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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인터뷰-이순실 평양명가 대표]
“냉면 한 그릇에 담은 북녘의 정, 남한의 자유를 적시다”

신호연 기자 | 기사입력 2026/04/13 [09:19]

[인터뷰-이순실 평양명가 대표]
“냉면 한 그릇에 담은 북녘의 정, 남한의 자유를 적시다”

신호연 기자 | 입력 : 2026/04/13 [09:19]

  © 화성신문

평양의 맛, 15년의 고집을 꺾고 

‘한국의 맛’을 찾다

 

여름철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맛집이지만, 이순실 대표가 처음부터 성공 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다. 한국 생활 20년 중 15년 동안은 정통 북한 맛을 고집하다 쓴맛을 보기도 했다.

 

“북한 음식은 원래 순하고 슴슴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분들은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제 냉면을 먹어보고 ‘행주 빤 물’ 같다는 분도 계셨죠. 15년 동안 식당이 망하고 또 망해도 고집을 안 꺾다가, 이제야 한국인들의 입맛을 공부하며 접점을 찾았습니다.”

 

독학으로 한국 요리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연구한 끝에, 한국 사람들의 입맛과 평양의 정통성을 조화시키는 현재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함께 생강, 대파, 마늘, 그리고 북한에서 ‘하늘고추’라 불리는 태극고추를 넣고 8시간 동안 진한 육수를 우려낸 뒤, 맛이 변하지 않도록 차가운 물에 담가 식힌 후 냉동실에 보관해 사용한다.

 

주문 즉시 메밀면을 뽑아 특제 육수를 넣고 한우 소고기 고명을 듬뿍 넣은 정이 넘치는 평양냉면은 이곳의 시그니처 음식이다.

 

이순실 대표가 운영하는 ‘이순실 평양명가’에는 아주 특별한 규칙이 하나 있다. 메뉴판 어디를 봐도 ‘곱빼기’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밖에서 밥 사 먹을 때 양이 너무 적으면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가게는 처음부터 곱빼기 양으로 드려요. 배불리 먹고 가시도록 하는 게 제 철칙입니다.”

 

“한두 젓가락 차이로 많냐 적냐 이건데, 그거 아껴서 뭐 부자 되겠어요? 차라리 많이 드려서 와~~ 감탄하며 기분 좋게 드시는 식사를 제공해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 거죠.”

 

 

  © 화성신문

 

 대기 중인 물냉면 © 화성신문



 

6살 아이도 “순실 언니!” 마음을 나누는 아지트

 

이 식당이 동탄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비단 맛 때문만이 아니다. 지역 아이들에게 이 대표는 무서운 사장님이 아닌 친근한 ‘언니’로 통한다.

 

“6살, 7살짜리 꼬마들도 저를 보면 ‘사장님’이라 안 하고 ‘순실 언니’라고 불러요. 그럼 저는 너무 예뻐서 인형도 선물하고, 가게에서 직접 만든 떡이나 빵을 한 보따리씩 싸주죠.”

 

한번은 초등학생 아이들 세 명이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와서 나눠 먹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이 대표는 돈을 더 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푸짐한 한 상을 차려주었다. 그 진심에 감동한 아이들은 일요일에 온 가족을 데리고 다시 방문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냉면 한두 그릇 팔아서 부자 되는 거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학원 오가며 들여다보고 간식 얻어먹고 가는 집, 그런 정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냉면 기계로 직접 눌러 만든 쫄깃한 찹쌀떡을 아이들 손에 쥐여주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딸을 향한 그리움과 세상 모든 아이를 품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엿보인다.

 

 

  © 화성신문



 

9번의 사선을 넘어, 방송국으로 향한 이유

 

이 대표는 북한군 군단장 요리사의 딸로 태어나 간호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1년간 간호장교로 복무했지만, 부모님을 여의고 마주한 북한의 현실은 참혹했다.

