 수용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외국인이 한국에 적응해야 하니, 그들이 한국문화를 알아야 하고 한국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 정책을 펼쳐왔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외국인들을 빈번하게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면 우리도 역시 변화해야 하는 것이죠. 이 외국인이 그들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을 제2의 조국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우리사회도 정주민으로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이주민들에 대해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수용성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말하면 사회적 거리감입니다. 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그들의 경험이나 정서를 공감하기도 합니다. 근데 만약 이주민을 내가 직장 동료로 만났을 때는 어떨까요? 갑자기 친근함을 표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어떤 분은 매우 불쾌하거나 불편하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이주민이 상사라면 우리는 그 사실에 얼마나 수용하고 적응할 수 있을까요? 조금 더 나아가면 내 상사가 외국인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인이 내 이웃집에 이사를 왔다면, 나의 사촌이 외국인과 결혼을 한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내 자녀가 외국인과 결혼을 한다면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상상을 해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외국인을 내 근접한 사람들 속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사회적 거리감입니다. 그리고 수용성을 높인다는 것은 그 거리감을 하나 둘씩 해체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 차승은 수원대 교수     © 화성신문

  

 

사회 : 화성시 이주민의 특성은 어떤가요. 또 다문화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화성시 이주민의 가장 큰 특징은 이주노동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2017년말 기준으로 전체 이주민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전국 평균 42%인데, 화성시는 이주노동자가 60%에 이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국가별 다양성입니다. 이주민이 많은 다른 지역들은 이주민 밀집주거지역이 있다는 점과 그곳에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 이주민들이 무척 많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화성시는 중국 이주민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대신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나라의 이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태국인이 9만3000여 명 되는데, 그 중 7300명 정도가 화성시에 거주합니다. 서신면 인구보다 많지요. 베트남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도 화성시이고, 필리핀인, 네팔인, 캄보디아인, 인도네시아인, 미얀마인, 스리랑카인, 방글라데시인 등 주요 9개 국적의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가 바로 화성시입니다. 이제 화성시는 국적별 다양성에서 실질적으로 안산시를 뛰어넘는 ‘제1의 이주민 도시’가 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영향에 대해 많은 분들이 사회적 갈등에 대해 우려하는데, 사실 그건 우리가 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우리사회의 다양성이 더욱 커지고 성숙해져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한층 높아지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차승은 수원대 교수 :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사회적 부담이나 비용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면, 저는 그 원인을 두 가지 사항으로 단순화해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다양성이고 다른 하나는 급격성, 즉 매우 짧은 시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외국인 이주민이 우리사회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이 일부 직종에 몇몇 외국인 근로자에 국한할 것, 즉 내가 일상적으로 마주하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보고, 동네 슈퍼에서 만나고, 그들이 심지어 동네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것은 생각을 못해 본 것이지요. 사실 저는 현장에 있으면서 이 변화를 가장 급격하게 느낀 분들이 전문가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보육교사를 비롯한 교사, 사회복지사 같은 분들이요. 처음에는 지역사회에 있는 몇몇 소수자였으나, 어느 순간 그들이 사회서비스의 수혜자가 되고, 이제는 일부 지역에서는 자원봉사자 내지는 이주민을 교육하는 교사나 활동가로 이주민들이 활약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이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실 것 같아요. 이 급격한 변화 속에는 이주민의 다양성도 배가 된다는 것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중국계, 일본계 등 우리가 좀 아는 국가로부터의 이주는 역사적으로도 낯설지 않지만, 베트남이나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아계의 등장은 사실 놀랍습니다. 역사적으로 교류가 아주 활발한 나라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렇게 알만한 나라들 이외에도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고, 각 이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자원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개별화해서 이주민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고, 그래서 이주민을 하나의 이주민 집단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 화성시가 다문화 친화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다문화 친화적인 도시가 된다는 것은 국적을 초월하여 화성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함께 잘 어우러져 산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고 이들이 화성시민과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일방의 도움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서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문화적 차이와 다름을 활용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희 화성시의원 : 다양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야 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졌기에 화성시의 문화정책 역시 다양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주민을 단순히 지원의 대상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다문화 인식을 제고하며 다문화 친화적인 지역사회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글로벌센터가 필요합니다. 다문화주민이 참여하여 체육, 문화, 교육 등의 동아리 활동과, 이주민과 선주민 갈등 조정 및 소통을 위한 위원회 운영, 주민자치센터의 적극적 활용으로 다문화가족들의 프로그램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글로벌센터에서 다문화어린이집, 다문화대안학교, 다문화가족과 중도입국청소년 맞춤교육, 다문화 돌봄교실 등을 시행해야 합니다. 문화, 성별, 계층, 연령 그 무엇도 배움에 있어 방해가 되지 않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교육, 문화 환경이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조성되어야 합니다.

