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흙과 불’의 수행, 화성 명장의 혼을 인사동에 심다화성특례시 도예명장 일석 정선영 개인전 ‘불로 그리다’ 29일 개막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로지 흙을 빚고 불을 다스려온 거장의 손끝이 서울 인사동의 중심에서 빛을 발한다. 화성특례시 제1호 도예명장 일석(一石) 정선영 작가의 개인전 ‘불로 그리다’가 오는 4월 29일~5월 4일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화성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안필연)이 지역 예술가들의 우수한 작품을 서울에 소개해 지역 예술 유통의 기반을 강화하고자 기획한 2026 ‘화성특례시 서울로 365’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의 타이틀인 ‘불로 그리다’는 정선영 명장이 도자를 대하는 철학적 정수를 관통한다. 작가에게 불은 단순히 도자기를 굳히는 물리적 도구가 아니다. 가마 속에서 일어나는 요변(窯變, 가마 안에서 불의 성질에 따라 색이나 형태가 변하는 현상)은 인간이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명장은 그 우연의 가능성을 수십 년의 경험과 감각으로 끌어올린다.
정 명장은 작가 노트를 통해 “불은 작품 위에 색과 흐름, 시간의 결을 그려내는 또 하나의 창작자”라고 고백한다. 작가가 형상을 만들고 유약을 바르는 것이 시작이라면, 그 완성의 화룡점정은 불의 몫이라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의 변화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요변 접시’와 절제된 균형미의 극치인 ‘달항아리’ 20여 점이 선보인다.
특히 요변 접시는 유약과 화염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회화적 표면을 통해 도자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객들에게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작가가 빚어낸 달항아리는 현대적인 미감 속에 깊은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번 개인전에 전시될 작품 중 정 작가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지름 94㎝, 높이 14㎝의 초대형 요변접시 ‘불로 그리다’는 눈여겨볼 만하다. 보통 지름이 40~50㎝인 요변접시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큰 접시는 가마로 굽는 과정에서 무너져 내리거나 깨지는 경우가 많아 작품을 완성하기가 극히 어렵다.
정 작가는 50년의 시간 동안 도자를 단순한 기물(器物)이 아닌, ‘흙과 불, 그리고 시간이 함께 완성한 하나의 기록’으로 정의해 왔다. 반복과 축적 속에서도 매번 다른 결과와 가능성을 마주하는 과정 자체를 작업의 본질로 삼는 그의 태도는 화성시 도예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인사동의 봄을 수놓을 이번 ‘불로 그리다’ 전시는 화성 시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서울의 관람객들에게는 도자 예술의 신비로운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명장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과 불이 남긴 찰나의 순간이 마주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4일까지 계속된다. 신호연 기자(news@ihsnews.com) <저작권자 ⓒ 화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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