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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07]
일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7/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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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그는 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 6년이나 준비를 했으나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사법시험이 없어져서 이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방향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인 충주에서 그것도 재수를 해서 9급 공무원이 되었다. 처음 근무한 곳이 면사무소였다. 그는 거기서 주로 농민들 보조사업과 직불제를 신청해 주는 일을 했다. 그러다 2년 후 충주시 본청 홍보담당관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시정을 홍보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사실은 그것도 자신이 제안한 일이었다. 시청에 홍보관을 만들어보려고 검토하는 가운데 홍보관보다는 시대가 유튜브 시대인데 이제 유튜브로 홍보를 해야 않겠느냐고 보고서에 한 줄 쓴 것이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긴 보고서 마지막에 한 줄 넣었는데 시장님은 바로 이 대목을 놓치지 않으셨다. “유튜브가 대세다. 네가 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그동안 포스터 정도 만들고 페이스북에 자료를 올리기는 했지만, 유튜브에 대해서는 백지였다. 일단 다른 데서 어떻게 하나 살펴보았다. 전국 60여개 지자체의 유튜브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여기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도 안 본다’는 사실 말이다. 

 

어떤 시는 연간 5억원이나 들이고 스튜디오, 작가, 아나운서까지 완비해서 매주 3회 이상 고품질의 영상으로 유튜브를 올리고 있었지만, 조회수가 단 2회로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지자체만이 아니었다. 공공기관 유튜브 현황이 비슷했다. 10억 가까이 예산을 쓰는 기관의 유튜브 구독자가 고작 18명인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형식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정보전달형 영상을 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누가 보겠는가. 그는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했다. ‘사람들이 보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조회수가 올라가는 유튜브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재미있는 영상이 되려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유명인이 나오거나, 정말 흥미 있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충주에 그냥 내보내기만 해도 사람들이 봐줄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누가 충주에서 하는 축제에 관심이 있고, 누가 충주의 역사를 알고 싶어 할 거며, 누가 충주시에서 펼치는 정책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그렇다고 유명 연예인을 섭외할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그는 역발상으로 가기로 했다.

 

남들이 고예산으로 고퀄리티의 영상을 고상하게 추구할 때, 그는 저예산으로 저퀄리티로, 진솔하게 만들기로 했다. 정보 전달은 최대한 줄이고, 웃음을 자아내는 연출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획, 촬영, 출연, 편집 모두를 자신이 하기로 했다. 촬영기기는 스마트폰으로, 편집 프로그램은 MS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윈도우 무비 메이커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 첫 영상을 올릴 수 있었다. 2019년 4월 8일이었고, ‘시장님이 시켰어요’가 주제인 3분 53초짜리인 브이로그 영상이었다. 시장님이 시켜서 할 수 없이 유튜브를 만드는 공무원의 애환을 내놓고 다루었다. 별것 없는 구내식당, 구내 카페의 모습도 담고 사무실 청소하는 모습도 실었다. 영상 찍는 것을 피해 도망치는 직원들의 모습도 그대로 나온다. 시청에서 공무원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신변잡기였다. 아무 정보도 없고, 아무 자랑도 없는 홍보물이 공개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매주 유튜브에 영상물이 올라갔는데 대박이 난 것이다. 코로나 때 나온 관짝춤 영상은 조회수가 1천회를 넘었다. 아프리카 가나의 장례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관짝춤은 관을 메고 운구꾼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다. 이것을 패러디해서 충주시에서 거리두기 잘하고, 손씻기 잘하라고 영상을 만든 것이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렇게 충주시를 홍보하는 채널 충TV는 유명해졌고 구독자가 70만을 넘었다.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연 예산이 60만원에 불과하다. 600만원도 아니고 60만원 말이다.

 

그 주인공이 김선태 주무관이다. 2016년 10월 충주시청에 9급으로 입사해서 2024년 1월 6급이 되었다. 공무원으로서는 초고속 승진이다. 그는 유명 인사다. 유키즈를 비롯해서 이런저런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공기관, 사기업, 대학에서 도 활동한다. 심지어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언급해 주신 공무원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유명인들이 충TV에 출연한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일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말이다. 일 자체를 즐기지 외적 보상을 바라지 않고 말이다. 이런 직원에게 리더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지켜보는 것이다.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문제가 있을 때 방패가 되는 것이다. 김선태 주무관도 대단하지만, 조길형 충주시장(3선)도 대단한 분이다. 이런 파격적인 영상을 묵인하고 지켜보고만 계셨다니 말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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