 

사회 : 우리나라에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어떤가요. 혹시 바꿔야 할 것이 있다면요.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우선 이주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2000년에 1억7000만 명이던 이주민이 2015년에는 2억2000만 명으로 늘어나서 세계인구의 3.3%에 이릅니다. 그 중에서도 이주민이 가장 빨리 늘어나는 1위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10년 새 3배도 넘게 늘어났으니까요. 우리나라에 이주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구조의 변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경제의 덩치가 커지기도 했고, 이로 인해 인구 구성도 큰 변화를 겪게 된 거지요. 노동력 잉여 국가에서 자본잉여 노동력 부족 국가로 변화하는 경제구조의 변화도 있었고,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구조의 변화도 함께 겹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문화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10년 새 3배 늘었는지 스스로 질문해보면 별로 그렇지 않죠. 연구보고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다문화에 대한 수용도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2015년에는 54점이었으나 2018년에는 52.8점으로 떨어졌어요. 완전히 낙제 점수죠. 그럼에도 사회교육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1년간 다문화 교육에 참여한 성인의 비율이 3년 전 5.5%에서 4.6%로 줄었어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시민교육과 캠페인 등 전방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단일민족 개념을 포기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가 한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어려운 것일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차승은 수원대 교수 : 이주민이 많아지면 한국 문화가 사라지거나 희미해진다고 전제하는 것부터가 잘 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역사학자가 아이들에게 누구의 역사를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분에게는 고민거리이겠지만, 저는 역사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면 해답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우리가 누구인지 고민해 볼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역사라고 이름 붙인 그 역사는 지금껏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공유한 역사이고 문화입니다. 그것을 손쉽게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주민이 들어오고, 그들의 삶이 녹아나고 있는 2019년 오늘도 내일이 되면 역사가 됩니다. 물론 이주민이 포함된 상태의 역사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이주민이 이곳에 많이 오면, 우리의 역사는 그들의 역사와 일정 부분을 공유하게 됩니다. 즉,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그들 사회에서도 중요한 장으로 장식되는 것이지요. 만약에 우리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면, 그것만큼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한문화 정체성이 이주민에 의해 희석되거나 다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닫힌 생각입니다. 역사를 둘러봐도 이주민과 교류를 많이 하는 것과 민족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단일민족, 한국민족으로서의 정체성, 그 속에서 담고 있는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만큼 다른 문화, 다른 역사를 존중할 수 있다면, 다문화 사회에서의 문화적 바탕은 매우 풍부해질 것입니다.

 

 

