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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12]
퇴직 직원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9/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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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사업을 하는 H 사장은 정이 많은 사람이다. 생산직 사원이나 회사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애로 사항을 이야기하면 최선을 다해 처리를 해준다. 그들의 부탁 중에 가장 난처한 것이 취직 부탁이다. 자녀들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하는 부탁 말이다. H 사장은 그것도 최대한 들어 준다.

 

한번은 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직원이 찾아왔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해 했었는데 집안에서 하는 사업을 도와주어야 한다며 오래전에 퇴사한 직원이다. 그의 집안에서는 건어물 유통업을 하고 있었는데 꽤 규모가 크고 유망해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 그 사업을 접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직원이 다시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사실 난감했다. 회사를 떠난 지가 15년이 넘었고 이제 그 사원의 나이도 50을 바라보고 있었다. H 사장 자신의 회사에는 자리가 없었다. 아니 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경력 단절이 있는데 높은 자리를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입사원 취급할 수도 없지 않은가. 과거에 같이 일했던 직원이 아직 있을 텐데 그들과의 관계도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H 사장은 규모가 좀 되는 협력업체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한 회사 사장이 그 사람을 쓰겠다고 나섰다.

 

얼마 후, 그 퇴직 직원이 H 사장을 다시 찾아왔다. 일은 할만한데 급여가 너무 적다고 이야기했다. H 사장은 그것은 자신이 개입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일단 어느 회사건 그 회사에 들어갔으면 그 회사의 판단과 룰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떳떳하게 급여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그 직원은 말귀를 잘 알아듣고 열심히 일해서 급여 인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그 직원이 다시 H 사장을 찾아왔다. 독립했으면 한다고 했다. H 사장은 너무 잘된 일이라고 격려했다. 나이도 들었는데 그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H 사장은 독립하겠다는 직원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하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와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고, 다음은 절대 자신의 역량을 뛰어 넘는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니던 회사에 납품하는 임가공부터 시작했다. 그 일을 잘 진행하는 것을 보고 H 사장은 자신의 회사와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담당 임원에게 적당한 아이템을 찾아 맡기되 자사에 지금보다 손해가 되는 조건이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일도 잘 해내서 이제 회사를 어엿하게 키운 사장으로 자리 잡았다.

 

좋은 직원을 채용하고 이들을 한 가족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내보내고 또 전직 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들이 우리의 거래처가 될 수 있고, 우리를 평가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아니 꼭 그런 이해타산의 문제가 아니다. 잘 내보내고 또 나간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회사 사장이 인적자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람을 존중한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지? ‘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지 지켜보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평생직장을 실천할 수는 없다. 직원들을 내보낼 수도 있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유아용품을 취급하는 P 사장은 13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나와 창업을 했다. 13년 동안은 정말 열심히 일했고 열정을 바쳤다. 그러나 떠나올 때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불과 1년이 지나니 과거 회사는 자신에게서 별 의미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뜨거운 청춘을 바친 13년이 이렇게 ‘버려지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다니던 회사가 의미 있고, 그 회사와 함께했던 시간이 소중해질까?”하고 고민하다가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그동안 근무할 때 찍은 사진을 담아 앨범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니 직원들은 평소 근무 사진을 정성껏 담아두는 문화가 생겼다.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진 것이다.

 

위 H 사장이 퇴직 사원에게 베풀어 준 일은 단지 한 사례일 뿐이다. 현재 재직 중인 사원이건 퇴직 사원이건 문제를 가져오면 같이 푼다. 그런데 일방적인 특혜는 없다. 상대가 역량을 개발하고, 그릇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이쪽 회사에게도 반드시 이익이 되게 한다. 그것이 그 직원과 회사 모두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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