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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22]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배우는 협상 기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12/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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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본능이 벌써 발동되고 있다.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취임하면 첫 번째 조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특별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통해 수천 명의 사람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범죄와 마약도 유입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를 막기 위해 관세 부과를 하겠노라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1987년에 펴낸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보면, 그가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일단 협상을 즐기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고받고 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이익을 쌓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는 디테일에 매달리기보다는 판을 크게 흔들어 놓고 협상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협상 규칙 1조가 ‘생각을 크게 하라’이다. 판이 적으면 얻을 것도 적고,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 하지만 판을 키우고 흔들어 놓으면 의외의 일들이 벌어지고 거기서 얻는 수익이 많아진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렇게 미디어에 공표했으니,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는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들을 범죄와 마약을 공급하는 국가라고 했으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을 중지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반증할 구체적인 액션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세 25%는, 2%도 아니고, 당장 거래를 끊겠다는 전쟁 선포와 맞먹는 조치이다. 이를 낮추기 위해 트럼프에게 뭔가를 제공해야 할지 모른다. 트럼프는 일단 이렇게 공을 던져 놓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긴장하는 나라는 이 두 나라뿐이 아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도 긴장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과거 NAFTA)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수출 거점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활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멕시코에 가전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LS전선도 최근에 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인 버스덕트 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을 착공한 상태에 있다.

 

자동차 업계도 비상이다. 기아는 연 25만 대를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중 15만 대가량이 미국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그룹에서는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산출물은 미국에 직접 나가기보다는 현지에 있는 자동차 회사에 공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산 상품에 관세가 높아지는 것은 곧 우리 상품에 관세가 확대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결코 먼 산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판이 얼마나 큰 판인지 그는 알고 흔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도 트럼프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가 판을 키우면 우리도 판을 키워야 한다. 멕시코 관세만 바라보고 있으면 대안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 한미 통상관계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지난 11월 7일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조선업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거론했다. 그 바쁜 와중에도 그 많은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산업을 거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뭔가 우리가 미국에 주어야 할 큰 건이 있는지 모른다. 배는 단지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도 관련이 깊은 산업이다. 우리도 판을 키워서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면 대안이 넓어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좀 거칠게 발언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적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이 대충 나온 막무가내라고 보면 오산이다. 그는 거래의 기술에서, 철저하게 시장을 연구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상대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당장,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참에 트럼프식으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놀랍게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중에도 ‘협상’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협상에는 정이 없고, 정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협상을 잘못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급 협상이다. 협상에 인간미를 담아야 하고 철학을 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판을 크게 보아야 하고, 근본적인 통찰이 필요하다. 협상을 즐기는 것 그것부터 필요한 일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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