김경희 화성시의원 : 우리는 같은 조상의 자손으로 같은 피를 나누며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한민족(韓民族), 단군의 자손으로만 이루어진 단일민족의 자긍심을 단일민족국가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순수혈통이나 혼혈과 같은 용어에 담겨있는 의미는 인종적 우월성과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혼혈인들은 대부분 차별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다른 민족과 인종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오히려 국민들을 서로 어울리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민족 국가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나 긍지를 갖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민족의 정체성 개념은 혈통적인 것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같은 말과 글, 공통의 역사, 추구하는 삶의 가치 등을 공동 소유하고 경험하는 것이 민족적 동질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글을 바탕으로 한 언어공동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공통의 역사,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민족적 삶의 가치 등이 백의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이루어진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이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버리고 문화혼합주의로 가자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지금 세대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 다문화권 인류와의 소통이 첫 번째 과정이라면 우리 언어와 역사 그리고 가치를 바탕으로 다문화권 인류의 한민족공동체로의 통합은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해야 하는 과업입니다. 그렇게 가는 것이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국가적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브라질, 말레이시아가 각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는 대표적 다문화 사회이지만 국가적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면서 공생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사회 :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법과 제도가 있나요. 보완할 점은 없는지요.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솔직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적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속인주의, 즉 부모님의 국적에 따라 자녀의 국적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이러저런 이유로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라게 되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아이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저출산 고령화를 겪는 우리나라에서 노령인구의 증가와 생산인구의 감소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차원에서도, 사회적 방치로 인해 부적응 아이들의 증가는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국가로도 인적 자원의 손실 및 범죄율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를 방지하는 차원, 그리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는 차원에서도 국적 취득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허용하여 이들을 제도권 안에서 보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화성시의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과제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차승은 수원대 교수 :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들어오는 계기, 적응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이들이 본국과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이주민 개인의 생애과정을 이해하는 작업인 동시에 우리 사회를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주민이 이곳에 와서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사회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좋은 사회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주민을 알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주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상적인 적응의 문제를 도와주면서 이주민과 소통하는 공공기관과 전문가 집단이 필요할거예요. 다문화 사회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이주지원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주민이 그 나라의 시스템 속에 들어오는 과정입니다. 이주민 아동의 건강과 교육, 부모의 주거마련과 취업 등에서 시스템 진입을 지원하는 집단, 시스템 진입 후 지역사회를 알아가고, 특성을 파악하는데 지원을 하는 집단이 필요하겠지요. 마지막으로는 일반인들의 감수성입니다. 우리가 성불평등을 겪을 때 성감수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혐오 같은 연령차별적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연령감수성이라는 말도 쓰는데요. 앞으로 다문화 감수성이라는 말도 많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이미 활용하고 있는 단어이긴 한데, 이에 대한 매뉴얼 개발 같은 정책사업도 본격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음이 어눌한 한국어를 듣더라도, 교실에서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을 만나고, 슈퍼에 들어가서 묘한 이국적 향신료 향이 풍길 때 어색하지 않고 어느 지역인지 오히려 궁금해 하고 어색하지 않게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향유할 수 있는 수용과 감수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주민과 선주민이라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수혜자와 시혜자와 같이 이분법적인 잣대로 구분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일하다보면 이러한 이분법적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오류를 만들어내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잣대를 내려놓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올바른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역시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국민 3명 중 1명은 이주민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무섭다’고 답합니다. 실제로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하고 그나마 몇 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팩트와 인식 사이에 괴리가 심합니다. 그렇게 된 원인 중에는 매스컴과 교육 속에 은연중에 심어주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특정 인종 등 사회적 소수자가 연관된 범죄에 대해서는 그 출신배경을 노출하는 순간 개인의 문제가 아닌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고착될 위험이 있거든요. 보다 선진적인 보도준칙이 필요합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진이나 삽화 등에서도 긍정적 이미지에는 백인들이, 부정적 이미지에는 흑인과 아시아인이 등장한다는 인권단체의 보고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말해준다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꿔야 하고, 또한 2003년에 발효된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비준해야 합니다. 결혼이주민의 경우, 2년간 귀화 신청조차 할 수 없게 한 유예기간을 없애거나 대폭 줄여서 불안정한 신분에서 오는 결혼이주여성의 불평등 권력 관계를 해소해야 합니다. 다문화가족의 범위도 넓혀서 다양한 유형의 이주민들이 포괄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보육과 교육에서만큼은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들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도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희 화성시의원 : 먼저, 다문화정책 컨트롤 타워 설치가 필요하며 외국인 및 다문화 주민지원협의체 구성과 정책협력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합니다. 