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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54] 낯선 부서, 낮선 조직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나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2/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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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대기업에서 관리통으로 인정받던 D씨가 어느 중견 기업 관리 책임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 중견 기업의 창업자인 사장이 D씨로 하여금 회사 업무 를 체계화시키고 한 단계 업그레드 시키고자 했다. D씨가 이 회사에 와서 보니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회사에 미비한 규정이 많았고, 일부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지켜지지도 않았다. 자신이 할 일이 이런 것을 고치는 것이라 생각하고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관리부서 직원들은 거의 매일 야근을 하게 되었고 현업부서와는 사사건건 부딪침이 있었다. 현업부서는 말로만 해도 되던 것을 이제는 서류 작업을 해야 했고 또 사전에 처리하고 나중에 서류를 갖추던 것도 이제는 반드시 서류 작업을 먼저 해야 했다. 급기야 관리부서 직원들 중에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열심히 일하는 D씨를 보고 대견해 하던 사장도 서서히 D씨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맨날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D씨가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E씨는 이와는 정반대로 일을 한다. E씨는 대기업에서 이 부서 저 부서 옮기며 일을 많이 해본 데다 회사를 이직한 경험도 꽤 있다. 그는 낯선 조직에 들어가면 오히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본다. 직원들이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오면,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어요? 그대로 하세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직원들 하고 대화를 한다. “왜 그렇게 하나요?” “결과를 체크해 보셨나요?” “더 일찍 시작할 수는 없나요 ?” “진행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지는 않나요?” “앞으로 뭐를 개선했으면 좋을까요?”

 

리더가 항상 같은 부서에서 같은 직원들 하고 일하지는 않는다. 승진을 해서 업무범위가 넓어지기도 하고 또 부서를 옮기기도 한다. 부서가 아니라 아예 조직 자체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 2011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스위스 IMD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글로벌 기업의 관리자들이 18.2년 근무하는 동안, 승진, 수평 이동, 타사 전직 등 총 13.5회의 큰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3년에 한 번 정도 전환(transition)을 겪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리더가 이런 변화시점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그의 경력에서 매우 중요한 성공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하버드 대학의 왓킨스(Michael Watkins) 교수는 많은 리더들이 전환기 관리를 잘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낯선 상황에서 리더들은 흔히 이런 과오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익숙한 경험에 너무 의존한다거나, 뭔가 보여주기 위해 너무 서둘러 행동을 취하려 한다. 또한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하여 무리한 행동을 하거나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려든다는 것이다. “그래 알았어. 이것이 문제지. 그건 이렇게 하면 돼” 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앞의 D씨가 보인 행동이 바로 이런 과오세트의 전형이다.

 

아마 D씨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이제 내가 대기업에서 배운 지식을 중소기업에 전수해줄 때야. 사장님이 나에 대한 기대도 크니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지. 한 달만 지나면 ‘확 달라졌다’ 이런 말이 나오게 할 거야”

 

낮선 업무를 맡거나, 낯선 조직에 갔을 때 리더가 할 일은 첫째, 과거 지식으로 새로운 상황을 속단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충분히 새로운 상황을 학습해야 한다. 단순히 상황파악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시장 상황과 내부 사정에 대해 겸허하게 배워야 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문화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문화에는 다름대로 조직구성원의 집단 지성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지원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주고 신뢰해주고 응원해 줄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학습과 세력구축은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사람을 통해 학습을 하고 학습하는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세 번째로 할 일은 새로운 액션을 지시하는 것보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좀 더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낯선 상황에 처한 리더는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지켜보고 배우고 테스트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액션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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