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262]
작품에 투영된 원로작가의 회상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12/09 [09:04]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이종원 청운대학교 문화예술경영마이스학과 외래교수     ©화성신문

미인박명이라고 했던가, 19세기 중반에 태어나 20세기를 맞이하지 못하고 37세로 사망한 빈센트 반 고흐, 네덜란드에서 출생한 그는 독특한 화풍과 강렬한 표현의 작품들을 불과 10여 년 동안에 창작하였고 그의 화풍은 유럽 미술가들과 미술사에 획을 그을 만한 새로움을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작품과 작품세계에 대하여는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그의 작품은 곳곳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그의 초상화나 해바라기 작품은 전시회의 홍보 자료로 쓰이기도 하고, 커다란 천에 프린트해 벽면에 걸어 놓기도 하며, 프린트나 사진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고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동생 테오와 1천여 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형제애와 그림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돈을 필요로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르웨이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뭉크는 장수했다. 1863년에 태어나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직전 해인 1944년에 사망해 81세까지 살았으니 장수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누이를 잃었고, 누이동생마저 세상을 떠났으며,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사랑과 배신으로 큰 상처를 입는 과정에서 뭉크도 정신적으로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술에 의존하는 등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 유학 시절 고흐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가족의 죽음, 연인과 사랑, 그리고 배신으로 이어지는 실패로 인한 충격 등 고흐의 삶의 세계가 화풍에 조명되는 그림을 그렸다. 절규, 죽음과 소녀, 흡혈귀, 사랑과 고통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고흐와 뭉크의 공통점은 정신적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며, 뭉크는 여러 달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다. 어렵기는 고흐도 마찬가지였으나 특히 뭉크는 제1차,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쟁을 겪었으며, 나치가 그의 작품을 훼손할까 하여 작품 모두를 시에 기증하도록 유언하였다.

 

 클로드 모네, 르느와르, 피카소 등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들어서 활동한 작가들은 비교적 안정되고 좋은 환경에서 미술을 배우고, 왕립기관 소속으로 지위와 명예를 누리기도 하는 등 큰 어려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작가들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접하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하며 다듬고 완성해가는 과정들을 갖게 되었다. 

 

작가 자신의 철학과 오랜 시간 동안의 창작작업을 통해 작품세계를 이루고 안착해 가는 과정은 작가만의 삶이며 철학이고 그의 세계이다. 예술의 표현 방법은 기호와 소리, 움직임 등 다양한데 미술 세계는 색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색과 표현의 기법이 화풍으로 관람자에게 전해진다.

 

2024년 11월 중순, 인천 서구 ‘문화의 거리’에 있는 문화공간  「터ㆍ틀」에서는 박흥규 원로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여기에 유치원 어린이 50여 명이 작가와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원로작가는 실로 짠 커피색 모자를 머리에 쓰고, 앞치마를 둘렀으며, 한 손엔 붓을, 다른 한 손엔 팔레트를 들고 아이들에게 실제 캔버스에 붓 터치를 해가며 그림 그리는 과정과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아이들의 온 시선은 이젤 위에서 움직이는 붓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작가는 느리고 쉬운 말로 그리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작가가 질문 있어요?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고 자신을 점해 주기를 애원했다. 아이들은 의외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언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나, 왜 그림 그리기를 했나, 그림에 왜 달을 그렸나 등등이었다. 

 

편하게 설명해 가던 작가는 달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순간 회상에 잠기는 듯했다. 작가는 결국 어린 시절을 끄집어 올렸다. 전쟁이 나서 피난길에 부모를 잃어버리고 어린 시절을 절망과 굶주림, 그리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그 절망과 굶주림, 기다림은 작가 본인만이 아니라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작가와 같은 현실이었다는 이야기를 오늘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결국 이 원로작가의 그림이 어둡고 달이 떠 있으며,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어린이는 작가 자신이었고, 당시의 현실이었고, 그런 아픔과 절망의 기억들이 작가의 삶 속에서 떠나지 않고 어른거리고 있으며, 이러한 오래된 기억의 창을 넘어 탄생한 것이 작가의 작품이란 것을 어린이와의 대화에서 새삼 회상되고 있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