둘째, 다문화가족의 부부갈등이나 가정폭력 피해와 그로 인한 이혼은 결혼이민자 당사자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그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결혼이민자와 자녀의 인권보호와 화성시 생활적응을 위한 개인 및 가족지원, 부부교육, 부모자녀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언어교육입니다. 학교 안에서 한국어전담 별도의 관리교사가 필요하며, 한국어에 대한 충분한 언어습득과 기초학습 후에 교실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학교안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아울러 방과 후 이들을 돌보고 학습지도하는 다문화자녀 돌봄 교실이 개설되어야 합니다. 넷째, 시립 다문화대안학교의 설립과 권역별 다문화대안학교가 시급히 시행되어야 합니다.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이 한국사회 적응기간을 거쳐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부적응 아동과 청소년을 관리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결혼이민자의 구직, 고용안정과 소득향상을 위한 공동체일자리 지원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생활의 안정감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섯째, 외국인 주민의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정보제공,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도울 수 있는 지원과 자원에 대한 매뉴얼을 확정, 시행, 홍보, 피드백 하는 등의 일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사회 : 화성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 관련 정책과 사업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화성시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을 한두 가지 꼽는다면.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사실 화성시는 현재 시에 요구되는 다문화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해서 뭐라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행정체계의 보완이 가장 시급합니다. 이주민 8만2000명인 안산시는 ‘국’ 체제에 공무원만도 27명이나 되고, 우리 화성시와 이주민 수가 비슷한 수원시 역시 ‘과’ 체제에 공무원 수도 13명이나 됩니다. 이에 반해 화성시는 여전히 ‘팀’ 체제에 3명의 공무원이 이주민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화성시 이주민 상황을 보면 지금 당장 ‘과’ 체제로 전환이 시급합니다. 그게 전제되어야 다문화와 이주민 관련 정책을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시급한 것은 이주민 지원 인프라의 구축입니다. 서울 면적의 1.4배나 되는 화성시에서 대중교통조차 이용할 수 없는 오지에 위치한 외국인복지센터 하나로 화성시의 이주민 복지를 얘기한다는 자체가 사실 넌센스인 거죠. 하루 빨리 외국인복지센터가 이주민이 가장 밀집해 있는 향남의 만세시장 안으로 옮겨와야 합니다. 또한 동부권을 포괄할 수 있는 글로벌청소년센터가 교통의 요충지인 병점에 지어져서 이주배경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주민 청소년들도 글로벌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는 선주민․이주민 청소년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화성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 관련 정책과 사업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화성시는 안정적인 재원을 기반으로 다문화에 대한 지원을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맞춰 시행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시의 이주민이 전체 화성시민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그리고 이주민 정책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이 미비한 지금은 좀 더 화성시 특성에 맞는 정책 개발과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성시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동화주의가 아닌가하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주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을 한국에서 하지 않은 이주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경우, 현재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한국어 교육은 선발된 몇 학교에 3개월 정도만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의 언어 습득력이 빠르다하여도 3개월 정도의 교육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거나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학교 친구들과 함께하기 보다는 같은 언어를 쓰는 학생들끼리 어울리다보니 결국 서로 소외 아닌 소외집단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에 한국사회 적응의 가장 기초인 한국어교육에 대한 지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미국에 이주한 한국인들은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우리사회에 이주한 외국인들도 그들만의 ‘타운’에 몰려 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이주민 밀집지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차승은 수원대 교수 : 외국인들이 밀집된 도시는 어느 사회나 존재합니다. 과거 고려시대에는 벽란도가 그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왜관과 같은 지역을 정부가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중국계 밀집지역이 인천이나 부산, 안산, 그리고 서울 대림동 정도에 존재합니다. 서울의 프랑스인 밀집지역인 서래마을에는 프랑스계 학교가 있는데, 프랑스인들이 자녀를 그 학교에 보내다보니 그 지역을 중심으로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집,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밀집지역의 존재는 이주민에게 마치 문화적 오아시스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곳에 가면 잠시나마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정주국 입장에서도 이러한 지역과 공간이 존재하면 상업적으로나 지역 홍보면에서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려면 ‘타운’이 개방적이어야 하고, 한 사회에 잘 통합된 형태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역이 형성되어 정주국의 문화를 배척, 또는 대치하는 형태로 간다면 다문화 사회로 이행에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사회 갈등이 이러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주민 밀집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최근에 발표가 되고 있어요. 이주민들이 한 지역에 밀집하게 되고 학교 다문화 학생비율이 증가하자 정주국 학생들이 떠나면서 전체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낮아졌고, 그에 따라 학교환경은 낮은 학업성취도와 학교적응의 어려움, 일탈 등의 문제를 겪습니다. 이는 이주민 밀집지역에 대한 어두운 시선과 그에 따르는 문제점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 두 가지 모습 모두가 사실은 현실이고 이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경희 화성시의원 : 이주민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나 불법체류자의 근거지,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선입관입니다. 오히려 이와 같은 특정 민족이나 국가 출신들의 타운을 통해 한국사회 정착의 중간지역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외교민들이 타국에 이주해서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는 것도 우리 것을 지키고, 그 나라에 흡수되지 않으려고 차단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외국인들이 같은 말과 글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타운에 거주하면서 점차 화성에 적응하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 집단거주공간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곳도 철저하게 우리의 법과 제도가 지켜져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 시민들도 그들의 나라와 문화, 음식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타운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하는 정책과 인식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한국식’이라며 한국사회와 문화에 억지로 적응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같은 핏줄이나 같은 민족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더라도, 이 나라, 이 땅에서 사는 모든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포용하며 사는 넉넉한 나라가 되어야겠습니다.

