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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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가지런한 옥수수 알갱이는
지루한 조회시간을 견디는 어린 학생들을 닮았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훈시에 맞춰 줄지어 서 있는 것처럼 종자 개량을
통해 비좁고 효율적인 무늬나 배열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최초의 농법은 씨앗을 줄 맞추지 않고 흩뿌리는 방식이었다. 한 알의 옥수수 알갱이에는 싹트고 열매 맺고 다시 겨울을 묵히는
계절의 운영방식이 비좁게 들어 있다.
가난한 나라의 삼시세끼를 먹여 살리는
구휼(救恤)의 의무교육을 받은 옥수수들,
또 식물들은 질서의식보다 자연스러움이 편했지만 언제부턴가 종자 개량을
통해 식물에게 튀지 말 것, 모두 닮은꼴로 가지런할 것, 한쪽만
고집하던 색깔들을 골고루 묻힐 것을 교육시켰다.
운동장에 줄지어 서 있던 교육은 식물들의 자세에서 베껴 온 것이 틀림없었다.
인간이 지배하는 것들은 다 길들여져 있다.
하물며, 한낮의 가로등조차도 점멸의 방식으로 줄지어 서 있다.
껍질을 벗기면 가지런히 들어있는 옥수수 알갱이들 고만고만한 크기의 어린아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라니 옥수수도 어린아이들도 줄지어 서서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야 했던 시간들.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가르쳤는지는 모르지만, 종자 개량법이나 의무교육이나 줄을 맞춰야 하는 일들.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 모습에는 자연을 닮은 것들이 어디에나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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