 

무려 8번의 탈북 실패와 고문, 그리고 9번째에 성공한 탈북 과정에서 그녀는 3살 난 딸을 인신매매단에 빼앗기는 단장(斷腸)의 고통을 겪었다. 그녀가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사실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방송에 나가면 혹시라도 인신매매단에 팔려 간 내 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어요. 아직도 찾지는 못했지만, 방송을 통해 잃어버린 딸을 찾을 수 있는 끈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 ‘동치미’, ‘알토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사당귀)’, ‘국방TV’ 등 5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탈북민의 삶과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방송을 통해 얻은 유명세는 그녀의 음식 사업에도 큰 힘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탈북민들의 엄마’ 3년의 교육 후 ‘독립’시키는 큰 사랑

 

이순실 평양명가의 주방과 홀에는 10여 명의 탈북민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들에게 단순한 고용주를 넘어 인생의 스승이자 어머니 역할을 자처한다. 그녀는 새로 온 직원들에게 “3년만 여기서 일하며 기술을 배우고, 무조건 창업해서 나가라”고 독려한다.

 

“저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기술 하나 배우기가 참 힘들었어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요. 그래서 우리 직원들에게는 고기 삶는 법, 육수 내는 법, 칼 다루는 법까지 다 가르쳐줍니다. 3년이면 눈 감고도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독립해서 프랜차이즈를 하든 따로 나가든, 그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걸 돕는 게 제 역할이죠.”

 

실제로 그녀는 형편이 어려운 탈북민 부부의 결혼식을 식당에서 열어주기도 하고, 고민 상담을 하러 오는 탈북민들의 ‘친정 엄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식당은 탈북민들의 아지트예요. 여기서 정보도 나누고 상담도 하고 봉사도 시작하죠.”

 

 

 

자유의 소중함, 군인들을 향한 무료 식사로 보답

 

이 대표의 나눔은 탈북민 사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식당에는 ‘현역 군인 무료 식사 제공’이라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휴가 나온 장병들이나 외출 나온 군인들은 이곳에서 돈 걱정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웃으며 장사하고 돈 벌 수 있는 건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들 덕분이잖아요. 그 자유가 너무 소중해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녀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교회나 절 등 종교활동 시간을 활용해 매월 2~3차례씩 정기적으로 냉면과 떡, 만두 등을 보내는 봉사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9번의 사선을 넘으며 얻은 이 땅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자유를 지키는 이들에게 보내는 그녀만의 뜨거운 경례인 셈이다.

 

최근 화성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화성 구석구석에 우리 탈북민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더라고요. 그들이 우리 이웃으로 잘 섞여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또 시장님을 만나면 화성시만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개발해 보고 싶다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화성시를 더 널리 알리고 싶거든요.”

 

그녀는 지식이 많아서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그릇이 큰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라 믿는다. “퍼주는 사람은 욕하는 사람이 없더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그릇을 비워 타인의 그릇을 채운다.

 

 

 

학벌보다 중요한 것은 ‘성실’ 연 매출 120억의 비결 

 

이순실 대표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학벌’이 아닌 ‘마인드’를 꼽았다. 그녀는 북한에서 간호 사관학교를 나온 것이 전부이고, 한국에 와서도 대학 문턱은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 밑에서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명문대 졸업생들도 수두룩하다.

 

“대학 100개 나오면 뭐 해요?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소용없어요. 저는 피눈물 흘리며 현장에서 배운 기술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널려 있는 게 돈이에요. 성실하게만 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입니다.”

 

실제로 그녀의 사업체는 연 매출 12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설에는 홈쇼핑에서 만두로만 7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족발, GS 도시락, 국수떡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홈쇼핑과 대형 마트 납품도 준비 중이다.

 

 

 

“내 마음의 그릇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이순실 대표는 인터뷰 내내 ‘나눔’과 ‘축복’을 강조했다. 그녀는 오늘도 손님들에게, 직원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자신의 진심을 퍼주고 있다.

 

이순실 대표에게 식당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교실이자, 탈북민들의 아지트이며, 지역주민들과 정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제 그릇은 담아도 담아도 끝이 없어요. 그 담은 정이 칭찬받고 들어올 때마다 저는 또 다른 성공의 열매를 맺습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도 가장 큰 식당을 차려 남한의 풍요로움을 전해주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친 그녀가 직원들에게 “오늘 꽃이 예쁘게 피었으니 일찍 퇴근해서 벚꽃 구경이나 가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 웃음 속에는 고단했던 과거를 이겨낸 강인함과 세상을 품는 넉넉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동탄의 ‘순실 언니’, 그녀가 만들어가는 맛있는 통일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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