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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 부하직원이 ‘비전이 없다’고 말할 때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8/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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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L씨는 중고자동차 부품을 취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수입 외제차는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할라치면 부품 값이 매우 비싸다. 그런 경우를 위해 중고부품을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좋은 부품을 잘 확보해두는 것이다. L씨는 이를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한다. 유럽에서 부품을 사오기도 하고 이스라엘에서 사오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많이 사오는 데가 일본이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차를 착실하게 아껴 쓰기 때문에 폐차하는 차의 부품 중에서 건질게 많다는 것이다. 

 

L씨 회사는 규모가 크지 않아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중 한 직원이 갑자기 회사를 관두 겠다는 선언을 했다. 적은 인원 속에서 한 사람이 빠지면 타격이 크다. 그런데 직원이 사표를 쓰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L씨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사표를 쓰는 이유였다. “사장님, 비전이 없어요” 직원의 사표제출 변이었다. ‘월급이 적어요’도 아니고 ‘다른 데로 옮겨요’도 아니고 ‘비전이 없다니...’ 나름 그래도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는 L씨는 머리를 한방 맞은 것 같았다. “우리 회사가 규모가 작아서 그래. 회사를 키우고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L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필자는 많은 기업에 조직관리 자문을 하였으며 지금도 하고 있다. 필자가 자문한 기업은 대체로 규모가 크고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그런 기업이다. 회사는 알아주는 ‘회사’이지만 정작 종업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으로서는 별로인 데가 많다. 거기서도 직원들이 ‘비전이 없어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승진하면 뭐 합니까? 부장되고 임원되어 보았자 눈치나 보고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데요” 이렇게 이야기하거나, “이렇게 열심히 일해 보았자 남는 게 뭐 있습니까?” 하고 말한다.

 

직장이 크다고 비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취업포탈 사람인에서 직장인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직장인 93.2%가 사표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그 중 24.3%는 하루에도 수시로 느낀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회사에 비전이 없다고 느낄 때’가 56.3%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34.4%), ‘내 잘못도 아닌 데 책임져야 할 때’(31.0%), ‘잦은 야근 등 격무에 시달릴 때’(30.1%), ‘남들 보다 낮은 연봉 등이 비교될 때’(30.0%) 등이 따르고 있다.

 

그런데 비전이란 무엇일까? 비전이 없다는 말이 무엇일까? 여러가지 뜻이 있겠지만 비전이라고 이야기하면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비전에 없다’는 뜻은 미래가 없다는 뜻이고 ‘미래가 현재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희망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고시촌에 가면 쪽방에서도 비지땀을 흘리고 공부를 한다.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회사 직원들은 월급 몇 푼 받지 않고도 밤샘 작업한다. 그렇게 하면 작품이 나오고 회사가 커지고 상장을 하고 또 주식을 받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비전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회사가 월급 주듯이 종업원에게 주는 것일까? 사장이 해외여행 다녀와서 주는 선물처럼 건네주는 것일까? 비전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고쳐지는 것이고 다듬어지는 것이고 차차로 가시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Vision 보다 Visioning(좀 더 정확히는 Envisioning)이 중요하다. 개개인이 인생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과정이 비저닝이다. 비저닝에서는 대화가 큰 몫을 한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미래를 인식하고 의미를 찾아보고 희망을 구체화시킨다. 남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도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저닝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습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장님, 우리 회사에 비전이 없어요”라고 말할 때 “큰 일 났군. 무슨 비전을 주어야지?”하고 당황해 할 필요가 없다. “김주임은 어렸을 때 꿈이 무엇이었어?” “10년쯤 후면 우린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까?” “아니 지금 당장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일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되는 것이다. 사표를 들고 올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말이다. 미래를 많이 이야기하는 회사가 비전이 있는 회사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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