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단순한 디지털화 단계를 넘어 ‘AX(AI 전환)’를 이야기한다. AI를 업무에 일부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막상 기업 현장에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한 가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AI는 평균적인 답에는 강하지만, 특정 조직의 미묘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기업 맞춤형 AI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성능 좋은 모델을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술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같은 업무라도 회사마다 처리 방식과 판단 기준이 달랐고, 그 차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AI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AX의 성패가 기술이 아니라 현장 이해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예를 들어 제조 현장에서 불량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 보자. 겉으로 보면 기준을 수치로 정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숙련된 작업자는 단순히 숫자만 보지 않는다. 미세한 소리의 변화, 기계의 진동, 제품의 색감과 촉감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과정은 대부분 매뉴얼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오랜 경험 속에서 몸에 밴 감각이다. 이런 요소를 반영하지 않으면 AI는 형식적으로는 맞는 판단을 내리지만, 현장에서는 신뢰받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게 된다.
공공기관의 민원 처리도 비슷하다. 규정만 놓고 보면 동일한 기준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숙련된 담당자는 민원인의 말투와 상황의 맥락, 그리고 과거 사례를 함께 고려해 대응한다. 그러나 AI는 주어진 규정과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그 결과 형식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답변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경험 속에 축적된 지식을 ‘암묵지’라고 한다. 암묵지는 매뉴얼로 쉽게 옮길 수 없고, 수치로도 완전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 업무에서는 이 암묵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를 미리 알아차리는 감각, 상황을 읽는 판단력, 그리고 적절한 대응을 선택하는 능력은 대부분 암묵지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AX가 본격화될수록 오히려 이 암묵지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탁월하다. 그러나 맥락을 읽고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해하고 그것을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쟁력도 여기에서 갈린다. 같은 AI를 도입하더라도 어떤 조직은 성과를 내고, 어떤 조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 차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이 가진 암묵지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있다. AX는 기술 도입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지식을 어떻게 끌어내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AI는 결국 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AI는 무엇을 학습하는가, 그리고 그 학습의 원재료는 무엇인가.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이라도 부정확하거나 피상적인 데이터로 학습하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현장의 경험과 숙련자의 판단이 반영된 지식으로 학습할 때 비로소 AI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된다.
리더는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조직의 자원은 문서화된 형식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속에 축적된 암묵지 역시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암묵지를 가진 숙련자들은 AI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AI에 익숙한 구성원들은 현장의 암묵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둘을 어떻게 연결하고,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이제 리더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경험과 감각, 그리고 상황을 읽는 능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AX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사람 안에 축적된 보이지 않는 지식, 즉 암묵지를 어떻게 발견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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