 

사회 : 다문화 가족 아이들이 언어발달 지연과 이에 따른 학습능력 저하,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봅니다.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김경희 화성시의원 : 먼저 여성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교육을 도와야합니다. 부모가 우리말로 소통이 어려우면 아이들도 언어를 배우는데 지연되는 현상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엄마와의 상호작용이 안 되어 인지능력도 저하되고 정서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언어와 학습을 익힐 수 있도록 방문지도사의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한국어가 되지 않는 아동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언어가 안 되면 이해력 부족으로 당연히 학습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 사귀기도 어렵게 되겠죠. 언어도 안 되는 낯선 환경에 있으면 아이들은 긴장감과 두려움, 공포심이 증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교육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도 변화됩니다. 부모와의 관계개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부모자녀 관계를 향상시키며,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프로그램으로 사회성을 획득하고, 어린이집과 학교, 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에서 다문화담당 교사가 있어서 이들을 위한 학습지도와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다문화가족 자녀들에 대해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지요. 사실 국제결혼 후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한국어를 기본 언어로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납니다. 그런데, 부부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가정 자녀들은 모국어인 외국어를 기본 언어로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나기에 언어발달 지연이나 학습능력 저하 등의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정작 그 아이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저출산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이민정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국가정책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별 이민을 본격 추진해서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전문 비자로 변경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을 초청할 수 있어서 요즘 외국인가정 자녀들 또한 빠르게 늘고 있지요.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4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는데,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가정 자녀는 4년 만에 5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이들 외국인가정 자녀들은 미래에 한국 국민으로 살아갈 아이들인데, 현재 한국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결국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미래로 떠넘기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다양해지는 이주민들의 유형과 상태에 맞도록 이주민 자녀들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다각화되어야 합니다. 영유아 보육시스템에서부터 외국인가정 자녀들에게 문턱을 낮추어야 하고, 학교 교육의 적응을 도와주는 이주민 자녀 지원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공부방도 필요합니다. 또한 학교 교육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이주민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도 확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 화성시의 다문화 관련 정책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현주 화성시 다문화가족센터장 :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다문화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센터의 비전이기도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차이와 다름이 서로가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회 : 이주민 숫자에 적정선이 있을까요. 앞으로 이주민이 더 유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차승은 수원대 교수 : 우리 사회에 오는 인구이동에 국한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민의 방향성을 보면, 최근 들어서 국가경계, 지역경계는 상당히 허물어졌습니다. 사람들은 평생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곳에만 정주해서 평생을 사는 사람이 오히려 드뭅니다. 이러한 이동의 지향성은 삶의 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주민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만큼 우리 주변에 한국인들도 다양한 사회로 이주하거나 이동합니다. 잠재적으로 우리 모두 이주민일 수 있습니다. 이주민이 우리사회에 계속 온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든 우리사회에 그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면에서 적정한 선이라는 관념은 오히려 비현실적입니다. 오히려 이 시대는 ‘아무도 오지 않는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 : 다양한 사회집단간의 소통과 협력, 공생의 사회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주민간의 공생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짧게 말씀해 주세요.

 

김경희 화성시의원 : 현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화성시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다문화를 존중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지역주민의 문화적․민족적다양성을 인지하며, 사회통합을 목표로 세우고 정책을 실행해 나가야 됩니다. 모든 인종과 문화가 동등하게 서로 배우고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다문화축제, 이웃박물관,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간, 다민족 문화가 동등하게 그 가치를 존중 받는 새로운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다문화자체가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 향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며, 도시의 전반적인 정책방향이 다문화정책을 지원하고 이와 연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 다원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정부와 공공기관이 감당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더욱 중요해지는 거지요. 다문화 관련 활동 역시 정부와 공공기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다양한 민간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 전반을 바꿔나가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사회운동과 함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주민 스스로가 조직되고 주체화되는 것이 이주민 인권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봅니다. 이주민들의 공동체가 보다 탄탄해지고, 이주민 속에서 시의원도 나오고 사회 지도층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 이주민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보다 다양화되고 성숙해지는 문명사회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현주 화성시다문화가족센터장 :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나오는 사랑의 4단계, 즉 관심, 책임, 지식, 존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화성시에 온 이주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선주민으로서 이들이 화성시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책임져 주고, 이주민들에 대해 많이 알아가면서, 이주민에 대해 오해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존중을 한다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승은 수원대 교수 : 만약 화성시에 국한해서 이야기한다면, 화성시 이주민의 구성과 변화가 제대로 기록되고 홍보되어야 합니다. 화성시 관내에 거주하는 이주민, 그들의 분포, 그들의 구성과 어떤 특성의 이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모니터링과 홍보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전문가 집단의 수요, 그리고 다문화 감수성을 촉진시키는 정책속도를 변화에 맞출 수 있습니다. 또한 이주민이 이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합니다. 이들도 이제 중요한 정책수혜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욕구도 알아봐야 합니다. 이주민 내의 다양성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주민이라고 했을 때 특정 국가, 특정 상황에 놓인 이주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이주민이 많다는 것, 다문화 내의 다양성을 우리가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 지금까지 ‘다문화 사회, 이젠 공생이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말씀들을 들어보았습니다. 소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성큼 진입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30년 후 50년 후까지 내다보는 큰 청사진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지금도 느낄 수 있지만, 다문화 사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앞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더 다양해질 것 같습니다. ‘공생’을 위한 정말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미비점들의 보완과 더불어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인식 개선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우리 화성시가 건강한 다문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 좌담회에 참석해주신 패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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