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8] 왜 직원들이 회의를 지겨워 하나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5/18 [15:5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필자가 한 건설회사를 자문할 때였다. 그 회사 P본부에서는 주례 회의에 30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었다. 회의시간도 3시간 정도 되었다.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보고를 하기 때문에 회의내용도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본부장에게 물었다. “그렇게 매주 많은 사람이 모일 필요가 있을까요?” 그랬더니 정보공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또 물었다. “그렇다면 참석자들이 좀 더 의미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나라 직장에서 회의는 지겨운 것으로 통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를 통해 우리나라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문화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습관적 야근’과 함께 ‘비효율적인 회의’가 후진적 직장문화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습관적 야근은 54%, 비효율적 회의는 53%가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직장에서 회의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지겨울까?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회의는 대화를 하자는 것인데 대화가 없이 ‘기계적으로’ 또는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회의라고 해서 갔는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내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내 관심사’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이렇게 투덜거린다.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했으면 훨씬 생산적일 텐데...” 사원들을 위한 정보공유 회의가 아니라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도 회의적(懷疑的)인 경우가 많다. 이미 결정이 되어 있어 회의를 통해 변경하기 어려운 때가 많기 때문이다.

 

회의는 어때야 할까. 모든 회의는 기본적으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어야 한다. 브레인스토밍은 1930년대 광고전문가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이 개발한 회의진행법이며 또 창의적 문제해결법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어떤 주제를 놓고 비판 없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회의인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보통 회의에서는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비용이 많이 든다.’ ‘현실성이 없다’ ‘참신성이 떨어진다.’  하면서 일단 비판을 하고 본다. 물론 의도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자는 것인데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모두 말문이 닫히고 만다. 그래서 이걸 하지 않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이다. 아무리 흠이 있는 의견이라도 ‘그것도 가능하네요.’ ‘그것도 좋습니다.’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군요.’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디어를 많이 모으는 것이다.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채택하란 말인가 하고 반박할 것이다. 일단 ‘말이 안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모은 다음 평가하는 시간을 따로 갖고 이때는 여러 가지 기준으로 가장 좋은 대안을 선정하는 것이다. 

 

체신부장관과 교통부 장관을 지내신 오명씨가 아주대 총장으로 오셨을 때다. 그 분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회의를 몇 차례 보시더니 형식을 바꾸자고 제안하셨다. 원래 회의가 ①보고사항, ②의결사항, ③기타사항으로 되어 있었는데, ①보고사항, ②의결사항, ③논의사항으로 해 보자는 것이었다. 의결사항은 그 회의에서 가부를 결정해야 하는 의안인데 비해 논의사항은 그냥 의견을 교환하는 의제였다. 오명 총장은 앞으로 결정을 해야 하겠지만 사전에 브레인스토밍을 충분히 해 보자는 취지로 논의사항을 두자고 한 것이었다. 가벼운 사항은 논의를 통해 그 자리에서 의결을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항은 논의를 여러 차례 거칠 수 있다.

 

그래서 오명 총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의결’이 아니라 ‘논의’였다. 의결사항은 이미 충분히 이야기된 것이고 예측된 것이지만 논의사항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모든 회의시간을 브레인스토밍으로 할애할 수가 없다. 그러나 결정이나 정보공유에 밀려 브레인스토밍이 사라진다면 회의의 의미가 없고 지겨움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주재하는 모든 회의는 오명총장님이 가르쳐준 형식을 따른다. 보고사항, 의결사항, 논의사항...

 

앞서의 건설사 회의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서별 보고는 특별한 것만 하기로 하고 논의안건을 다루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이 몇 마디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회의는 대화이고 상호작용이고 브레인스토밍이다. 회의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리더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